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진행되는 부동산개발금융에 있어서, 대출금융기관은 사업부지를 담보로 PF대출을 실행한 후 신축된 아파트, 상가 등 건물을 제3자에게 분양하고 그 분양대금으로 대출원리금을 상환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사업부지를 담보로 확보하기 위하여 시행사가 위탁자가 되어 사업부지를 부동산신탁회사에 담보신탁하고 동 신탁의 우선수익자를 대출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담보신탁의 경우 부동산신탁회사가 직접 부동산개발사업의 시행주체가 되지 못하므로 부동산신탁회사가 추가로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하여 대출금융기관을 위한 분양수입금을 통한 대출원리금 상환 등의 자금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신탁된 부동산을 우선수익자의 요청에 따라 담보실행의 방법으로 환가하는 경우, 처분되는 신탁부동산에 미분양건물뿐만 아니라 분양되었으나 분양계약이 중도 해지, 해제된 건물이 포함되어 있을 때,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으로 우선수익자의 수익 지급보다 우선하여 수분양자에 대한 분양대금을 반환해야 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업부지에 대한 신탁과 대출금융기관에 대한 우선수익권 설정은 수분양자에 대한 분양 이전에 성립되어 있고, 대출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신탁부동산의 전부에 관하여 수분양자를 포함하여 시행사의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1)
대법원은 "미분양건물을 처분하여 정산하는 경우와 달리 이미 분양된 건물 부분을 처분하여 정산하는 경우에 있어서 수분양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분양대금반환채무는 이 사건 부동산담보신탁계약 제21조 제1항2)에서 정한 1순위로 정산하여야 하는 채무 또는 그보다 앞선 순위로 정산하여야 할 채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신탁회사가 위탁자의 요청을 받아 이미 분양된 건물 부분인 102호를 매각한 대금으로 먼저 수분양자에 대한 분양대금과 상계하거나 공탁한 행위는 위 신탁계약 제21조의 정산의무를 위반하여 대출금융기관의 우선수익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다19034 판결). 이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은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아니하면 우선수익권자로서는 수분양자가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으로 건축공사를 함으로써 신탁건물의 담보가치가 분양대금만큼 증가되거나, 우선수익권자로서 대출금의 이자 등 채권을 일부 변제받았음에도 또 다시 수분양자에게 분양대금을 반환하지 아니한 채 수분양된 물건의 매각대금에 관하여 우선권을 행사함으로써 수분양자의 희생 하에 이중의 만족을 얻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됩니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2009. 7. 9. 선고 2008다19034)은 미분양건물을 처분하여 정산하는 경우와 이미 분양된 건물 부분을 처분하여 정산하는 경우를 구분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다만, 미분양건물을 처분하여 정산하는 경우는 사안에 해당하지 않아 별도로 판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2009. 7. 9. 선고 2008다19034) 이후, 유사한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1. 1. 14. 선고 2010가합58778 판결에서 "분양된 건물에 대하여도 담보신탁계약 우선수익권이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고,3) 서울고등법원은 2013. 2. 22. 선고 2012나56285 판결에서 "분양계약이 실효된 경우 신탁사가 분양대금을 반환하지 아니한 채 분양대금으로 완공된 상가 자체를 신탁재산으로 확보하고 있더라도 이는 부당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4) 5)위 두 하급심 판결에서는 수분양자들이 위 대법원 판결(2009. 7. 9. 선고 2008다19034)을 직접 인용하면서 분양대금반환채권이 우선적으로 정산되어야 함을 주장하였으나, 담당 법원은 두 하급심 사안과 위 대법원 판결은 그 사안을 달리하고 부동산신탁계약, 대리사무계약의 내용 또한 상이하다는 취지로 수분양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위의 두 하급심 판결은 수분양자들이 담보신탁계약에 따른 우선수익권자의 환가 요청 '이전'에 시행사에 대하여 분양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에서 공통됩니다. 