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상가건물 임대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여 국민 경제생활의 안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 시행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은 현실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개정을 거듭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인한 영업활동 위축 등이 반영된 임시 특례 등이 신설되었고, 관련하여 추가 개정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가임대차 분쟁에 관한 주요 쟁점을 상가임대차법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임대차기간 보장 및 계약갱신청구권 상가임대차법은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제9조 제1항 본문). 임대차기간이 최소 1년은 보장되므로, 임대차계약에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으로 단기 임대차를 설정했어도 법적으로 무효입니다. 다만 임차인이 스스로 1년 미만의 단기 임대차라고 주장하는 것은 가능합니다(제9조 제1항 단서). 계약갱신을 통해 임대차기간을 연장하는 규정도 있습니다(제10조). 임대인은 임차인이 일정기간(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동안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법률에서 정한 사유가 없는 한 거절할 수 없고, 이 경우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봅니다.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에는 존속기간을 1년으로 간주합니다. 임차인이 가지는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권리는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습니다. 10년의 보장은 2018년 10월 16일 개정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되고, 2018년 10월 16일 이전에 체결됐거나 갱신된 임대차는 5년만 보장됨에 주의해야 합니다. 도중에 임차인의 변경이 있는 경우가 문제됩니다.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그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 시점부터 다시 10년 동안 임차인에게 갱신요구권이 보장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단지 임차인만 변경됐을 뿐이어서 기존 임대차계약 기간도 전체 10년에 포함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이 아니라, 임대인 동의에 따른 임차권 양도양수 방식을 통해 기존 임대차계약 기간까지 포함해 전체 임대차기간을 산정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임차권양도로 인해 새 임차인은 보장받을 수 있는 계약갱신기간이 기존 임대차기간만큼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이에 대해 기존 임차인이 설명하지 않고 임차권을 양도한다면 이는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6. 6. 14. 서고 94다41003 판결). 임대차계약에 계약기간 내 해지할 권리를 정해둔 경우는 어떨까요. 상가임대차법에 정한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권의 존속에 관한 것이므로, 중도해지권을 부여한 특약은 별개로 유효하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과거 하급심 판결이 이러한 취지를 설명한 적도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2. 29. 선고 2005가단234519 판결). 그러나 상가임대차법상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강행규정이므로 중도해지의 특약이 위 강행규정에 위배된다고 보아 무효로 판단될 위험도 상당합니다. 참고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과 입점업체 간 임대차계약서(약관)에서 임대인이 서면통지만으로 중도해지가 가능하도록 정한 조항에 대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배제할 우려가 있으므로 임차인과 서면으로 합의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약관을 수정하기도 했습니다(공정거래위원회, 2016년 3월 8일자 보도자료 ‘공정위, 백화점과 입점업체 간 사용 약관 3종 정비’ 참고). 한편, 코로나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인해 2020년 9월 29일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9가 신설되었습니다. 개정법률 시행일부터 6개월까지의 기간 동안 연체한 차임은 계약갱신청구(제10조 제1항 제1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제10조의4 제1항 단서), 차임연체로 인한 해지 조항(제10조의8) 적용에 있어 차임연체액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위와 같은 한시적인 특례조항은 코로나19 종료 선언 후까지 연장하자는 개정안도 발의되어, 향후 개정 입법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 차임 증감에 관한 권리 및 제한 상가임대차법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한 증감청구권을 정하고 있습니다(제11조 제1항 본문). 종전에는 기존의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한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만 규정했는데, 2020. 9. 29. 개정 당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추가하여 코로나19로 인한 경우를 차임증감청구권 사유로 명시했습니다(제11조 제1항 본문). 다만 이러한 임차인의 권리보장에 있어 임대인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제1급감염병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차임 등이 감액된 후 임대인이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증액된 차임 등이 감액 전 차임 등의 금액에 달할 때까지는 증액상한(5%)이 적용되지 않도록 했습니다(제11조 제3항).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 영업용 임대차 및 보증금액 기준 이하)인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개별 약정은 무효가 되므로(제15조) 임차인의 차임감액청구권 등을 제한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해도 무효입니다.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도 임대차계약에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임대차조건을 변경한다고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가임대차법에 따른 차임증감청구권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권리금 회수기회의 보호 상가임대차법은 2015년 5월 13일 권리금에 관한 규정들을 신설해, 임차인의 ‘영업권’도 법이 보호하는 영역으로 가져왔습니다(제10조의3 내지 7). 권리금은 임차인이 비용을 투자하고 영업활동을 한 결과 형성된 지명도 등의 경제적 이익을 상징하는데, 종전에는 이런 권리금의 회수가 임대인의 의사에만 좌지우지됐던 것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포함시켜 규율하게 된 것입니다. 그 방식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함으로써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면서, 특히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제4호)’를 금지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에서는 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임대인이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하도록 정했습니다. 