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법인의 구조와 장점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은 2009년 자유무역협정 등 경제개방의 확대와 농어업인 고령화 등에 대응하여 농어업, 농어촌의 지속적인 발전과 농어업 경영주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농업법인과 어업법인(이하 통칭하여 ‘농어업법인’)이 규율됩니다.
농어업법인은 일반 법인과 달리 농지를 매입하여 영농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개인의 경우 주소지와 농지와의 거리요건이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하지만, 농어업법인은 이와 같은 거리 요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세제상의 혜택도 있습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제11조에 의하면, 법인설립등기일로부터 2년 이내 영농에 사용하기 위하여 취득한 농지 및 임야 등에 대하여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취득세 75%가 감면됩니다(2020년 이전의 경우 면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개인사업자가 농업회사법인에 출자할 경우, 조세특례제한법 제32조에 따라 법인전환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이월과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설립 후 5년 내에 폐지될 경우 사유발생일로부터 2개월 내에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하기 때문에, 해산명령이 효력을 발생할 경우 이월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참고로 위와 같은 세제상 혜택은 비교적 빈번하게 변경되기 때문에 적용되는 법령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어업법인에 대한 실태조사의 배경
한편 농업법인 제도의 취지나 설립요건에 맞지 않는 농업법인이 무분별하게 설립되어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등 정부정책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가 21년 특별조사를 실시하기도 하였으며, 감사원에서 경기도를 비롯한 관내농업법인을 감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악용 사례들이 발견되어 21년 농어업법인이 부동산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금지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 개발이익 예상농지를 구입하여 이를 수십명에게 쪼개 파는 행위 등을 통하여 부당이익을 얻는 행위들을 근절하기 위한 목적이며, 이를 위반한 자는 법 제3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농어업법인 해산명령 법령구조
우선 법 제20조의3에 의하면, 농어업법인의 해산명령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상법」 제176조에 따른 회사의 해산명령에 관한 규정을 준용합니다. 상법에 의하면, 설립목적이 불법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설립 후 1년 내에 영업을 개시하지 아니하거나 1년 이상 영업을 휴지하는 때, 이사 등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여 회사의 존속을 허용할 수 없는 행위를 한 때, 법원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해산을 명할 수 있습니다.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상법에 따른 회사해산명령은 거의 사례가 없습니다. 단, 농어업법인은 특례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사유가 있는 경우,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법원에 해산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1. 조합원이 5명 미만이 된 후 1년 이내에 5명 이상이 되지 아니한 영농조합법인 또는 영어조합법인
2. 총 출자액 중 비농업인 또는 비어업인이 보유한 출자지분이 제19조 제2항 또는 제4항에서 정한 출자한도를 초과한 후 1년 이상 경과한 농업회사법인 또는 어업회사법인
3. 제19조의4 제1항에 따른 사업범위에서 벗어난 사업을 하는 농업법인
4. 제19조의4 제2항에 따른 사업범위에서 벗어난 사업을 하는 어업법인
5. 제1항에 따라 준용되는 「상법」 제176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농업법인 또는 어업법인
6. 제20조의2 제8항에 따른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시정명령에 3회 이상 불응한 농업법인 또는 어업법인
농어업법인 해산명령의 특수성
법 제20조의3 제2항에 따른 농어업법인에 대한 해산명령 사건은 시장 등이 청구하는 절차로서, 비송절차에 따라 진행되게 됩니다. 비송사건은 일반인에게는 특이한데, 양당사자가 대립하는 소송사건이 아니라 편면적 구조로 진행됩니다.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라 진행되며, 판결이 아닌 결정의 형태로 판단이 내려집니다. 심문기일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미리 결정일자를 예고하지 않으므로 절차진행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어업법인 해산명령에서 주로 쟁점이 되는 조항은 법 제20조의3 제2항 제3호 및 제4호입니다. 시행령 제20조의5는 농어업법인이 영위 가능한 사업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농업법인을 기준으로 농산물의 가공, 판매 및 수출, 농작업 대행, 농어촌관광휴양사업 등이 그 예입니다. 이를 벗어나서 도시개발 등 부동산개발사업을 한 농어업법인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는 해산명령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업범위를 벗어난 사업을 하였다는 해산명령의 사유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해산이 가능한지 쟁점이 됩니다. 법 제20조의3 제2항에 따른 해산청구의 성격과 관련하여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사유가 있으면 반드시 청구하여야 하는 기속행위로 접근한 예도 있지만, 법적으로 재량행위로 해석됩니다. 법문 자체에서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 해산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여 재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산명령청구’는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법규임에도 기속행위로 볼 경우, 즉 반드시 해산을 청구해야 한다고 해석할 경우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고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판결도 같은 취지로 해석됩니다.
