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지성 제11회 뉴스레터 (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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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시효 완성자와 제3취득자의 관계

- 대상판결 : 대법원 2009. 7. 16. 선고 2007다15172 전원합의체판결

 

1. 들어가며

'취득시효'는 타인의 물건 또는 권리를 일정기간 점유하면,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권리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오랜 기간 유지된 현상대로 권리를 인정해 사회질서 안정을 도모하고 점유자의 입증곤란을 구제할 뿐 아니라 소유자가 권리행사를 태만히 한 데에 제제까지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입니다. 우리 민법도 취득시효제도를 받아들여, '점유로 인한 부동산 소유권의 시효취득'에 대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합니다(민법 제245조 제1항).

취득시효 완성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시효기간이 완성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점유자 명의로 '등기'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등기가 되기 전 사이에' 복잡한 법률관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상 판결도 이와 관련된 논점 중 하나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1994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형성되어 오던 대법원 판례를 다시 변경한 새로운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A는 이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된 토지(이하 '이 사건 대지')를 1961년 1월경부터 점유하여 여태 사용하고 있었고, 20년이 되는 1981년 1월경에 취득시효를 완성(이하 '1차 취득시효완성')하였는데 등기는 미처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사건 대지에 대하여 1982년 2월경 B 명의로, 1988년 3월경 C명의로, 1988년 9월경 다시 D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 현재 D가 등기 명의자입니다.

A가 1차 취득시효를 완성한 후 이 사건 대지 소유자는 몇 번 변경되었습니다. 그런데도 A가 D에게 2차 취득시효완성(이하, 취득시효가 완성되고 소유자 변경된 후 재차 취득시효가 완성되면 '2차 취득시효완성'이라고 합니다)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3. 종전 판례

종래 판례는, 부동산의 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토지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새로운 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2차의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려면 그 새로운 취득시효기간 중에는 등기명의자가 동일하고 소유자의 변동이 없어야만 한다는 취지로 판시해왔습니다. 대표적 판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대법원 1999. 2.12. 선고 98다40688 판결).

취득시효가 완성된 후에 제3취득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도 당초의 점유자가 계속 점유하고 있고, 또 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새로운 기산점으로 삼아도 다시 취득시효의 점유기간이 완성되는 경우에는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점유자로서는 소유권 변동시를 새로운 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그 점유 기간 중에는 등기명의자가 동일하고 소유자의 변동이 없어야만 한다.

이런 종례 판례에 의하면, A는 D에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원심도 기존 판례에 따라서 A의 D에 대한 취득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4. 대상 판례의 태도

대상 판결은 종래 판시를 변경하였습니다.

즉,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으나 소유권이전등기는 하지 않고 있는 사이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을 때, "당초 점유자가 계속 점유하고 있고 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도 다시 취득시효의 점유기간이 경과하면 점유자로서는 제3자 앞으로의 소유권 변동시를 새로운 점유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2차의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판결 요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점유자의 종래의 사실상태의 계속을 파괴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취득시효를 중단할 사유가 되지 못하므로, 새로운 소유명의자는 취득시효완성 당시 권리의무 변동의 당사자로서 취득시효완성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할 것이어서 시효완성자는 그 소유명의자에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는바, 이러한 법리는 위와 같이 새로이 2차의 취득시효가 개시되어 그 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다시 변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변경된 판례에 따르면, A는 D에게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5. 검토

대상판결에는 3인의 반대의견이 있습니다. 반대의견은, 취득시효제도를 해석할 때에는 부동산 물권의 득실변경에 관한 형식주의 대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거래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점유취득시효제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면 타인의 재산권을 부당히 침해할 여지가 크므로 시효취득요건을 엄격히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종전 판례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의 비판 중에 특히 눈에 띄는 주장으로는, "1차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변경된 경우에 등기부상의 명의 변경 시점을 새로이 점유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볼 수 있는 근거 내지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만일 당초 점유자가 등기부상 소유자의 변경 사실을 잘 알면서도 점유를 개시했다면 타주점유에 해당하고, 그렇지 않고 애초 점유자가 등기부상 소유자의 변경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점유를 계속한 것이라면 등기부상 소유자의 변경 시점을 새로운 점유의 기산점으로 볼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에 대하여는 다수의견이 보충의견으로 재반박하고 있으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완전하게 해명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논리를 따르더라도 2차 취득시효에서 기산점을 정하는 방법은 1차 취득시효의 경우와 일관되지 않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1차 취득시효기간은 점유자가 자주점유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바로 시작되므로 점유자의 점유 개시 시점이 기산점이 되고 점유 도중에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더라도 그 때를 새로운 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2차 취득시효 완성을 인정할 때에 그 기산점을 제3취득자가 생긴 시점으로 잡는 것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6. 나오며

종래 판례는 1차 취득시효 진행과 2차 취득시효 진행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면서까지 취득시효제도를 제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변경된 판례의 결론은 타당합니다. 더구나 기존 판례에 따르면 점유를 더 오래한 자가 보호되지 못하고 오히려 점유기간의 장단에 따라 보호 정도가 역전되는 결과마저 생기게 되므로 이번 판례 변경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다만 1차 취득시효완성 때와는 다른 잣대로 2차 취득시효 완성의 기산점을 삼는 문제에 대하여는 차후 더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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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09. 7. 16. 선고 2007다15172 전원합의체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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