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배경
가. 환매권과 공익사업 변환의 의미
소개해 드리는 판결은 공익사업 변환의 인정범위를 밝히는 것이어서 주목할 만한 판결입니다.
국가 등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협의취득 및 수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의취득 및 수용된 토지가 당초 목적인 공익사업에 필요하지 않게 되거나 변경된 경우, 원래 토지소유자는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
이와 같은 환매권 행사를 제한하는 사유 중 하나는 '공익사업 변환'입니다. 당초 수용목적이었던 공익사업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다른 공익사업으로 변환된 경우 다시 수용절차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기존 토지소유자의 환매권 행사가 제한됩니다. 여기서 '공익사업 변경'과 '공익사업 변환'의 경계가 문제됩니다.
나. 공익사업 변경 시 환매권 행사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개시일부터 10년 이내에 해당 사업의 폐지ㆍ변경 및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경우, 기존 토지소유자는 그때로부터 1년 또는 취득일로부터 10년 이내에 보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하고 그 토지를 환매할 수 있습니다(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 제2항).
환매권을 행사하게 되면, 기존 토지소유자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수용의 등기가 된 때에는 제3자에게도 환매권으로 대항할 수 있습니다. 발생요건 중 '당해 사업의 폐지ㆍ변경'은 당해 사업을 아예 그만두거나 다른 사업으로 바꾸는 것을 말하며, 공익사업을 위해 협의취득하거나 수용한 토지가 제3자에게 처분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토지는 당해 공익사업에는 필요 없게 된 것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2010. 9. 30. 선고 2010다30782 판결). 환매권 행사기간은 법이 정한 '1년'과 '10년'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됩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0782 판결).
다. 공익사업 변경과 변환의 경계
원칙적으로 공익사업이 변경된 경우에도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 법이 정한 공익사업 변환에 해당하면 환매권 행사가 제한됩니다(토지보상법 제91조 제6항).
즉, 공익사업 변경이 있더라도,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일부 공공기관이 사업인정을 받아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협의취득하거나 수용한 후 해당 공익사업이 제4조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규정된 다른 공익사업으로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고시한 날부터 환매권 행사기간이 다시 시작됩니다.
공익사업 변환 제도는 위헌 논의가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제도입니다. 가령, 수용 후 10년 이내에 공익사업의 폐지ㆍ변경 등이 있는 경우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돌려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수차례 공익사업 변환이 있게 되면 수십 년이 경과하여도 환매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초 공익사업이 변경되더라도 새로운 공익사업에 의하여 수용될 것이므로, 재산권 행사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절차적으로 새로운 수용절차가 진행되어야 하고 실체적으로 '사업인정고시'를 기준으로 보상금이 산정되기 때문에 보상액수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대법원은 대상 판결에서 변경과 변환의 경계에 관한 판단을 한 것입니다.
2. 판결의 취지
가. 주요 사실관계
LH공사는 택지개발사업을 위해 X소유의 토지를 수용했습니다. 수용된 토지 중 일부는 당초 예정된 목적대로 택지개발사업에 사용됐으나 일부 토지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시행된 용인 - 서울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부지에 포함돼 대한민국에 무상귀속됐습니다.
그러나 X는 고속도로 건설사업 부지에 포함된 토지는 당초 사업목적과 다른 목적에 사용됐으므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환매권은 제3취득자인 대한민국에도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환매권 행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에서 X가 승소하였습니다. 공익사업 변환에 해당하려면 기존 사업시행자와 변경된 새로운 사업시행자 모두 국가, 지자체, 또는 일정한 공공기관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의 새로운 사업시행자는 민간사업자이기 때문에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면서, 새로운 사업시행자가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에 한정할 이유가 없으며 민간사업자도 포함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토지보상법 제91조 제6항의 입법 취지와 문언, 공익사업 변환 제도는 기존에 공익사업을 위해 수용된 토지를 그 후의 사정변경으로 다른 공익사업을 위해 전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환매권을 제한함으로써 무용한 수용절차의 반복을 피하자는 데 주안점을 두었을 뿐 변경된 공익사업의 사업주체에 관하여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점, 민간기업이 관계 법률에 따라 허가ㆍ인가ㆍ승인ㆍ지정 등을 받아 시행하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의 건설사업의 경우 공익성이 매우 높은 사업임에도 사업시행자가 민간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익사업의 변환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공익사업 변환 제도를 마련한 취지가 무색해지는 점, 공익사업의 변환이 일단 토지보상 법 제91조 제6항에 정한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이 협의취득 또는 수용한 토지를 대상으로 하고, 변경된 공익사업이 공익성이 높은 토지보상법 제4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규정된 사업인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므로 공익사업 변환 제도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점을 종합해 보면, 변경된 공익사업이 토지보상법 제4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정한 공익사업에 해당하면 공익사업의 변환이 인정되는 것이지, 변경된 공익사업의 시행자가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일정한 공공기관일 필요까지는 없다.
3.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공익사업 변환에서 변경된 공익사업이 토지보상법 제4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면 충분하며, 새로운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한정하지는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과거 대법원은 "'공익사업의 변환'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투자기관 등 기업자(또는 사업시행자)가 동일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다11760 판결). 이에 대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투자기관 간에 변경된 경우'라고 해석한 견해도 있었고, 변경 후 사업시행자가 누구인지에 대하여는 제한하지 않았다고 본 견해도 있었습니다. 대상 판결은 공익사업 변환의 범위를 명확하게 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위헌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공익사업 변환 제도의 합헌성을 설명하면서, ⓛ 공익사업의 변경을 허용함에 있어서 사업시행자의 범위를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투자기관으로 한정하고, ② 변경이 허용되는 사업의 목적도 상대적으로 공익성이 높은 토지수용법 제3조 제1호 내지 제4호에 규정된 공익사업에 한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1997. 6. 26. 자 96헌바94 결정).
사업시행자의 범위에 관한 이해에 있어서 헌법재판소가 대상판결과 동일한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있고, 또한 현재 허용되는 공익사업의 범위도 위 헌재 결정 이후 확장되어 '주택 건설 또는 택지 및 산업단지 조성'도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공익사업 변환의 범위를 널리 인정하고 환매권 행사를 제한한 측면이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