민법상 일반적인 법인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 사유와도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법 제38조에 의하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허가 취소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 규정에 의한 허가 취소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당해 법인의 목적사업 또는 존재 자체가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되거나 당해 법인의 행위가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으로 공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야 하고, 목적사업의 내용, 행위의 태양 및 위법성의 정도, 공익 침해의 정도와 경위 등을 종합해 볼 때 당해 법인의 소멸을 명하는 것이 그 불법적인 공익 침해 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제재수단으로서 긴요하게 요청되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하여 그 사유를 매우 엄격히 해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1두25012 판결). 법 제20조의3 제2항이 정한 사유만 존재한다면 해산이 가능할지, 혹은 민법상 일반법인의 허가취소 기준을 고려하여 정할지 쟁점이 됩니다.
농어업법인 해산 판단기준에 관한 1심 판단
대상 사안에서 당사자는 개인사업자에서 전환된 농업법인으로서 수목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약 20여 년간 수목원을 운영하면서 내부에 방문객을 위한 까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수목원에서도 까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시행령 제20조의5가 정한 사업범위에는 위와 같은 식객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사업범위를 벗어난 사업을 하였다고 하여 해당 수목원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를 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별도의 심문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결정을 하였습니다. 법원은 해산 자체로 수목원이 폐장되어야 한다거나 수목원 등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사건본인에 대한 해산명령으로 인하여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법 제20조의3 제2항이 정한 사유가 존재하면 해산이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볼 수 있습니다.
1심과 달리 판단한 상급심 결정
2심 법원도 기본적으로 사건본인이 법 제20조의3 제2항이 정한 ‘사업범위를 벗어난 사업’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농어업법인이 까페와 레스토랑을 하기 위하여는 농어촌관광휴양지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농어촌관광휴양지사업 중 관광농원사업(농어촌의 자연자원과 농림수산 생산기반을 이용하여 지역특산물 판매시설, 영농 체험시설, 체육시설, 휴양시설, 숙박시설, 음식 또는 용역을 제공하거나 그 밖에 이에 딸린 시설을 갖추어 이용하게 하는 사업) 계획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 결론이 달라진 원인은 해산명령의 기준에 있습니다. 법인 해산명령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농업회사법인이 부대사업의 범위에서 벗어난 사업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해당 법인을 해산할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해당 법인이 농어업경영체법에서 농업회사법인의 사업범위를 제한한 취지를 형해화하였다거나 해당 법인의 위반의 정도가 중하여 법인을 존속시킬 수 없는 경우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판단기준을 토대로 2심은 전체 수목원 면적 대비 까페와 레스토랑의 면적을 비교하고, 수목원 수입에서 까페와 레스토랑의 매출을 비교하였습니다. 또한 관광농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수목원과 비교할 때 위 농어촌관광휴양지사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였습니다. 위 전환 절차가 확정될 때까지 이 사건 해산명령을 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해산명령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초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해산명령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판단기준을 보다 분명하게 설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농업법인 해산명령 청구 사유로서 법 제20조의3 제2항 제3호에 규정된 ‘제19조의4 제1항에 따른 사업범위에서 벗어난 사업을 하는 농업법인’이란 ‘법령에 명시된 사업 및 이를 수행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필요한 사업 이외의 사업을 하는 농업법인’을 의미한다”고 전제하였습니다. 주된 사업에 간접적으로 필요한 사업도 농업법인이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농업법인 해산명령의 다른 사유들과의 균형, 해산명령이 해당 농업법인의 법인격을 박탈하는 중대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농업법인이 ‘법에서 정한 범위에서 벗어난 사업을 영위한 사실’만으로 곧바로 해당 농업법인을 해산할 것이 아니라, 범위를 벗어나 영위한 사업의 내용, 경위, 행위의 태양 및 위법성의 정도, 공익 침해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해당 농업법인을 더 이상 존속시킬 수 없는 경우에 이르러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비송사건절차인 해산명령 사건의 절차에 관한 설시도 하였는데, 해산명령 사건 심리에 변론을 요하지는 않으나 재판을 하기 전에 이해관계인의 진술과 검사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농업법인의 해산명령도 동일하므로 신중하게 심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농어업법인 해산명령의 판단기준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관련 행정절차 수행에 관하여 참조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농어업은 비교적 넓은 범위 내에서 수행되고 있어서 숨어있는 법위반이 있는지도 확인하여야 불측의 피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