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은 대부분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된 자금으로 추진됩니다. 이때 실행되는 대출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하 ‘부동산PF 대출’)이라고 하는데, 부동산개발사업의 추진 여부는 부동산PF 대출의 실행여부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개발사업의 구조는 일반적으로 부동산PF 대출이 가능한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부동산PF 대출은 사업 초기에 실행되기 때문에 대출실행 시에는 충분한 담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PF 대출의 대주는 사업 진행 중에 발생하는 현금흐름 혹은 미래에 형성되는 개발부동산의 가치를 보고 대출 실행을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PF 대출에서는 사업부지에 대한 선순위 담보권 확보 만큼이나 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신축 부동산에 대한 권리 확보가 중요합니다. 최근 진행되는 부동산개발사업에서 거의 예외 없이 신탁이 활용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요구 때문입니다. 사업부지에 대하여 담보 목적의 부동산신탁이 설정되면 사업부지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이전됩니다. 이러한 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을 취득하면, 부동산PF 대주는 신탁부동산의 환가대금에서 채권을 선순위로 변제받을 권리는 보장받으면서도 시행사(위탁자)의 다른 채권자들에 의해 사업부지에 대한 집행이 개시되어 사업이 중단되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담보를 실행할 때에도 법원의 강제경매와 달리 당사자가 합의한 다양한 방식으로 신속하게 부동산을 환가하여 채권에 충당할 수 있습니다. 한편, 신탁의 목적 자체를 부동산개발로 정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직접 사업을 추진하게 하면 투명하고 안정적인 진행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신축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수탁자가 취득하기 때문에, 신탁부동산을 추가 담보물로 확보하는 것도 용이해집니다. 그러나 신탁의 기본법리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물권 법리에 부합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활용된 기간도 짧아 법리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영역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개발사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탁은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나 신탁이 적용된 사업에 관여하는 자 모두에게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하에서는 부동산신탁의 이해함에 있어 유념해야 할 신탁의 기본법리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신탁의 개념 신탁법에서 정의하는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을 이전하고,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을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합니다. 부동산신탁은 위탁자가 이전하는 재산 즉, 신탁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 ‘부동산’인 신탁을 의미합니다. 신탁법은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계약, 위탁자의 유언, 위탁자의 선언 등에 의하여 신탁이 설정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부동산개발사업에서 활용되는 부동산신탁은 모두 신탁계약에 의하여 설정됩니다. 이러한 신탁계약은 신탁의 원인행위로서, 신탁의 목적, 신탁부동산의 관리, 처분 운용 방식, 이에 따른 수탁자의 권한 행사 범위, 수익권의 내용 및 행사방법에 이르기까지 신탁과 관계된 대부분의 권리관계를 규정합니다. 따라서 부동산신탁은 그 형태를 불문하고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규율된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본 신탁의 특성은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달리 발현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떠한 형태의 부동산신탁이든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탁계약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동산신탁 계약의 확인 부동산신탁회사는 대부분 신탁계약의 양식을 약관으로 정하여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인 사항일 뿐 각 사업의 특수성이나 당사자간의 합의는 특약으로 별도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특약은 대부분 본문에 우선하는 효력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신탁계약을 확인할 때에는 반드시 특약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신탁계약의 내용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신탁등기를 하는 경우 생성되는 신탁원부에는 대부분 신탁계약이 첨부되기 때문에, 등기소에서 신탁원부를 발급받으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신탁원부를 등기의 일부로 보아 신탁원부에 첨부되어 있는 신탁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대항력을 부여하기도 하므로, 신탁 부동산 관련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신탁원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탁재산의 소유권 신탁등기가 완료되어 신탁부동산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면,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완전히 귀속된다고 봅니다. 등기의 효력에 비추어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 위와 같은 법리가 강조되는 이유는, 신탁법상 신탁을 명의신탁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의 명의만을 타인에게 이전해 두기 위하여 행해지는 명의신탁에서는 대내적으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신탁은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신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자와 수탁자의 관계에서도 신탁재산의 소유권은 수탁자가 온전히 취득하게 됩니다. 즉 위탁자는 수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주장하거나 그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신탁계약으로 위탁자가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를 허용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부동산담보신탁입니다. 담보신탁은 담보물의 유지 또는 처분을 위해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신탁이기 때문에, 다른 담보권이 그러하듯 채무자가 담보물을 이용하는 것까지 제한할 필요는 크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는 위탁자가 부동산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부지를 담보신탁한 후 추진하는 부동산개발사업에서 위탁자인 시행사가 해당 부지를 이용하여 건물을 신축하는 것 역시 신탁계약에 그러한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동산개발사업에서 위탁자인 시행사가 신탁의 대상이 된 사업부지나 건물을 사실상 관리ㆍ이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권리는 신탁계약이 정한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며, 신탁계약에 따라 사후적으로 소멸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신탁재산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강제집행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오해입니다. 이러한 오해는 신탁법 제22조의 문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신탁법 제22조 본문은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서를 두어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를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신탁재산을 압류나 강제집행 금지 재산으로 규정한 조항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집행의 원칙을 신탁재산에 반영하였을 경우 발생하는 현상을 확인한 내용에 가깝습니다. 