Ⅰ. 들어가며
2010년 경인년은 우리 노동법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는 시기입니다. 1997년 이후 세 차례 13년간의 시행유예 끝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이 그간 한 치의 진전도 없다가 2010년 1월 1일 새벽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과 동시에 시행되었습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구법 부칙의 시행일에 노조법이 개정된 것입니다. 그 중 내년 7월에 시행될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법해석상의 문제점과 대응은 다음에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당장 올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면제(Time-off)를 제외한 노조전임자 무급'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Ⅱ. 근로시간면제(Time-off)를 제외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1.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원칙적으로 노조전임자에 대하여 전임기간에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금지됩니다(노조법 제24조 제2항). 따라서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은 경비원조가 되어 부당노동행위가 되지만, 부칙에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의 적용을 2010년 6월 30일까지 유예하였습니다(노조법 제81조 4호, 부칙 8조).
노동조합이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도 금지됩니다(노조법 제24조 제5항). 이를 위반 시 1천만 원 이하의 벌금(노조법 제92조)이란 처벌조항이 적용됩니다. 다만,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에 대한 보완책으로 개정 노조법은 근로시간면제(Time-off)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2. 타임오프(Time-off)제
개정 노조법에서는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의 범위를 "사용자와의 협의ㆍ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ㆍ관리업무(제24조 제4항)"로 정하고 있습니다. 타임오프 한도는 노동부 산하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3년마다 정하도록 하면서 최초 심의ㆍ의결은 2010년 4월 30일까지 하도록 하였습니다(제24조의 2 제1항, 제2항, 부칙 제2조). 근로시간면제심의원회의 구성은 노사추천 위원 각 5명과 정부추천 공익위원 5명으로 하되,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만약 2010년 4월 30일까지 미의결 시 공익위원만으로 의결도 가능합니다.
Ⅲ. 관련 쟁점 및 해석
1. 시행일과 관련한 쟁점
개정법 부칙 제1조(시행일)에서 "이 법은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24조 제3항ㆍ제4항ㆍ제5항(타임오프제 관련조항)의 개정규정은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하고, 제3조(단체협약에 관한 경과조치)에서는 "이 법 시행일 당시 유효한 단체협약은 이 법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 본다. 다만, 이 법 시행에 따라 그 전부 또는 일부 내용이 제24조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이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해당 단체협약의 체결 당시 유효기간까지는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합니다.
이러한 부칙규정과 관련하여 노동계는 개정법의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및 근로시간면제제도의 시행일이 2010년 7월 1일이므로 2010년 7월 1일 이전 단체협약을 개정하면 해당 단협 유효기간동안(최대 2년) 효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노동부는 개정법 시행일은 2010년 1월 1일이므로 단체협약 경과조치에 대한 시행일도 2010년 1월 1일이므로 그 이후에 노조전임자 임금에 대한 단협을 개정하더라도 2010년 7월 1일부터는 효력이 없다고 합니다. 즉, 노동계는 2010년 상반기(7월 1일 이전)에 종료하는 단체협약에 전임자 임금 지급을 명시하여 갱신하려 할 것이므로 상반기에 이와 관련한 노사간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고, 노동부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2010년 7월 1일 이후 단체협약의 유효성을 둘러싼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됩니다.
2. 타임오프(Time-off) 범위를 둘러싼 쟁점
근로시간면제의 범위와 관련하여 개정노조법은 '사용자와의 협의ㆍ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노동조합의 유지ㆍ관리업무'를 들고 있는데, 그 중 '노조유지ㆍ관리업무'의 의미와 허용시간에 대하여 근로시간면제심의원회의 노ㆍ사ㆍ정간 치열한 논쟁 예상됩니다. 노조유지ㆍ관리업무의 인정범위 및 시간에 따라 사실상 노조전임자의 수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타임오프 한도를 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에서 규정될 것이나 정부안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체 조합원 수와 업무의 범위 등을 고려하여 시간단위'로 정하여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노동계나 일부 학자는 근로시간면제의 범위를 '협의ㆍ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이를 "사용대상 제한은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1).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에서 '업무'는 성질상 노조의 업무를 말하기 때문에 노조와 관련한 노조법상 모든 활동에 대해 근로시간면제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의 유지ㆍ관리업무' 역시 노조가입 선전활동과 조합원 교육, 상급단체 파견 등으로 근로시간면제가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더 나아가 "조합원의 일상적 노조활동의 유급처리 여부는 개정법 취지가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현재 유급처리되고 있는 조합원의 일상적 노조활동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노동부는 대립적 노사관계가 아닌 노사상생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노동조합의 유지ㆍ관리업무를 의미하고 그 범위에 노조의 일상활동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며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업무만이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2). 그 구체적인 업무내용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결정함에 있어서 기준으로 삼을 노조 업무로서 그 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Ⅳ. 맺으며
개정 노조법상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와 근로시간면제제도에 관련한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노동부 산하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통해 결정됩니다. 노사추천 위원 각 5명과 정부추천 공익위원 5명으로 구성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것이고, 만약 2010년 4월 30일까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공익위원만으로 의결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노사 모두 정부추천 공익위원의 구성에 관심과 이목을 집중하고 있고, 노동부는 공익위원의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존 복수노조 금지와 유급 전임자를 전제로 형성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변경되는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향후 노사관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세밀한 사전준비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각주]
1)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를 둘러싼 법적 쟁점과 과제', 한국노총 개정 노조법 설명회(2010.1.13) 주제발표 참조.
2) 노동부, '노사문화 선진화의 길 「전임자ㆍ복수노조 제도」이렇게 달라집니다'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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