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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헌법 · 행정 · 규제대응] 공법상 당사자소송에서 민사소송으로 소 변경 허용 여부
2023.09.05
도시개발사업 청산금을 둘러싼 소송이 있었습니다.  원고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설립인가를 받은 도시개발사업조합입니다.  피고 A시로부터 B지구 도시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 실시계획인가를 받았습니다.  피고가 소유하던 토지도 사업대상 부지에 편입되었습니다.  피고는 편입되는 토지들을 분할하거나 그 지목을 '대지 또는 잡종지'로 변경하고, 이를 지적공부에 등재하고 등기도 마친 바 있습니다.  원고는 환지계획을 작성해 공람절차를 거친 후 피고에게 환지계획의 인가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환지계획을 인가하였습니다.  사업이 진행되고 피고는 고시C로 이 사건 사업 공사완료를 공고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환지처분의 내용을 공고(이하 '이 사건 환지처분')하였습니다.  피고에 대한 최종 청산금이 3,957,827,600원(이하 '이 사건 청산금')으로 정해졌습니다. 

이후 원고는 위 청산금이 잘못 산정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 사업에 관한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이루어진 이후에 피고가 도시개발법령에 위반하여 허가없이 토지를 분할하는 방법 등으로 개발행위를 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지목변경 등의 절차를 거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위법한 개발행위로 인한 토지 가치의 상승분은 환지 청산금 산정을 위한 종전토지평가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청산금을 다시 산정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산금 채무는 3,534,050,553원을 초과하여서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였습니다.

제1심에서 원고의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제1심법원은,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는 한 행정처분에 취소할 수 있는 위법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처분은 행정행위의 공정력 또는 집행력에 의하여 그것이 적법하게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민사소송절차에서 그 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는데(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20179 판결 등 참조), 이는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으로서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를 피고로 하는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 절차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했습니다. 

나아가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어 처분이 무효로 되기 위해서는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할 것이 요구되는데, 청산금 산정방법이 잘못된 것은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 부과처분의 취소사유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5. 6. 13. 선고 94누13626 판결 참조).  그렇다면, '청산금을 산정함에 있어 위법한 개발행위로 인한 토지 가치의 상승분은 제외되어야 한다'는 원고 주장 역시 행정처분인 이 사건 환지처분에 청산금 산정을 위한 토지가액 평가에 관한 법률해석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하자는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 사건 환지처분이 존재하는 한 원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게 됩니다. 

제2심 진행 중 사실관계가 달라졌습니다.  원고는, 피고에 대한 환지처분 청산금 산정이 잘못되었으므로, 423,777,047원(=기존 청산금 3,957,827,600원 - 변경된 청산금 3,534,050,553원) 부분을 일부 취소하는 내용으로 청산금 교부처분을 직권으로 변경하고 피고에게 통보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를 상대로 과지급된 청산금 423,777,047원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청구로 소를 변경하는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변경신청을 불허하였습니다.  청구취지 변경신청은, 기존의 당사자소송인 행정소송 절차를 부당이득반환청구의 민사소송 절차로 변경하겠다는 소변경 내지 청구변경 신청에 해당하고, 위와 같은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사이의 소변경 내지 청구변경은, 청구의 기초에 변경이 있는 경우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로써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 것입니다. 

이러한 제2심법원의 판단은 타당할까요.  이 사건처럼 소 변경 필요성이 인정됨에도, 단지 소 변경에 따라 소송절차가 달라진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제기한 소를 취하하고 새로 민사상의 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듭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공법상 당사자소송에서 민사소송으로의 소 변경이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2두44262 판결). 

구체적으로 보면,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은 행정소송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행정소송의 성질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경우도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따라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의 취지를 변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으로 제기해야 할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한 경우 수소법원으로서는 원고로 하여금 항고소송으로 소 변경을 하도록 석명권을 행사하여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심리ㆍ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이처럼 민사소송에서 항고소송으로의 소 변경이 허용되는 이상, 공법상 당사자소송과 민사소송이 서로 다른 소송절차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없다고 해석하여 양자 간의 소 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보면, 청산금 채무가 3,534,050,553원을 초과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기존 청구취지와 위 3,534,050,553원을 초과하여 지급된 청산금이 부당이득이라는 이유로 그 반환을 구하는 청구취지는 모두 도시개발법 제41조에 따른 청산금채무가 3,534,050,553원이라는 동일한 주장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은 허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대상과 민사소송의 대상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처럼 소송 진행 도중의 사정변경 등으로 인해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제기된 소를 민사소송으로 변경할 필요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사자의 권리구제와 소송경제를 감안하더라도 공법상 당사자소송에서 민사소송으로의 소 변경은 허용되는 것이 타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