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지평은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 내지 의료급여비용 청구 자격에 관하여 의미 있는 법리를 설시한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을 받았습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두58202 판결).
1. 사안의 개요
A 병원은 다수의 의사, 즉 B씨 등 4명(이 사건 원고들)과 C씨가 함께 개설하여 운영하던 의료기관입니다. 그런데 공동개설자 중 한 명인 C씨가 급여비를 거짓으로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사기죄 등으로 기소되었고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장관은 C씨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2018. 8. 1. ~ 2018. 10. 31.)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B씨 등 나머지 공동개설자들은 2018. 9. 4. C씨를 공동개설자에서 제외시키는 의료기관 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C씨의 의사면허 자격정지가 시작된 후 공동개설자에서 제외되기까지의 기간(2018. 8. 1. ~ 2018. 9. 3.)이 문제됩니다. 과연 이 기간에 대하여 A 병원이 급여비용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사건 피고)은 A 병원이 같은 기간에 대한 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B씨 등 4명의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 심사청구를 반송처리하였습니다. B씨 등 4명은 ‘C씨는 공동개설자로 이름만 올려져 있었을 뿐 실제 진료는 하지 않았고, 다른 공동개설자들은 실제 진료행위를 실시한 이상 그 대가로 급여비용을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B씨 등의 입장에서 보면, 병원을 공동으로 개설ㆍ운영하던 여러 의사들 중 면허정지처분을 받은 의사 한 명은 진료에 관여하지 않았고, 다른 의사들이 별다른 문제없이 환자들을 진료한 부분에 대한 청구까지 거절당한 것이 억울한 상황이었습니다.
제1, 2심 법원은 B씨 등 나머지 공동개설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비용 불인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공동개설자가 자격정지 기간에 요양급여, 의료급여 제공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지 여부를 가지고 의료기관의 해당 급여비용 심사청구의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와 달리 의료기관의 공동개설자 등록 여부 등 형식적인 사유를 가지고 그 급여비용 심사청구의 적정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2. 대법원 판결 요지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두58202 판결(이 사건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A 병원이 C씨의 면허정지처분 기간 동안 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비용 불인정처분은 적법합니다.
대법원이 제1, 2심 법원과 다르게 판단한 결정적인 이유는, 의료법 제66조 제3항이라는 법률 규정의 해석 차이 때문입니다. C씨는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같은 법 제66조 제3항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제1항 제7호에 따라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의료기관은 그 기간 중 의료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의료법 제66조(자격정지 등) ③ 의료기관은 그 의료기관 개설자가 제1항제7호에 따라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그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업을 할 수 없다.
제2심 법원은 의료법 제66조 제3항에 대하여 “이는 의사면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의 운영을 통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면허정지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병원의 공동개설자들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묻기 위한 규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자격이 정지된 의료기관 개설자 본인을 제재하려는 것이 이 조항의 핵심 입법목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자격이 정지된 개설자를 배제하고 다른 공동개설자들이 제공한 진료행위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에서의 진료행위와 비교하여 차이가 없어서 이들까지 제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고려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의료법 제66조 제3항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의료법 제66조 제3항에 사용된 문언에 주목합니다. “의료기관은 … 의료업을 할 수 없다.”라고 정합니다. 이 조항에서는 의료업 영위가 금지되는 주체가 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 본인)이 아니고, “의료기관”입니다. 즉, 이 조항은 의료인의 거짓 진료비 청구행위를 이유로, 의료인의 자격정지라는 제재를 넘어, 그가 개설한 의료기관의 의료업까지 제재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66조 제3항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 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제재의 대상인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의료법 제66조 제3항의 입법 취지입니다. 입법목적은 진료비 허위 청구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해 적정한 제재를 부과하려는 것인데, 여러 의료인이 공동으로 개설하고 운영한다는 이유로 일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제재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면 그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할 것입니다. 대법원도 “의료업 금지 등의 효력 범위를 진료비 거짓 청구행위의 당사자인 해당 개설자에게 한정시키려는 취지가 아니[고,] 이는 다수의 의료인이 공동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하였습니다. 이 조항이 처음 도입된 당시의 입법자료를 살펴보면, 의료기관 개설자의 면허가 정지당했음에도 같은 의료기관이 “간판만 바꾸어 달고 (다른 사람을 통해) 영업이 지속”되는 것을 제한하고자 하였다는 사정이 잘 드러납니다(2001. 12. 19.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법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적ㆍ논리적 해석이 중요합니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 수위를 다르게 정합니다. 개설자에게 금고 이상 형의 확정 시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 제64조 제1항에 따른 개설 허가 취소처분 내지 폐쇄명령까지 할 수 있고, 그렇지 않고 개설자가 의료법 제66조 제1항에 의한 자격정지 처분만 받은 경우에는 의료법 제66조 제3항에 따라 자격정지 기간 동안 자동적으로 의료기관의 의료업이 금지됩니다. 의료인에 대한 제재와 별도로, 의료기관에 대해서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폐쇄명령을 하거나(제64조 제1항 제8호)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입니다(제66조 제3항). 대법원은 “이러한 제재의 필요성은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1인인지 다수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고, 의료법 제64조 제1항이나 제66조 제3항에서도 이를 달리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의료법상 진료비 거짓 청구에 따른 행정처분과 효과]
