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 때면 어김없이 넥센타이어 기사를 봅니다. 상장회사 중 제일 먼저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는 회사, 넥센타이어. 11년째의 전통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넥센타이어 주주총회 소식을 듣는 것을 보니 이제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기인 모양입니다.
주주총회는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이에 관하여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주주들의 수가 너무 많다 보니 주주총회를 빈번하게 개최하기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에 관해 형식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만을 할 뿐이라는 이유도 더해집니다.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권 또는 지배권은 사실상 이사회가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틀리지 않은 지적입니다. 이런 구조상의 이유로 회사의 지배권을 행사할 정도의 주식수를 얻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회사의 경영권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일상적이고 실질적인 경영권은 이사회가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최대주주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를 선임하지 않는 한 최대주주가 되는 것만으로 회사의 경영권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다수주주 또는 지배주주의 의사와 이사회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은 늘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주주제안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그 중 하나입니다.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의 결정은 이사회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할 경우 회사의 지배주주나 이들에 의해 선임된 경영진이 아닌 주주들은 회사 경영에서 소외되고, 주주총회에 대하여 무관심해지게 됩니다.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회사 주주들에게 경영참여에 대한 기회를 부여하고, 총회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것 중의 하나가 주주제안권 제도입니다. 발행주식총수 3%(상장회사의 경우 1%) 이상을 가진 주주는 이사에게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주주제안권 제도입니다. 그러나 아무 때나 제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주총회일 전 6주 전에 하여야 합니다. 말로 해서는 안되고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이사에게 제안하여야 합니다. 제안할 수 있는 내용에 제한이 있느냐에 관하여는 다툼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령과 정관에 위반된 내용을 제안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경영권을 가질 목적으로 제안하는 이사 선임 안건은 어떨까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였는데 이사회에서 이를 배제하는 경우 제안한 주주는 어떻게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요? 법원에게 자신이 제안한 목적사항을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청구를 바로 할 수 있을까요? 소수주주에 의한 주주총회소집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만약 그와 같은 청구가 있는 경우 법원은 과연 어떤 결정을 할까요?
2007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판단한 사안은 위 질문에 큰 참고가 됩니다. 당시 쟁점이 되었던 사안은 이렇습니다.
주권상장법인인 A회사의 이사회는 지배주주 Z의 지지를 받는 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A회사의 정관에는 정원에 대한 규정은 없고 3인 이상이라고만 정해 두고 있을 뿐이다. A회사의 경영권을 가지려는 주주 Y는 당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10인을 선임하는 의안을 상정해 줄 것을 이사회에 요구하였다. A회사 정관 규정의 약점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것이다. A회사의 이사회는 주주 Y의 제안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상정하지 아니한 채 당해 정기주주총회의 소집결의를 하고, 그에 따른 소집통지와 공고를 하였다. 이사회는 주주 Y의 제안이 주주제안권을 잠탈하는 것으로 주주총회 목적사항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주주 Y는 자신이 제안한 목적사항을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해 달라는 청구를 법원에 하였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법원은 주주 Y의 청구를 받아들였을까요?
소수 주주의 권리 중에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제도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주제안제도와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제도는 그 행사요건과 내용 등이 다릅니다. 따라서 주주제안을 거절당한 주주가 반드시 임시주주총회 소집절차만을 구제절차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도 주주제안을 부당하게 거절당한 주주는 법원에 의안을 상정해 달라는 가처분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제안된 사항도 이사 선임에 관한 것으로 당시 시행되고 있던 증권거래법령의 제한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선임될 이사 후보 중에 회사의 이사로 선임되기 부적합한 후보가 있다는 회사 측의 반론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를 이사로 선임할 것인가의 판단은 회사의 최고의결기관인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표결을 통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지, 이사회가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주주제안권은 경영권에서 배제된 소수주주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하고 유효한 제도입니다. 회사 경영에 있어 가장 좋은 모습은 경영권을 가진 주주나 이사들이 소수주주의 제안을 경청하는 겁니다. 그리고 소수주주들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행동을 삼가고 진정으로 회사의 발전과 전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건전한 제안만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의견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주주제안권은 경영권에서 배제된 소수주주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부당한 이익만을 탐하려는 못된 제안도 있겠지만, 주주제안제도는 분명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정기주주총회 시기에 얼마나 많은 주주제안들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번에 주주제안을 하고자 하는 주주라면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일의 6주 전에 서면으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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