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기존에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구 파견근로자의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법이 정하는 고용간주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어 왔으나, 개정 파견법(2006.12.21 법률 제8076호)은 제6조의 2에서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사용사업주의 고용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구 파견법상 '고용의제'의 인정여부에 관하여는 비록 파견법이 개정되어 '고용의제'가 '고용의무' 규정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2007년 7월 이전에 이미 2년 이상 계속 근로한 경우에는 여전히 구파견법상의 '고용의제' 적용여부가 문제되므로 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예스코(구 극동도시가스)사건(대법원 전원합의체 2008.9.18. 선고 2007두22320 판결)에서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에 정한 직접고용간주 규정의 적용범위의 해석에 있어 적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 '위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도 적용을 긍정하여 구 파견법상의 '고용의제' 조항을 둘러싼 법원의 입장을 정리하였습니다. 이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들을 구 파견법 제5조 제1항에서 허용된 업무와 다른 업무에 종사하게 하여 근로자파견이 위법한 경우라 하더라도, 같은 법 제6조 제3항 본문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한 사례입니다.
대상판결(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도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동일한 취지를 확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본 판결의 사회적 파장이 큰 것은 그 결론이 아니라, 판결이유의 사실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규모 제조업체의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고용형태가 '도급'이냐, '파견'이냐에 대한 논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제조업체, 특히 자동차 노사는 사내하청의 고용형태를 놓고 '파견'이냐, '도급'이냐 논란을 벌여 왔습니다. 그 핵심은 누구를 하청근로자의 사용자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노동계는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라면서, 생산관리부터 노무지휘까지 모든 것을 사실상 관리하는 원청업체가 진짜 사용자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자동차 업계에서는 독립된 업무의 완성을 위한 "도급계약"이므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채용한 하청업체가 사용자라고 대응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청업체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여 노동계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구)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 제3항 본문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이하,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라고 한다)하고 있다.
이러한 직접고용간주 규정은 파견근로자보호법 제2조 제1호에서 정의하고 있는 '근로자파견'이 있고 그 근로자파견이 2년을 초과하여 계속되는 사실로부터 곧바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근로관계가 성립한다는 의미를 가지므로, 이와 달리 위 규정이 이른바 '적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축소하여 해석하는 것은 그 문언이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아무런 근거가 없다(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의 법리와는 달리 사용사업주에 해당하는 참가인이 파견근로자인 원고들이 종사하고 있는 자동차조립 등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파견근로자보호법 제5조 제1항에서 정하는 근로자파견사업이 허용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들 또한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은 바도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자파견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 제3항에 정한 직접고용간주 규정의 적용범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사실관계의 요지
이 사건의 기초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통해 원고들(사내하청 근로자)은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참가인(현대자동차)의 사업장에 파견되어 참가인으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① 자동차 조립ㆍ생산 작업은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참가인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의장공정에 종사하는 자들이다.
② 원고들은 컨베이어벨트 좌우에 참가인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혼재하여 배치되어 참가인 소유의 생산 관련 시설 및 부품, 소모품 등을 사용하여 참가인이 미리 작성하여 교부한 것으로 근로자들에게 부품의 식별방법과 작업방식 등을 지시하는 각종 작업지시서 등에 의하여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의 고유 기술이나 자본 등이 업무에 투입된 바는 없었다.
③ 참가인은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 직영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원고들이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 방법, 작업 순서 등을 결정하였다. 참가인은 원고들을 직접 지휘하거나 또는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 소속 현장관리인 등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였는데, 이는 원고들의 잘못된 업무수행이 발견되어 그 수정을 요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방식의 작업지시가 이루어졌다.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사내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 등이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도급인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그러한 지휘명령이 도급인 등에 의해 통제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였다.
④ 참가인은 원고들 및 그 직영근로자들에 대하여 시업과 종업 시간의 결정, 휴게시간의 부여, 연장 및 야간근로 결정, 교대제 운영 여부, 작업속도 등을 결정하였다. 또 참가인은 정규직 근로자에게 산재, 휴직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로 하여금 그 결원을 대체하게 하였다.
⑤ 참가인은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를 통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근태상황, 인원현황 등을 파악ㆍ관리하였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2008년 예스코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을 다시 확인한 것이지만, 실제 대규모 제조업체에서 널리 관행화된 사내하청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근로자 파견'으로 파악한 것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즉 제조업체의 사내하청도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므로 구 파견법상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자동차 조립 · 생산 작업이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방식으로 진행되고, 지휘명령이 사내하청업체의 현장관리인을 통해 이뤄졌어도 사실상 현대차에 의해 통제됐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소송을 제기한)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는 현대차의 직접적인 노무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갖습니다.
첫째. 그동안 대규모 제조업체에서는 비용절감과 인력운용의 탄력성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사내하청을 광범위하게 이용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국내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사용 관행에 대해 대법원이 "파견에 해당한다"고 하여, 사회적 파급력이 큰 대기업의 사내하청 고용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제조업체의 사내하청을 통한 인력운용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둘째. 위 판결은 구 파견법상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원청업체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구 파견법상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정규직노조(사안에서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을 여지가 있으며, 향후 정규직에 대한 복리후생제도가 사내하청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대상판결로 피고보조참가인인 현대자동차는 직접적으로 막대한 금전적 부담을 안게 될 수 있습니다. 구 파견법상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2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정규직과의 임금차액'을, 2년 이상 근무하고 해고된 사내하청 근로자는 '임금차액 외에도 해고된 날로부터 정규직에 적용되는 임금 전액'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소송을 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뿐 아니라 부품 · 전자 · 철강 · 조선 등 전체 제조업 사내하청 근로자에 적용되어 대상판결의 적용을 받는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와 퇴직자 · 해고자들이 체불임금 청구의 집단소송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예상됩니다. 실제로 7월 26일 금속노조에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동판결의 적용을 받는 구 파견법하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모아 체불임금 청구의 집단소송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5. 맺으며
대상판결은 제조업체에서 널리 관행적으로 사용한 사내하청의 고용형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노동계에서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정된 파견법에서는 2년 이상 근무하여도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여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뿐(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및 제46조 제2항), 구 파견법의 '고용간주'가 아니어서 그 파급력이 기존 구 파견법상의 2년 이상 근무자에게 한하여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조업체의 사내하청의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으로 판단된 이상 이를 시정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제조업체 실무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반대로 불법도급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고용주기를 2년 이내로 단축하여 운용하거나, 공정의 모듈화 확대를 통한 기술대체가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업체에서 사내하청 대신 제조공정 자체를 사외 외주화로 전환할 소지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6. 다운로드 :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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