실제 분쟁은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하면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구조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무엇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인지는 판결의 축적을 통해 그 의미가 형성돼 가고 있습니다. 최근 법원은, 실제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하는 신규임차인과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했다면, 이러한 임대인의 거절행위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거절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임차인은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반면 임대인이 임차를 희망하는 신규임차인에게 과도한 자력증빙을 요구하고 기존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명도한 후에 임대인 본인이 직접 영업을 하는 등 외관상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는 사안에서, 다른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하급심 판결도 있습니다(대구고등법원 2017. 10. 26. 선고 2016나1770(본소) 건물명도, 2016나1787(반소)). 그 외에도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거나, 법원감정을 통해 적정액을 산정하거나, 손해액을 감액한 하급심 판결들도 확인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권리금 회수 여부가 달린 문제이고 임대인 입장에서도 자칫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할 수 있으므로, 향후 판결의 동향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임대차 종료와 원상회복 임대차계약에서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가 대표적으로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을 청구하면 임대인은 임대차목적물 반환을 이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고, 반대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목적물의 인도를 구하면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이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고는 합니다. 판결도 “임대차목적물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라”는 식의 상환이행판결이 내려집니다. 상가건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임대인의 건물명도 청구에 대해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 지급과 동시에 건물인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도 아무런 조건 없이 건물을 인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위법하다는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다233955 판결). 다만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에 대해서는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는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해 발생하지만,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고 있으므로, 두 채무가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동시에 이행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8다242727 판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임대차목적물 반환을 거절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한편 원칙적으로 성립하는 동시이행관계라 해도, 당사자의 행위에 따라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법원은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제3자에게 하고, 제3자가 이를 신뢰해 경매절차에서 임대차목적물을 매수했다면, 이후 임차인의 권리 주장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근저당권자가 담보로 제공된 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조사할 당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차 사실을 부인하고 건물에 관해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작성해 준 경우(대법원 2016. 21. 1. 선고 2016다228215 판결), 임대인이 임차인과 공모해 채권자에게 임차인이 친척이어서 임대차보증금 없이 입주하고 있다고 하면서 금원을 대여받았던 경우(부산지방법원 1986. 11. 10 선고 85나1270 판결) 등에 대해, 임차인이 처음 의사표시와 달리 임차인으로서 임대차보증금 반환과의 동시이행을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 및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5. 제소전화해의 활용 상가임대차계약의 법률관계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제소전 화해를 통해 분쟁에 대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소전 화해조서는 준재심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민사소송법 제220조). 이를 기초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고(민사집행법 제56조 제5호), 기판력도 발생합니다. 임대인은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화해조서의 내용에 따라 임차인도 보증금 반환이 용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소전 화해의 효력은 당사자 간에 미치는 것이 원칙이고, 특히 제소전 화해가 성립하기 전의 승계인에게는 미치지 않습니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그러므로 제소전 화해에 포함되지 않은 전차인들에 대해서는 화해조서의 효력을 직접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제소전 화해가 성립한 후의 승계인에게 화해조서의 효력이 미치는 것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법원은 계쟁물의 승계인에게는 제소전 화해조서의 소송물이 물권적청구권인 경우에만 기판력이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다9964 판결, 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25151 판결). 전차인은 소송물 자체의 승계인이 아니라 계쟁물의 승계인에 불과하므로, 소유권에 기한 명도청구가 아니라 임대차계약상 채권에 기한 명도청구를 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전차인에게는 화해조서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결국 임대인이 단순히 임대차계약에 근거해서만 명도청구를 하는 것이라면, 이 경우에도 제소전 화해에 기한 승계집행문 부여가 거부될 것입니다. 따라서 실무상으로는 제소전 화해신청 이전에 전대차가 이미 이루어진 경우에는 전차인까지 피신청인에 포함해 제소전 화해를 신청해야 합니다. 신청원인에 전대차계약의 존재를 명시하고, 화해조항 중 명도조항에 전차인의 명도의무를 기재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화해조서가 작성된 후 새로운 전차인에게는 기판력이 미치기 어렵기 때문에, 임대인은 화해조서 성립 후 새로운 전대차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기 전에 사전에 법률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고, 무단전대 등에 대비해 상당한 위약금 등을 부과하기로 하는 문구를 조서에 추가로 삽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박보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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