법원은 분양계약 해제의 의사표시에 의해 더 이상 수분양자의 지위를 가지지 못하고 시행사에 대한 분양대금반환채권만을 가진 자에 대하여, 우선수익자의 환가 요청으로 분양된 건물이 매각되어 부득이 분양계약이 해제될 수밖에 없게 되는 수분양자들과 동일한 보호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법원의 태도는 수분양자의 분양계약 해제의 의사표시에 의해 사실상 미분양 상태가 된 부동산에 대하여는 대출금융기관의 우선수익권 행사가 분양대금 반환채권에 의한 제한 없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법원은 이미 분양된 건물 부분을 처분하여 정산하는 경우에는 수분양자의 분양대금반환채권에 의해 대출금융기관의 우선수익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보는 반면(위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다19034 판결 등), 분양된 건물이지만 수분양자의 분양계약 해제의 의사표시에 의해 분양계약이 해제된 이후에는 해당 건물을 처분하여 정산하더라도(수분양자에 대한 분양대금 반환의무와 상관없이) 대출금융기관의 우선수익권 행사가 제한 없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수분양자의 분양대금반환채권에 의해 대출금융기관의 우선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상호 모순된 판결로 오해될 소지가 있으나, 부동산담보신탁 이후 우선수익자와의 합의 하에 신축된 건물을 제3자에게 분양하고 중도금까지 수취한 경우, 이는 부동산신탁회사와 수분양자 사이에 신축 건물에 관한 이중매매와 유사한 법률관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어 그 타당성이 일응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법원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동산신탁의 우선수익자가 신탁부동산의 처분요청을 한 경우 수분양자의 분양대금을 우선수익자보다 선순위로 정산하여야 하는지 여부는 일의적으로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 개별 부동산신탁계약, 대리사무계약 등 제반 약정과 분양계약의 해제 시점, 분양계약상의 분양대금반환채무의 채무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사항이라고 할 것입니다.
1) |
최근에는 시행사의 신용리스크 및 시행사 통제 등의 위험을 헷지하기 위하여 부동산개발사업에서 담보신탁보다는 부동산신탁회사가 직접 시행 및 인허가의 주체가 되는 토지신탁(개발신탁) 방식에 의한 부동산신탁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토지신탁(개발신탁)의 경우에는 신탁회사가 수분양자와 직접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수분양자에 대한 분양대금 반환을 신탁의 우선수익권 지급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신탁계약서상에 명시하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에 관한 논란은 실무적으로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중도금대출금융기관에 대하여 수분양자와 동일한 순위로 분양대금을 반환하여야 하는지, 기분양물건 이외의 미분양물건의 경우에도 분양대금 반환이 우선되어야하는지 등 우선수익자의 우선수익권과의 관계에서 계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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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신탁계약서 제21조 (처분대금 등 정산)
①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환가하여 정산하는 경우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신탁계약 및 처분절차와 관련하여 발생된 비용과 신탁보수
2. 제3호에 우선하는 임차보증금
3. 신탁계약 체결 전에 설정된 저당권자 등의 채무
4. 신탁회사가 인정한 임대차계약 체결된 임차인의 임차보증금
5. 신탁회사가 발행한 수익권증서상의 우선수익자의 채권
6. 제1호 내제 제5호의 채무를 변제한 후 잔여액이 있을 경우 위탁자에게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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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동 사안은 다수의 수분양자(원고들)가 분양계약 해제 후 분양대금 반환채권을 최우선순위로 정산받을 권리가 있음을 확인ㆍ청구하는 사안인데, 1심 패소 후 원고들이 항소하지 않음에 따라 패소 확정되었습니다. 경우에도 분양대금 반환이 우선되어야하는지 등 우선수익자의 우선수익권과의 관계에서 계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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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2. 5. 24. 선고 2011가합4534 판결에 대한 항소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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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사안 또한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상의 특약 미이행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한 후 분양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사안인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다26838 판결에서 같은 취지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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