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부산 남구에 시공된 아파트의 수분양자 및 수분양자의 양수인들이 시행사 및 시공사를 상대로 아파트 분양광고에 허위 및 과장의 내용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아파트 분양계약의 해제, 취소, 무효1 및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상 책임을 주장한 사건입니다.
2. 수분양자 지위의 양수인도 표시광고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파트 수분양자 지위의 양도로 표시광고법상 허위ㆍ과장광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당연히 이전된다는 전제에서, 아파트의 최초 수분양자와 수분양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를 구분하지 않고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였습니다. 이 쟁점에 관하여 원심인 부산고등법원만 위와 같이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도 같은 쟁점이 문제 된 사건에서, 시행사의 동의 하에 분양계약자 지위를 이전받은 경우 수분양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표시광고법상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함께 포괄적으로 양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본 적이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9. 12. 선고 2011가합 70614, 2011가합84040, 2011가합116084(병합)].
나.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표시광고법상 허위ㆍ과장광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격을 가지고, 수분양자의 지위 이전은 "계약상 지위의 양도"로 계약상 지위를 전제로 한 권리관계만 이전될 뿐이므로, 별도의 채권양도절차 없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당연히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수분양자 지위를 이전받았다 하여 분양계약상의 권리 의무 이외에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청구권까지 당연히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원칙적으로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별도의 채권양도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허위ㆍ과장광고를 그대로 믿고 허위ㆍ과장광고로 높아진 가격에 수분양자 지위를 양수하는 등으로 양수인이 수분양자 지위를 양도받으면서 허위ㆍ과장광고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양수인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양도 없이도 수분양자 지위의 양수인이 직접 표시광고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는 하였습니다.
다. 검토
원심은 물론이고 하급심 판례 중 별도의 판단 없이, 수분양자 지위의 양수인이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포괄적으로 이전받은 것처럼 판단한 경우가 있으나, 이번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원의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분양자의 양수인이 시행사 등에게 표시광고법상 허위ㆍ과장광고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선, 기존 수분양자로부터 채권양도를 받거나,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한 특별한 사정을 입증해야 합니다.
책임을 묻는 입장에서는 다소 복잡할 수 있겠지만, 계약상 지위의 인수는 해당 계약에 기한 권리의무관계만 이전할 뿐 불법행위와 같이 계약에 기하지 않은 법률관계는 이전되지 않는다는 법리가 확고하게 자리잡혀 있고, 표시광고법상 책임이 불법행위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리적으로 타당한 결론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대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채권양도 없이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책임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고, 그 예시로 든 사정이 상당히 폭넓게 주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결과에 있어 사실상 큰 차이는 없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 판결의 법리가 결과에 있어서도 중대한 영향을 줄지는,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과 같은 쟁점이 문제 될 장래의 사건에서 법원이 대법원이 거론한 법리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보론(補論) : 시공사에 대한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책임
이 판결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시행사뿐만 아니라 시공사에 대하여도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는 점입니다. 원심은 이 사건 아파트의 시공사도 시행사와 사실상 공동사업주체로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신축 및 분양사업을 하였고, 시공사가 시행사의 허위ㆍ과장광고 행위를 방조하였다면서,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에게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대법원은 위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수긍하였습니다.
아파트 분양광고에 관하여 수분양자들이 표시광고법상 허위ㆍ과장 광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하는 경우, 이 사건처럼 법원이 시행사의 광고에 관여한 시공사에게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11가합20696 판결, 부산고등법원 2011. 11. 8. 선고 2009다11501 판결,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2다84417 판결 등). 시공사가 분양카탈로그 제작 및 분양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될 위험이 큽니다. 허위광고가 이루어질 경우 손해배상책임뿐 아니라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광고 문안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하겠습니다.
4. 다운로드 :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2다15336 부당이득반환등 판결
1) 참고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아파트 분양계약의 채무불이행에 기한 해제, 계약의 취소 및 무효 주장에 관하여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기존 판례의 취지만 참고삼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허위 과장광고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 여부
아파트 분양광고의 내용 중 구체적인 거래조건, 즉 아파트의 외형, 재질, 구조 등에 비추어 수분양자가 분양자에게 계약의 내용으로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이는 사항에 관한 것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이의를 유보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이나, 이러한 사항이 아닌 것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 등).
② 허위 과장 광고에 따른 아파트 분양계약의 취소 여부
상품의 선전 광고에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할 것이나, 그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이 수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를 기망행위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2001. 5. 29. 선고 99다55601, 55618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