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안의 개요 및 쟁점
도시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이 된 토지등소유자가 분양신청을 포기하거나 분양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에는 현금청산자가 됩니다. 도시정비법은 위와 같이 분양에 대한 권리가 없어지는 경우에 자신의 토지 등에 대한 평가액을 금전으로 보상받고 정비사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금청산대상자들이 그동안 조합이 사용한 정비사업비를 분담하여야 하는지 논란이 되었습니다. 보통 조합에서는 현금청산자에게 지급할 청산금에서 그동안 발생한 사업비를 공제한 후 청산금을 지급하여 왔습니다. 이에 대해 하급심은 재개발사업의 경우 현금청산대상자들에게 정비사업비를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상판결은 바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현금청산대상자에 대하여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에 관하여 청산 또는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시한 판결입니다.
2. 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먼저 기존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철회하는 등으로 구 도시정비법 제47조 및 조합 정관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여 현금청산대상자가 된 조합원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9다81203 판결).
- 구 도시정비법상 조합과 그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그 근거법령이나 정관의 규정, 조합원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에 따라 규율되는 것으로서 그 규정이나 결의 또는 약정으로 특별히 정한 바가 없는 이상, 조합원이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조합원이 조합원의 지위에서 얻은 이익을 당연히 소급하여 반환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2850, 3286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원칙적으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현금청산대상자에 대하여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에 관하여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현금청산대상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조합 정관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 등에는 정비사업비를 청구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 조합원이 구 도시정비법 제47조나 조합 정관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현금청산대상자가 된 경우에는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여 더 이상 조합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조합은 현금청산대상자에게 구 도시정비법 제61조 제1항에 따른 부과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없다.
- 현금청산대상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조합 정관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 등에 한하여, 조합은 구 도시정비법 제47조에 규정된 청산절차 등에서 이를 청산하거나 별도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
3. 판결의 의미
지금까지 재개발사업에서 현금청산대상자들이 조합원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동안에 발생한 조합의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없어 논란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2009다81203 판결에서는 "현금청산대상자는 조합에 대하여 조합원의 가장 주된 권리인 분양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므로 형평의 원칙상 그에 대응하는 조합원으로서의 의무, 즉 사업비ㆍ청산금 등의 비용납부의무, 철거ㆍ이주 및 신탁등기 의무 등도 면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하였는데, 이를 반대해석하면 조합원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동안에 발생한 정비사업비에 대해서는 반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현금청산대상자에 대하여는 조합원 지위를 가지고 있던 동안에 발생한 사업비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책임을 부담시킬 수 없다고 설시함으로써, 논란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현금청산대상자에게 조합원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동안에 발생한 사업비를 부담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관 규정에 현금청산대상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조합 정관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때 정관 규정은 '조합원은 정비사업비를 부담한다'는 정도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의 정관 제10조 제1항 제6호는 조합원이 정비사업비 등의 비용납부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현금청산대상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에 발생한 정비사업비를 부담한다고 규정한 조항을 피고의 정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점 등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협의매도일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설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정관 규정을 통해 현금청산대상자에게 정비사업비 지급 의무를 부담시키려면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한편 위 사안은 재개발사업에 관한 판례인데, 재건축사업에서도 이와 동일한 결론에 이를 것인지는 여전히 다툼이 남아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12. 11. 19. 선고 2011나84580 판결은 재건축사업에 관한 사안이었는데, '현금청산은 조합이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하여 정비사업에 동의하고도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조합원들에게 토지ㆍ건축물 등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므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할 때까지 발생한 조합의 사업비용 중 조합원으로서 부담하였어야 할 금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어서, 사업비 중 현금청산자들의 종전자산 평가액에 대한 개별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을 청산금액에서 공제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강제조합원 제도를 취하고 있는 재개발사업의 경우와 달리 임의가입제를 취하고 있는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달리 판단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