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① 피고는 S사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발행한 증권회사이고, 원고들은 ELS를 매입한 투자자임.
② 이 사건 ELS의 구조
- 기준가격: 2005년 3월 16일의 S사 보통주 종가인 108,500원
- 만기평가일: 2008년 3월 17일
- 중간평가일: 발행 후 4, 8, 12, 16, 20, 24, 28, 32개월 경과 시점
- 상환조건: 각 중간평가일에 기초자산 중간평가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높거나 같을 경우 또는 2005년 3월 17일부터 해당 중간평가일까지 S사 보통주 가격이 장중가를 포함하여 한 번이라도 기준가격의 110% 이상으로 상승한 적이 있는 경우 → 액면금에 각 차수가 도래할 때마다 3%씩 증액된 수익금(즉 연 9%의 수익금)을 더하여 중도상환
③ ELS의 두 번째 중간평가일인 2005년 11월 16일 S사 보통주는 기준가격 108,500원에 거래되기 시작하여 오후 12:00경부터 거래 종료 10분 전인 14:50경까지는 기준가격 이상인 108,500원 또는 109,000원으로 거래되고 있었음.
④ 피고 소속 트레이더는 14:50경부터 15:00경(단일가매매 시간대)에 S사 보통주 134,000주에 대하여 9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매도 주문을 내었고, 그 중 86,000주를 매도하였음. 결국 2005년 11월 16일 S사 보통주 종가는 기준가격 이하인 108,000원이 됨.
⑤ 이후 이 사건 ELS는 중도상환조건이 성취되지 않고 만기 도래. 원고들은 만기에 따른 원금 손실을 봄.
⑥ 원고들은 2005년 11월 16일에 이 사건 ELS의 중도상환조건이 성취되었다고 주장하며 약정중도상환금에서 만기상환금을 뺀 차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함.
⑦ 제1심, 제2심은 모두 원고들 청구 기각: ELS를 발행한 금융기관은 위험 회피를 위하여 델타헤지(delta hedge) 거래를 하는데, 델타헤지는 금융기관의 자산운용 건전성을 위해 보편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는 헤지방법임. 2005년 11월 16일에 S사 보통주 대량매도주문을 한 것은 델타헤지에 부합하는 거래이어서 인위적인 시장조작과 같은 불법행위나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하지 않음.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증권회사는 유가증권의 발행, 매매 기타의 거래를 함에 있어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 투자자의 보호나 거래의 공정을 저해하여서는 안 되므로
투자자와의 사이에서 이해가 상충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이해상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투자자가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추구하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증권회사가 약정 평가기준일의 기초자산 가격 또는 지수에 연계하여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ELS]을 발행하여 투자자에게 판매한 경우에는, 증권회사가 설사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고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위험회피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약정 평가기준일의 기초자산 가격 또는 지수에 따라 투자자와의 사이에서 이해가 상충하는 때에는 그와 관련된 위험회피거래는 시기, 방법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하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공정한 가격형성에 영향을 끼쳐 조건의 성취를 방해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피고가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과 관련된 델타헤지 거래로 삼성SDI 보통주를 매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회피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행하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신뢰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과 같이 중간평가일의 기초자산 가격이 중도상환조건을 성취시키는 가격에 근접하여 형성되고 있어 그 종가에 따라 중도상환조건이 성취될 가능성이 커서
피고와 투자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는 상황에서는 피고는 중도상환조건의 성취 여부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방법으로 헤지 거래를 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해야지 그 반대로 중도상환조건의 성취를 방해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헤지 거래를 하여서는 안 된다.
피고가 동시호가 시간대에 전체 매도 주문의 약 79%를 차지하는 134,400주의 매도 주문을 내고, 그 중 94,000주에 관하여 기준가격인 108,500원에 미치지 못하는 호가를 제시하여 결국 종가가 108,000원으로 결정되어 ELS의 중도상환조건 성취가 무산된 것은
원고들에 대한 투자자보호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서 신의성실에 반하여 이 사건 주가연계증권의 중도상환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판결의 검토
가. ELS의 통상적인 위험 헤지 방법: 델타헤지
'델타헤지'란, 옵션 자산에서 발생한 손익을 상쇄하도록 현물 자산을 운용하여 위험을 헤지하는 기법(즉 이론적으로 손익을 0으로 만드는 기법)입니다. 이 사건과 같이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이익이 되는 상승형 ELS의 경우, ELS 발행기관은 기초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면 델타의 감소분만큼 기초자산을 매도하게 되고, 가격이 하락하면 델타 증가분만큼 기초자산을 매수하게 됩니다. 이론적으로 델타헤지 과정에서 발행기관은 기초자산을 저가에 매수, 고가에 매도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이 수익과 기초자산의 매각대금이 ELS 상환 재원으로 사용됩니다.
이 사건 ELS와 같은 상승형 ELS는 중간상환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높으면 투자자가 이익을 보면서 중도상환하게 되어 있으므로, ELS 발행기관은 델타헤지를 통하여(즉 기초자산을 매도하여) 기초자산의 기준가격을 떨어뜨리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 즉, 발행기관과 투자자 사이의 이익충돌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피고는 중간상환평가일 당일, 그것도 복수가격 경쟁매매가 아닌 단일가매매(구 동시호가)가 적용되는 장종료 10분 전(14:50~15:00)에 집중적으로 매도 주문을 내었고, 그 결과 S사 보통주 종가는 상환가격보다 5,000원 낮은 108,000원으로 형성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의 이러한 거래가 위험 회피를 위한 델타헤지라 하더라도 투자자 보호의무를 게을리한 것이고, 신의성실에 반하여 ELS 중도상환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 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2009년 9월 'ELS 헤지거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ELS 조기(만기)상환평가가격 결정기간 중의 의도적 시세조종행위로 오인될 수 있는 호가제출 및 매매거래는 금지되고, ELS 헤지를 위한 기초주식 매매거래과정에서 해당주식의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위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증권회사는 투자자와의 이익충돌 상황에서도 투자자 보호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며, 투자자의 이익을 희생시켜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4.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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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