신탁등기가 이루어지면 신탁재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귀속됩니다. 따라서 집행의 원칙상 과거의 소유자인 위탁자의 채권자는 더 이상 신탁재산을 집행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신탁법 제22조 본문은 신탁이 되면 그 소유권 변동으로 인하여 위탁자의 채권자가 더 이상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등을 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신탁이 설정되기 전에 압류 혹은 등기를 통해 대항력을 갖춘 자가 존재한다면, 이러한 자의 집행행위는 집행의 원칙에 의하더라도 허용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가압류나 압류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목적 부동산이 이전된 경우 가압류권자나 압류권자는 소유권 변동 이후에도 가압류나 압류에 기한 집행이 가능한 것과 같은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신탁법 제22조 단서 중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란 위와 같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신탁 전에 압류 기타 등기를 통해 대항력을 갖춘 위탁자의 채권자는 여전히 신탁재산에 대하여도 강제집행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신탁법 제22조 단서가 규정한 또 다른 예외인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인한 경우’ 역시 특별한 예외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집행의 일반원칙을 신탁 이후에 소유관계에 적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탁자가 신탁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제3자는 수탁자에게 계약의 이행을 구할 수 있고, 이행을 구하는 내용의 판결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판결(집행권원)에 기한 집행은 채무자인 수탁자 소유의 재산에 대하여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탁법 제22조 단서는 이와 같이 신탁사무에 기하여 수탁자에 대하여 집행권원을 확보한 채권자는 신탁재산에 대하여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수탁자에 대하여 집행권원을 확보한 자라고 하더라도 신탁자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허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신탁법 제22조 단서는 신탁재산에 강제집행이 가능한 경우를 신탁 이후 수탁자에 대하여 집행권원을 확보한 경우가 아니라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인한 경우로 한정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부동산개발신탁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리형토지신탁, 차입형토지신탁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지만 신탁부동산을 개발하여 처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신탁을 부동산개발신탁이라고 정의하였을 때, 이러한 신탁의 수탁자는 부동산개발사업의 주체가 되어 각종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공사도급계약은 물론 신축된 부동산에 대한 분양계약 역시 수탁자가 체결하게 됩니다. 이 경우 계약의 상대방인 시공사나 수분양자는 수탁자에 대하여 이행을 구하는 판결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판결을 받은 시공사나 수분양자는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신탁사무와 관련하여 수탁자에 대하여 집행권원을 확보한 채권자는, 수탁자의 고유재산에 대하여도 집행이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수탁자가 신탁사무 중에 부담한 채무는 고유재산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선언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판례가 선언한 기본적인 원칙일 뿐, 수탁자의 책임범위는 계약으로 달리 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수탁자는 신탁사무 처리 중 채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수탁자의 책임을 신탁재산 한도 내로 한정하는 특약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책임한정 특약은 법원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어, 이러한 특약이 존재하는 경우 수탁자의 책임은 신탁재산 범위 내로 한정되며, 수탁자의 고유재산에 대한 집행도 불가능해 집니다. 우선수익자의 권리 신탁법은 신탁의 이해관계인을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체결되는 부동산신탁에는 수익자와 구별되는 우선수익자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탁법상 수익자는 다수로 구성될 수 있으며, 수익자간의 권리의 우열은 신탁계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신탁계약으로 수익자보다 우선하는 권리를 가진 우선수익자를 별도로 정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우선수익자는 신탁수익을 지급받는 순위에 있어 우선권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나, 그 외의 권리, 예를 들어 우선수익채권에 대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경우 신탁부동산에 대한 처분권한을 갖는지 나아가 신탁부동산 처분 시 어떠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지 등은 신탁계약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우선수익자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신탁의 우선수익자가 어떠한 권한을 갖는지는 반드시 신탁계약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부동산개발사업에서 우선수익자는, 시행사인 위탁자의 채권자, 가장 흔하게는 부동산PF 대주나 시공사 등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우선수익자에게는 담보 실행시 신탁부동산에 대한 폭넓은 처분권한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법원의 경매절차를 거쳐야 하는 근저당권과 같은 다른 담보권보다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선수익자의 권리가 근저당권과 같은 물권으로서의 담보권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근저당권은 대세적 효력이 있는 물권으로 강제집행 절차에서도 등기 순위에 따라 권리가 보장되지만, 우선수익권은 대세적인 효력이 없는 채권적 권리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이 개시된 경우, 우선수익자는 강제집행 절차 내에서는 담보권자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이 개시되는 경우는, 수탁자의 채권자가 집행권원을 확보한 경우인데, 우선수익자는 수탁자가 아니라 위탁자의 채권자이며, 수탁자에 대하여 집행권원을 가질 수도 없기 때문에 신탁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우선수익자는 강제집행절차에서 배당되고 남는 금액이 있어 소유자인 수탁자에게 배당된 경우, 수탁자에게 신탁수익의 배분을 요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신탁수익은 신탁재산에서 신탁보수 및 기타 각종 비용을 공제하고 남은 수익을 의미하기 때문에, 강제집행 절차 이후 수탁자에게 배분된 금액이 각종 신탁비용을 충당하고 남는 경우에만 금원의 지급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이 개시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위와 같은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수익권을 통해 채권을 담보하고자 하는 경우, 위와 같은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가며 부동산신탁은 점점 더 다양한 부동산개발사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거나 분쟁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탁의 목적 및 계약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불분명한 부분이 있을 경우 법률검토를 통해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한 후 신탁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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