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2010년 1월 1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의 핵심적인 내용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호에서는 그 중 올해 7월로 시행이 임박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제외한 노조전임자 무급'에 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내년 7월에 시행될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를 둘러 싼 법해석상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특히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하여 이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위헌이라는 견해가 있을 정도로 노ㆍ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입니다. 이는 공무원ㆍ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의 변화와 갈등과 더불어 2010년도 노사관계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Ⅱ.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단일화 방안
1.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2011년 7월 1일부터 허용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의 허용 문제는 노조법 본문에서 노조자유설립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기존 부칙에서 제한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 금지의 유예기간을 경과하도록 두면 복수노조 설립은 전면적으로 인정되게 됩니다. 또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하지 않으면 복수노조 모두가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향유하게 됩니다. 이는 이론상 단체교섭권의 헌법상 보장 취지에 충실한 방안입니다.
그런데 개정 노조법은 과반수 노조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도입하였고, 사업 단위 복수노조의 설립 금지를 2011년 6월 30일까지 유예하였습니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 금지를 다시 1년 6개월 유예한 것입니다.
2.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만료 3개월 전부터 교섭을 요구 할 수 있고 이러한 교섭요구 사실에 대한 사용자의 공고(7일) 등의 절차를 거쳐 교섭참여 노조가 확정됩니다. 이후 교섭창구 단일화는 “자율결정 → 과반수 노조 교섭대표 → 공동교섭대표단(비례대표제) → 노동위원회 결정”의 단계를 따라 진행됩니다. 이는 형식상 창구 단일화 방안으로 논의되던 노사 자율 교섭, 과반수 대표제, 비례대표제가 모두 개정법에 포함된 것입니다.
1) 노조 및 사용자간 자율결정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합니다. 다만,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간 내(참여노조 확정 후 14일 이내)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무방합니다.
2) 과반수 노조가 교섭대표 노동조합
참여노조 확정 후 14일 이내에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개별교섭에 사용자가 동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됩니다. 여기에는 절대 과반수뿐만 아니라 2개 이상의 소수 노조간 위임 또는 연합 등의 방법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되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3) 공동교섭대표단 구성(비례대표제 방식)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은 공동으로 교섭대표단을 구성하여 사용자와 교섭하여야 합니다. 이 때 공동교섭대표단에 참여할 수 있는 노조는 그 조합원 수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100분의 10 이상인 노동조합이어야 합니다. 즉, 최소 10%이상 조합원이 있어야 공동교섭대표단에 참여 가능하고, 이때 대표단 구성 방법은 노조간 자율 결정합니다.
4) 공동교섭대표단 구성 미합의시 노동위원회 결정
공동교섭대표단의 자율 구성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노동위원회는 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부 또는 일부의 신청에 따라 조합원 비율을 고려하여 이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동위원회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함에 있어 교섭요구사실, 조합원 수 등에 대한 이의가 있을 때에는 노동조합의 신청을 받아 그 이의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위원회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 및 효력은 중재 규정(노조법 제69조와 제70조제2항)을 준용합니다. 결국 노조 내부에서 자율 결정이 안 될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강제 결정하고, 중재 규정을 준용하여 사실상 이의 제기할 수 없고 수용해야 합니다.
3. 기타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내용
1) 교섭단위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원칙으로 합니다. 다만,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노동위원회는 당사자 양쪽 또는 어는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창구단일화 단위를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정함으로써 초기업단위 노조 및 산별교섭에 대한 상대적 차별을 야기한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분리결정을 둘러싸고 노동위원회의 결정 및 이에 대한 불복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장기간 교섭 진행이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2) 공정대표의무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방지하기 위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공정대표 의무 부과합니다. 즉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서는 아니 되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위의 내용을 위반하여 차별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의무의 내용이 모호하고, 공정의무 위반 시 제재방안의 실효성이 발휘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소수노조 보호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3) 쟁의행위찬반투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조합원(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조합원으로 한정한다)의 직접
ㆍ
비밀
ㆍ
무기명 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창구 단일화 절차 참여 노조 각각의 과반수 찬성은 아님)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4) 기존 복수노조 사업장에 대한 경과조치
2009년 12월 31일 현재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조직형태를 불문하고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 있는 경우에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인수, 합병, 산별노조 등의 사유로 이미 복수노조인 사업장)에 대하여는 위의 복수노조 관련 규정을 2012년 7월 1일부터 적용합니다.
일부 언론에서 산별노조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적용유예기간을 1년 추가 연장하였다고 보도되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개정 법률의 내용은 산별노조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복수노조 사업장에게 창구 단일화 시한을 1년 연장(2012년 7월1일)한 것이며 산별노조라 하더라도 2009년 12월 31일 당시에 복수노조가 아니었다면 2011년 7월1일 이후 새로운 노조 결성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한편 기존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사업장 단위 창구단일화의 예외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어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한 법리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Ⅲ. 맺으며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노동기본권의 자연권성(自然權性)으로 헌법상의 단결권에 부합하는 당연한 기본원칙입니다. 그러나 1963년 개정된 노동조합법에 의해 복수노조 금지가 도입되었고, 이후 1996년 말 개정으로 본문에서 노조자유설립주의를 채택하되, 부칙에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의 설립을 금지하였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노조법상 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하여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의 문제입니다. 이는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 미달 소수노조(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10%미만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부정하고, 그 결과 단결권조차 형해화하고,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10%미만 소수노조는 단체행동권조차도 박탈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기업단위 복수노조에 따른 교섭창구단일화의 후속조치와 관련하여 기타 여러 가지 법리적 쟁점 및 입법적 미비점 등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노조법이 일정한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그러기에 법리적 쟁점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이에 맞춰 각 기업이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각 기업과 개별 사업장에서는 여러 경우와 변수에 대한 보완책과 대응 방안을 통해 노사관계가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연착륙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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