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의 시대입니다. 전 세계의 공급자와 이용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됩니다. 시가총액 세계 10대 기업 중 7곳이 플랫폼기업입니다(삼정KPMG 플랫폼비즈니스의 성공전략). 국내 온라인쇼핑의 월 거래액은 15조 원이 넘었습니다(통계청 2020. 12. 온라인쇼핑동향). 시장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정부 규제법안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규제당국은 플랫폼기업의 시장독점과 우월적 지위의 남용을 우려하고, 사업자들은 규제가 혁신과 경쟁을 방해할까 우려합니다.
온라인플랫폼 규제는 1) 소비자 보호, 2)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 3)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경쟁보호라는 각각의 측면에서 진행되며, 관련 법안이 제ㆍ개정될 것입니다. 지평 공정거래팀/플랫폼TF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플랫폼 규제의 동향과 전망을 차례대로 안내합니다.
지난 6월 11일 미 하원에서 아마존(Amazon), 애플(Apple), 구글(Google), 페이스북 (Facebook)을 정면으로 겨냥한 5개 반독점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5개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 경우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독점규제입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1) 이 패키지 법안의 이름은 “더 강한 온라인 경제: 기회, 혁신, 선택(A Stronger Online Economy: Opportunity, Innovation, Choice)”이며, 민주당 데이비드 시실리니(David Cicilline) 반독점소위
2) 위원장과 공화당 켄 벅(Ken Buck) 의원을 주축으로 양당의 지지를 얻어 발의되었습니다.
미 하원 반독점소위는 작년 10월 16개월간의 4개 빅테크 기업 조사를 토대로 반독점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3), 이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법무부(DOJ)는 아마존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4) 바이든 정부는 최근 아마존 규제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리나 칸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를 FTC 위원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5) 초대형 온라인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강력한 움직임이 미국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5개 패키지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안의 구성과 적용
1. 미국 온라인시장의 혁신 및 선택에 관한 법률 (
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
2. 플랫폼의 경쟁 및 기회에 관한 법률 (
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
3. 플랫폼 독점 종식에 관한 법률 (
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
4. 경쟁 및 호환 촉진을 위한 서비스 전환 지원 법률 (
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 Switching Act; ACCESS Act)
5. 기업인수합병 신청비용 현대화에 관한 법률 (
Merger Filing Fee Modernization Act)
5번을 제외한
6) 4개 법안은 직접적으로 대형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합니다. 적용 대상 플랫폼(“covered platform”)은 온라인플랫폼
7) 중 1) 미국 내 월간 사용자 수(MAU)가 5,000만 명 이상이거나 사업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고, 2) 플랫폼을 소유 또는 지배
8)하는 개인 또는 법인의 연간 매출 또는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를 초과하며, 3) 플랫폼에서 판매 또는 제공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 거래상대방(“critical trading partner”)
9)인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대상 플랫폼은 FTC나 DOJ가 지정하며, 한번 지정되면 소유 또는 지배구조의 변경과 무관하게 10년간 유지됩니다.
1. 미국 온라인시장의 혁신 및 선택에 관한 법률 (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
이 법안은 대상 플랫폼 운영자(covered platform operator; “CPO”)의 자기우대(self-preferencing)를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1) CPO 자신의 제품ㆍ서비스ㆍ사업을 타 사업자에 비해 우대하거나, 2) 반대로 타 사업자의 제품ㆍ서비스ㆍ사업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거나, 3) 서로 유사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들을 차별 대우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CPO 자신의 제품ㆍ서비스ㆍ사업과 관련하여 사용 가능한 플랫폼, 운영체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능 등에 대해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접근 또는 상호작용하는 것을 제한 또는 방해하는 행위
- CPO가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구매 또는 사용을 조건으로 대상 플랫폼에 접근하거나 또는 대상 플랫폼에서 우대해주는 행위
- 사업자가 대상 플랫폼에서의 활동으로 인해 획득한 비공개 정보를 CPO 자신의 제품 또는 서비스 제공에 사용하는 행위
- 사업자가 대상 플랫폼에서의 활동으로 발생시킨 데이터에 대해 접근하는 것을 계약, 기술적 제약 등을 통해 제한 또는 방해하는 행위
- 대상 플랫폼 사용자들이 대상 플랫폼에 사전에 설치된 소프트웨어 등을 제거하는 것을 제한 또는 방해하는 행위
- 사업자가 대상 플랫폼에서 거래 목적으로 사용자들에게 통신 정보 또는 하이퍼링크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 또는 방해하는 행위
- 검색, 랭킹 등을 포함한 대상 플랫폼의 모든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관련하여, CPO 자신의 제품ㆍ서비스ㆍ사업을 다른 사업자에 비해 우대하는 행위
- 사업자의 가격책정에 개입 또는 이를 제한하는 행위
- 사업자 또는 사업자의 사용자ㆍ고객이 다른 제품 또는 서비스와 상호작용하거나 연결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막는 행위
- 관련 법령의 위반에 대해 신고한 사업자 또는 사용자에게 보복하는 행위
FTC는 이 법안에 따라 법 시행일로부터 180일 이내 “디지털 시장국(Bureau of Digital Markets)”을 만들어야 합니다. 디지털 시장국은 본 법안의 집행을 담당하고 매년 집행 내역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2. 플랫폼의 경쟁 및 기회에 관한 법률 (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
이 법안은 CPO의 반경쟁적인 ‘킬러 인수(Killer Acquisition)’를 규제합니다. CPO로 지정된 회사가 타 기업의 주식 또는 자산의 일부 또는 전체를 인수할 경우 반경쟁성이 추정되며, 대상 플랫폼과 경쟁하거나, 대상 플랫폼과 경쟁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거나, 대상 플랫폼의 시장 내 지위를 증진시킨다거나 하는 등의 사정이 없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즉, 기존에는 경쟁당국이 기업인수의 반경쟁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였으나, 이 법에 따르면 반대로 CPO로 지정된 기업이 해당 기업인수가 반경쟁적이지 않음을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따라 증명해야 합니다.
