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 7월 13일 투자자의 사후관리와 관련된 사전동의권을 무효로 판단한 원심 판결(지난 2021년 10월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원심 판결은 특정 주주가 다른 주주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인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고 위반 시에는 조기상환 및 위약벌이라는 제재를 하는 약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한 약정은 차등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차등취급 내용, 기존 주주의 동의 여부, 회사의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차등취급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무상 소수지분을 투자하는 경우, 투자계약서에 (i) 발행회사 및 최대주주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 통지, 동의 의무에 관한 규정 및 (ii) 해당 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위약벌 등 투자자의 구제수단에 관한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의 실무가 적법ㆍ유효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소수지분권자의 안전장치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안의 개요
신주인수인 A와 발행회사 X사 그리고 X사의 최대주주 Y(자연인)는 2016. 12. A가 X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식 200,000주(“
대상주식”)를 인수하는 내용의 신주인수계약(“
본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 X사의 의무
① 대상주식 발행 이후에 신주 또는 주식 관련 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납입기일 2주 전까지 주주에게 사전 통지하고 A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함
② A의 최종주당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 또는 특수사채(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X사의 자본변동을 가져오는 모든 사채)를 발행하거나 X사의 임직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경우, 회사의 납입자본금을 증가 또는 감소하는 경우 등 일정한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하여 A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함
(ii) Y의 의무
이해관계인으로서 본건 신주인수계약상 X사의 계약상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여야 함
(iii) X사 및 Y의 의무 위반에 대한 구제수단
① A는 Y에 대하여 주식매수를 청구하거나 X사에 대하여 대상주식의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음
② X사 및 Y는 연대하여, A에게 위약벌로서 A의 투자원금과 투자일로부터 조기상환 완제일까지 일정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지급하여야 함
A는 대상주식의 인수 이후인 2018년경 X사가 A에 대한 사전 서면통지 및 A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2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시정조치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본건 신주인수계약상
사전 서면통지 및 서면동의 의무 위반을 주장하면서, X사 및 Y에 대하여 A에게 대상주식의
조기상환 청구에 따른 상환금과 위약벌 등을 연대하여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습니다.
2. 하급심의 판단
위 사건에서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2020. 12. 3. 선고 2019가합517157 판결)은 ‘본건 신주인수계약은 X사의 신주발행이 A의 주식 가치, 지분율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됨에 따라 X사로 하여금 사전에 A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X사의 신주발행 조건, 내용 등을 감독하기 위한 취지로 보이고, 신주발행 등에 관하여 상법상 요구되는 이사회 결의를 대체하여 A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A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어서,
X사 이사회의 주요 권한을 특정 주주인 A에게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
X사와 Y가 A에 대하여 대상주식의 조기상환 청구에 따른 상환금과 위약벌 등을 연대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1심 법원의 판단과 달리, 2심인 서울고등법원(2021. 10. 28. 선고 2020나2049059 판결)은 ‘(i)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고, (ii)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종류주식이 발행될 수 있으나 그 유형은 법령이 정한 것으로 한정되는데,
상법은 제344조 제1항에서 이익의 배당, 잔여재산의 분배,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의 행사, 상환 및 전환 등에 관하여만 그 내용이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도록 허용하고 있을 뿐이므로, 현행법상 이와 같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내용이 다른 주식은 발행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
본건 신주인수계약상 사전 서면동의 약정과 이를 이유로 한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무효인 위 약정들에 근거한 A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심 재판부는 위와 같은 일반론에 근거하여, X사의 경영 과정에서 A의 동의를 받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사전 서면동의 약정과 그 위반 시의 제재로서의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은 (i) X사의 소수주주로서의 지위만을 가지는 A에게 다른 주주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인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동의권”이라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다른 주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뿐 아니라, (ii) 그 위반 시에는 조기상환 및 위약벌이라는 제재를 통하여 배당가능이익의 존부와 관계 없이 언제든지 출자금의 배액을 초과하는 금액의 반환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회사의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약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iii) 대상주식이 종류주식의 일종인 상환전환우선주로서 X사가 발행한 다른 주식들과 그 종류와 내용이 다른 주식이기는 하나 관계법령상 주주에게 경영사항에 관한 사전 서면동의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주식 발행이 허용되어 있지 아니하고, (iv) 투자활성화 측면에서 투자자에게 투자금 회수를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어느 정도 필요한 측면이 있더라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상법이 인정하는 종류주식을 발행하는 방법이나 “주주 간 협약” 등과 같이 관계 법령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설시하면서 주주의 1인에 불과한 A에게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2심 재판부는 2차례의 유상증자 중 1차 유상증자에 관하여는
X사의 사전 서면통지 의무 위반을 인정하였으나, 이 정도의 경미한 통지의무 위반에 대해서까지 조기상환청구권 및 위약벌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
