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경 NFT 작품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미술창작자의 추급권(이하 ‘추급권’ 또는 ‘재판매보상청구권’; Droit de Suite)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성화 되고 있다는 취지의 기고를 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 실제로 활발한 논의가 더 이루어진 끝에, 추급권을 입법화 하는 미술진흥법(이하 ‘미술진흥법’ 또는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미 추급권 제도를 도입한 EU와의 FTA에 따른 법제화 필요성이 주된 제정의 배경이었지만, NFT 미술품 시장의 활성화가 그 기폭제가 되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 법률(제19568호, 2023. 7. 25. 제정)은 2024. 7. 25. 시행되었지만,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에 관한 조항들은 2027. 7. 26.부터 시행됩니다.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이러한 입법이 향후 NFT 미술품 거래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겠습니다.
1. 미술품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
‘재판매보상청구권’이란 미술품이 매매될 때마다 작가(원저작자)가 매매가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 명목으로 수령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미술진흥법은 이러한 권리를 명문화하였는데, 그 청구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법 제24조 제1항).
- 미술품의 소유권이 작가로부터 최초로 제3자에게로 이전되어 있고,
- 위 소유권 이전 이후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ㆍ자문업, 미술품 대여ㆍ판매업자들이,
- 매도인, 매수인 또는 중개인으로 개입하여,
- 미술품 재판매가 되었을 것.
다만, ① 재판매가가 경미(500만 원 미만)한 경우, ② 업무상저작물인 미술품이 재판매된 경우, ③ 원작자로부터 직접 소유권 취득 후 3년 이내 재판매하는 경우로서 재판매가가 2천만 원 미만인 경우 등은 보상청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재판매 이익을 분배할 필요성이 크지 않거나, 단기간 내에 이미 원작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 것입니다.
이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양도가 가능하지 않고, 작가가 생존하는 동안 및 사망(사망 후에는 상속인이 행사)한 후 30년간 존속합니다(법 제24조 제2항). 작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대한민국이 가입 또는 체결한 국제조약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그 외에는 상호주의 원칙(그 외국에서도 대한민국 작가에게 같은 권리를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에 따르게 됩니다(법 제24조 제3항).
이 보상금은 작가가 개별적으로 청구하여 수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음악저작권료 등과 유사하게 권리신탁을 받은 단체를 통해 징수 및 분배하게 됩니다(법 제25조). 다만, 가장 중요한 1) 권리 인정 대상 “미술품”의 범위와 2) ‘보상금 요율’은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어,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2. NFT 미술품도 적용 대상이 될지?
미술진흥법 제2조 제1호의 “미술”이란 작가의 사상ㆍ감정이나 예술적 경험 등을 회화, 조각, 판화,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행위예술, 응용미술 등 시각적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고, 제2호의 “미술품”이란 작가가 미술 활동을 통해서 산출한 유ㆍ무형의 창작물을 의미합니다. 이 문언만 놓고 보자면, NFT 미술품 역시 작가의 사상ㆍ감정이나 예술적 경험이 시각적 매체를 통해 표현된 것으로서 “미술품” 범주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제24조는 재판매보상금청구권이 허용되는 “미술품”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NFT 미술품도 이에 포함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NFT 미술품이 제외되어야 한다는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통상 NFT 민팅(Minting) 과정에서 스마트계약을 통해, NFT 미술품의 재판매시 최초 발행자에 대한 로열티(재판매보상금)가 자동으로 지급되도록 설정할 수 있어, 굳이 법률상의 재판매보상금청구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법정 권리를 인정하게 될 경우 스마트계약상의 권리와 충돌하거나 이중 보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셋째, 스마트계약상 보상금지급의무자는 매수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매도인을 지급의무자로 명시한 법 규정과 조화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반면,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스마트계약상의 권리는 어디까지나 당사자 간의 합의에 기한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여, 위 권리를 스마트계약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권리자 보호가 어렵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둘째, NFT 미술품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법정의 요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상요율이 정해질 수도 있어, 권리자가 어떤 권리(법정 권리 vs. 계약상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줄 필요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셋째, 스마트계약이 적용되지 않는 NFT 거래 플랫폼 외에서의 거래(예: 메타버스, 게임 등)가 활성화될 경우 보상 문제가 거론될 수 있으므로, NFT 미술품이라 해서 법의 적용 범위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넷째, 스마트계약에 그 권리존속 기간을 ‘생존기간 및 사후 30년’이라는 권리보호기간보다 단기로 설정할 경우, 권리자 보호에 흠결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습니다.
재판매보상금 제도를 먼저 도입한 유럽(프랑스, 독일 등)의 상황도 다소 명확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프랑스 저작권법은 ‘디지털 미디어 관련 조형미술창작품(총 12점의 복제본에 한함)’을 추급권 대상 저작물로 정의하고 있는데,
1 NFT 미술품이 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재판매보상금 관리단체인 프랑스 ‘그래픽아트 및 조형미술 보호협회(ADAGP)’는 NFT 미술품에 대해서도 추급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
2인데, 법원의 판례 등을 통해 공신력 있는 해석론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이처럼 찬반 견해가 대립되고, 해외에서도 여전히 논쟁중인 바, 미술진흥법상 재판매보상금청구권 적용 범위에 NFT 미술품도 포함될지 여부는 법 시행령 제정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3. 미술진흥법과 NFT 미술품,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이제는 입법을 통해 추급권 규정의 미비로 상대적 박탈감이 컸던 실물 미술품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미술품 거래 활성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이번 입법은 기본적으로 반길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재합니다.
거래 생태계 본연의 특수한 성격으로 인해, NFT 미술품 작가들의 권리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아 왔지만, 변화무쌍한 시장 상황에 따라 이들에 대한 권리 보호에 공백이 생길 여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실제 NFT 미술품 거래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최근 재판매보상금요율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3 그 외 보호 기간, 보호 범위 등에 있어 역차별의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NFT 미술품을 법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지 모릅니다. 미술품 거래시장에서 NFT 미술품을 분리하여 고찰하는 것은 쉽게 상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디지털 아트 시장의 규모와 인지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NFT 미술품에 대해서도 계약상 권리와 법정 권리를 중첩적으로 인정하되, 이중의 보상은 이루어질 수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플랫폼을 통한 NFT 미술품 거래 역시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또는 “미술품 판매업” 중 어느 하나로 해석될 수 있도록 규범을 정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법 시행까지는 3년 여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시행령 제정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이번 입법이 NFT 미술품 거래 생태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