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배달로봇과 차량 간 접촉 사고 발생
2024년 12월 인천 송도에서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배달용 자율주행 로봇이 교통 신호를 위반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실외이동로봇과 차량이 처음으로 충돌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으며, 로봇이 보행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차량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는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로봇 운용자 측과 차량 운전자 측은 큰 인명 피해 없이 원만히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계기로 로봇이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에 해당하는 것이 적절한지, 향후 유사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었습니다.
2. 도로교통법상 실외이동로봇이 보행자에 해당하는 것이 적절한지
현재 실외이동로봇은 도로교통법 및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하 “지능형로봇법”)에 따라 보행자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분류가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2023. 11. 17. 시행된 지능형로봇법 개정으로 ‘실외이동로봇’ 정의가 도입되었고,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에 해당하도록 도로교통법령이 개정되었습니다. 실외이동로봇의 보도 통행 허용을 위하여, 도로교통법의 여러 조항을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의 보행자 범주에 실외이동로봇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법체계를 정비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실외이동로봇이 보행자로 분류됨으로써 혼란과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7조는 차량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실외이동로봇을 사람인 보행자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으며, 실외이동로봇과 차량 간 접촉 사고 시 사람인 보행자를 친 것과 유사한 책임이 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의 의무(제5조)와 실외이동로봇 운용자의 의무(제8조의2)가 중복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에, 실외이동로봇을 단순 보행자로 취급하기 보다는, 보도 통행을 허용하되 사고 발생 시 그 운용자가 적절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을 포함한 법체계 정비가 필요합니다.
3. 실외이동로봇 운용 중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실외이동로봇은 현행법상 권리ㆍ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실외이동로봇 운용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운용자가 민ㆍ형사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도로교통법상 실외이동로봇 운용자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8조의2, 제157조).
형사책임과 관련하여, 경찰청은 로봇의 상대방이 차량인 경우와 사람인 경우로 나누어 발생 상황에 따라 적용 법률을 정리한 바 있어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이에 따르면, 실외이동로봇으로 인하여 사람이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른 경우 그 운용자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으로 처벌될 수 있으며, 차량이 파손된 경우 재물손괴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외이동로봇이 운행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일반적인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로서 처리될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
실외이동로봇 시대 개막(산업통상자원부ㆍ경찰청, 2023. 11. 15.)
민사책임의 경우 일반적인 불법행위 법리가 적용되며, 실외이동로봇 운용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로봇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이용자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다면, 로봇 이용자가 온전히 그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제조사와 이용자 중 누가 배상책임을 질 것인지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기술발전 및 산업 활용 상황을 고려하면서 사례 축적을 통해 기준을 정립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