주주평등 원칙을 위반해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지만,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해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에도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일반론을 기초로, ‘(i) A가 보유한 사전 동의권 등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한 것이기는 하나, X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허용될 여지가 있고, (ii) X사가 이를 위반한 경우 A에게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는 약정도 A가 갖는 사전동의권 등 약정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 A가 입은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것으로,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
원심으로서는 X사의 재무상황, 투자금 유치 내지 신주발행의 긴급성 내지 필요성, A와 Y를 비롯하여 다른 주주들 상호간 이해관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다 면밀하게 심리한 다음 그에 따른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1)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차등적 취급이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였는지 여부와 정도,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아니면 상법 등의 강행법규와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하여 특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 그 권한 부여로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 결정 권한을 제한하여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비롯하여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그 밖에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주주를 차등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i)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ㆍ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고, (ii) 회사와 주주가 체결한 동의권 부여 약정에 따른 차등적 취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동의권 부여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는 약정을 함께 체결하였고 그 약정이 사전 동의를 받을 의무 위반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를 배상 또는 전보하고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 사이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일부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닌데, 다만 손해배상액의 예정 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부당히 과다하다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A의 사전동의권 등 약정의 대상은 주식회사의 신주발행 내지 유상증자 여부 등인데, 이는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A와 같은 일부 주주가 사전동의권 등을 갖더라도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A가 X사의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을 갖더라도, 이는 본건 신주인수계약에 따른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A의 주식을 양수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으며, 대상주식은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본래 일정한 상환기간이 경과한 이후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해야만 비로소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고, X사의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이 A가 보유한 주식 그 자체에 부여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A가 보유한 주식이 상법상 허용될 수 없는 특별한 종류의 주식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여 신주를 인수하는 일부 소수주주에게 회사의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ㆍ감독 등 권한을 부여하는데 대하여 주주 간 평등의 엄격한 잣대만을 내세워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도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4. 시사점
실무상 소수지분을 투자하는 경우, 투자계약서에 (i) 발행회사 및 최대주주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 통지, 동의 의무에 관한 규정 및 (ii) 해당 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위약벌 등 투자자의 구제수단에 관한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의 실무가 적법ㆍ유효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소수지분권자의 안전장치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대법원의 입장에 따를 때, (i) 투자가가 납입하는 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인 경우, (ii) 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최대주주가 해당 계약을 승인한 경우, (iii) 다른 주주들이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를 삼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는 경우 등 ‘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수지분권자가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 및 이에 대한 손해배상, 위약벌 등 구제수단을 가지는 것이 적법ㆍ유효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로, 대법원의 판시 중 ‘주식회사의 신주발행 내지 유상증자 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일부 주주가 사전동의권 등을 갖더라도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부분과 관련하여, 현재로서는 소수지분권자가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도 사전동의권을 갖는 것이 적법ㆍ유효하다고 판단될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주총회 결의 사항에 대하여도 사전동의권 및 이에 대한 구제수단을 확보하고자 하는 투자자로서는 우선 투자계약 체결 시 대법원이 제시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도록 유의하여야 하며, 투자 시 기존주주 및 투자이후 신규주주로부터 동의를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향후 법원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1) 참고로,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i) Y는 X사가 발행한 주식의 과반수를 보유한 대주주인데, A에게 X사의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을 부여함에 동의하면서 본건 신주인수계약에 따른 X사의 채무까지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약정하는 등 다수주주가 소수주주인 원고에게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는 차등적 취급을 승인하였고, (ii) 달리 다른 주주들이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를 삼았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을 수 없으며, (iii) 상법에서 일정한 지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이와 유사한 측면에서 X사가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을 취득한 소수주주인 원고에게 X사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ㆍ감독 등 목적에서 그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손해 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