요건 |
효과 |
근거 조항(의료법) |
① 의료인의 진료비 거짓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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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면허 자격정지
(자격정지기간 중 의료행위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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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66조 제1항 제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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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인의 진료비 거짓 청구
② 그 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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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면허 자격정지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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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66조 제1항 제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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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업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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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66조 제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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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인의 진료비 거짓 청구
② 그 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자
③ 의료인에 대한 금고 이상 형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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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면허 자격정지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 제한)
+ 3년 의료기관 개설ㆍ운영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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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66조 제1항 제7호
+ 법 제64조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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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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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64조 제1항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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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법원은 의료법 제66조 제3항 등의 규정 내용, 입법 취지 및 법문의 체계적ㆍ논리적 해석 원리에 따라 제1, 2심과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C씨의 자격정지 기간 동안 A병원은 의료법 제66조 제3항에 따라 의료업을 할 수 없고,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상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3. 판결의 의미와 주의점
이 사건 대상판결은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66조 제3항을 위반하여 의료업을 하였기 때문에 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공동개설자 중 일부의 자격정지 처분기간 동안 진료행위 등을 계속한 병원의 의료법 위반 여부나 급여비용 청구 자격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는 다수의 동종 사건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이 의료법 규정을 위반하면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상 급여비용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최근 대법원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의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같지 않다면서, 의료법을 위반하였다고 할지라도 그 사정만으로 기계적으로 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 위법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사가 두 개 이상 병원을 개설ㆍ운영하는 이른바 중복개설병원입니다. 대법원은 중복개설병원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 운영자에 고용되어 명의를 빌려준 의사가 실제 질병의 치료 등 요양급여를 실시한 이상 진료비 등 급여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참고로 이 사건 대상판결이 파기한 제1, 2심 판결도 위 대법원 2015두36485 판결을 원용하고, 그 논리대로 B씨 등이 실제 환자를 치료한 이상 그에 따른 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에 따르면 중복개설병원에 관하여는 의료법 제66조 제3항과 같은 의료업 금지의 제재 규정이 없으므로, 제1, 2심이 중복개설병원 사례의 판례를 원용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요컨대 의료법 규정의 준수 여부와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에 따른 급여비용 청구 자격은 서로 밀접히 관련되면서도 독립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대두되는 사건 유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이 사건 대상판결은 그중 한 가지 대표 유형에서 타당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 비추어 보면 의료법에서 직접 의료업을 금지하는 제재 규정을 두었는지가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에 따른 급여비용 청구 자격을 판단할 때 일응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구체적인 사안마다 어떠한 의료법 규정이 문제되었는지, 그에 따른 법률 효과는 무엇인지 개별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면 진료비 등을 받지 못한다’는 단순한 논리나 ‘의료법 위반과 급여비용 청구 자격은 아예 무관하다’는 서투른 사고는 모두 대법원 판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아닙니다.
법무법인(유) 지평 헌법ㆍ행정ㆍ규제대응팀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 등 주요 법률 규정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한편으로는 국민보건 행정 업무의 정당한 기준을 제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기관의 불합리한 업무 관행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의료인 등 개인의 권리 구제에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