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1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수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 사용될 수 있으면, 각 부분은 별개로 소유권의 목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집합건물의 구분 소유 관계를 다루는 법으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 주로 문제됩니다. 이 법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 대지사용권, 관리단 및 규약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중 ‘집합건물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을 규율하는 제20조에 대하여는 지금까지 적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다만 종래 판례는 대지사용권 분리 처분의 허용여부에 논점이 국한되었던 데에 반해, 대상 판결은 분리 처분된 물권을 취득한 제3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선의'의 의미에 대하여 판시하고 있습니다.
2. 쟁점 대상 조문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집합건물법의 대상 조문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20조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2항 본문의 분리처분금지는 그 취지를 등기하지 아니하면 선의로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하지 못한다.
제1항은 대지사용권의 전유부분에 대한 종속성의 원칙을 명시한 것입니다.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에 종속하여서 법률적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에 대한 ‘공유부분'이 전유부분의 처분에 종속하는 법리가 공용부분의 성질상 당연한 결과임에 반하여 이와 같이 ‘대지사용권'이 전유부분의 처분에 종속하도록 하는 것은 다소 정책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괴리현상을 막아 그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하고, 등기부의 복잡성ㆍ방대성을 완화하여 등기절차의 합리화를 꾀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필요가 크지 않으면 일체성의 원칙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소규모 연립주택과 같이 구분소유자의 수가 많지 않아 토지등기부가 복잡ㆍ방대하지 않거나 단기간 내에 건물이 철거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것이 예정된 경우에는 위 원칙을 강요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의 사례에서도 건물이 없는 공지에 별동의 구분소유건물을 신축하거나 기존의 건물에 증축을 하는 때에는 신축 또는 증축되는 전유부분의 소유자에게 대지사용권을 부여하기 위해 기존 전유부분의 소유자가 갖는 대지사용권의 일부를 분리하여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집합건물법은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의 원칙을 채택하면서도 제2항 단서에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한편, 분리처분금지 규정에 위반하여 행한 처분은 무효이지만 획일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선의의 제3자에게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히게 될 수 있습니다. 즉 어느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되어 있는 건물인가 아닌가는 구분건물로서의 등기가 행하여지기 전까지는 제3자에게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설령 제3자가 구분건물이라는 사실은 인식하였더라도 유효한 분리처분가능규약이 설정되었다고 믿고 거래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집합건물법은 이런 경우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분리처분금지는 그 취지를 등기하지 않으면 선의로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이 때 선의의 의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원심의 판단
이 사건 사실관계는 이러합니다. 원고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을 경매절차에서 취득하였는데, 전유부분 소유권을 얻음으로써 대지사용권까지 함께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토지지분만을 경매절차에서 따로 취득했던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한 것입니다.
이에 원심은, 집합건물법 제20조 제3항 소정의 ‘선의'는 ‘분리처분금지 제약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토지 지분을 취득할 당시 등기부상 분리처분금지의 취지가 기재된 바 없고 법원의 경매절차에 참가한 피고로서는 이 사건 토지 지분을 적법한 경매목적물로 인식하였을 것이라는 사정을 보면 피고는 분리 처분금지의 제약을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토지 지분을 취득한 선의의 제3자로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집합건물의 전유부분을 경매절차에서 취득함으로써 대지사용권까지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선의의 제3자인 피고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서, 결국 이 사건 토지 지분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의 요지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대지사용권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 소유를 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로서(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 그 성립을 위해서는 집합건물의 존재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 소유를 위하여 당해 대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특별한 요건이 필요치 않은 사정을 고려하면, 집합건물법 제20조 제3항 소정의‘선의'의 제3자라 함은 원칙적으로 집합건물의 대지로 되어 있는 사정을 모른 채 대지사용권의 목적이 되는 토지를 취득한 제3자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원칙적으로 집합건물의 대지로 되어 있는 사정을 모른 채 대지사용권의 목적이 되는 토지를 취득하여야만 선의의 제3자로 인정된다면, 이 사건 피고는 보호받을 수 있는 제3자가 될 수 없게 됩니다. 이 사안에서처럼 피고가 경매절차 진행 당시 등기부등본, 경매물건명세서, 현황조사보고서, 평가서 등을 통하여 대상 토지가 집합건물의 대지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피고는 원고가 대항할 수 없는 ‘선의'의 제3자가 아닌 것입니다.
5. 나오며
집합건물법의 규정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경매절차에서 전유부분을 낙찰받은 사람은 대지사용권까지 취득하는 것이고(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45777 판결 등 참조), 규약이나 공정증서로써 다르게 정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지사용권을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처분할 수는 없으며, 이를 위반한 대지사용권의 처분은 법원의 강제경매절차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효라고 보게 됩니다(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4다742 판결 등 참조).
아울러 대지사용권이 성립되기 위해 ‘집합건물의 존재'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 소유를 위하여 당해 대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는 것' 이외에 다른 특별한 요건이 필요치 않은 사정까지 고려하면 대상판결과 같이 선의의 의미를 다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6. 다운로드 : 대법원 2009. 6.23. 선고 2009다2614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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