특기할 사항은 이 법안이 사용자의 주의(“user attention”)를 끌기 위한 경쟁도 “제품 또는 서비스의 판매 또는 제공”과 관련한 경쟁에 포함됨을 별도로 명시하였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전통적 재화ㆍ용역의 판매 또는 제공으로 규정하기 힘든 거래에도 이 법안이 적용됩니다. 또한 오직 데이터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도 그 자체만으로 시장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시해 두었습니다.
3. 플랫폼 독점 종식에 관한 법률 (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
이 법안은 CPO가 자신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타 사업을 소유ㆍ지배하는 것을 금지하여 CPO의 이해충돌을 규제하는 법안입니다.
구체적으로는 CPO가 1) 제품ㆍ서비스의 제공 또는 판매를 목적으로 대상 플랫폼을 사용하거나, 2) 대상 플랫폼에 대한 접근 또는 대상 플랫폼에서의 우대 조건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3) 이해충돌을 발생시키는 다른 사업을 소유, 지배하거나 그에 대한 수익권을 갖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해충돌”은 1) CPO가 대상 플랫폼이 아닌 다른 사업을 소유 또는 지배하고, 2) 그로 인해 CPO가 대상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ㆍ서비스ㆍ사업을 경쟁사에 비해 우대하거나, 경쟁사 또는 잠재적 경쟁자를 배제 또는 불이익을 받게 할 동기 및 능력을 갖게 되는 경우로 정의하였습니다. 즉, 이 법안은 CPO가 소유 또는 통제하고 있는 타 사업체를 통해 자신의 대상 플랫폼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실제로 제공한 사실이 없다 할지라도 자기우대 또는 경쟁사 차별행위를 할 “동기 및 능력”이 있음이 인정되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16종의 자체 브랜드(PB)상품을 ‘아마존베이식’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는데, 다른 판매자 이익을 침해한다고 평가될 경우 플랫폼 운영과 판매를 분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 법안은 대상 플랫폼의 임직원, 대리인 등이 대상 플랫폼이 소유ㆍ지배하는 타 법인에서 임직원, 대리인 등의 지위를 겸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대상 플랫폼 지정 당시 겸직 중이었을 경우에는 지정일로부터 60일 이내 해당 직위를 사임하도록 하는 등, 개인에게도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4. 경쟁 및 호환 촉진을 위한 서비스 전환 지원 법률 (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 Switching Act; ACCESS Act)
이 법안은 개인정보이동권(data portability)과 상호작용성(interoperability)을 이용하여, 사업자 및 고객의 진입장벽과 전환비용(switching cost) 하락을 도모하는 법안입니다. 구체적으로, 대상 플랫폼은 1) 플랫폼 사용자가 자신 또는 타 사업자에게 데이터를 이동시키거나, 2) 플랫폼의 데이터를 경쟁사업자 또는 잠재적 경쟁사업자가 상호작용하는 것을 “투명하고 제3자가 접근 가능한 인터페이스(transparent, third-party-accessible interface)”를 통해 가능케 해야 합니다. 대상 플랫폼이 위 인터페이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경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FTC의 승인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 법안은 대상 플랫폼 및 타 사업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 및 데이터 보안에 대한 의무도 부과합니다. 대상 플랫폼은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기준을 수립할 의무가 있으며, 데이터를 전달받거나 상호작용하는 경쟁사업자 또는 잠재적 경쟁사업자에게는 데이터 보안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타 사업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대상 플랫폼에서 수집한 정보를 오직 데이터 보안 및 상호작용성 유지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해당 정보의 상업적 사용은 금지됩니다.
4개 법안 모두 FTC 및 DOJ가 위반 사항에 대해 원상회복조치(restitution), 부당이득환수조치(disgorgement), 금지명령(injunctive relief)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온라인시장의 혁신 및 선택에 관한 법률, 플랫폼 독점 종식에 관한 법률, 서비스 전환 지원을 통한 호환성 및 경쟁 증진에 관한 법률 3개는 최대 1) 대상 플랫폼의 직전연도 미국 내 총 매출의 15%, 또는 2)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개인 또는 법인의 불법행위기간 동안 총 매출의 30% 중 더 큰 금액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시실리니(Cicilline) 반독점소위 위원장은 본 법안이 시행될 경우 애플이 기기에 기본으로 탑재하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자들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업자들보다 자사상품을 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0) 특히 플랫폼 독점 종식에 관한 법률은 해석에 따라 FTC나 DOJ가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애플에 기업분할을 명령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11) 단, 법안 본문에 기업분할 가능성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법안들이 규제대상을 특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대상 플랫폼 기준에 따르면 적용대상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형 IT 기업으로 한정됩니다. 관련 로비단체들은 본 법안들이 시행될 경우 아마존 프라임 무료 배송 서비스, 구글 검색 결과 내 구글 지도 표시 등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유익한 많은 서비스가 금지될 수 있으며
12),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과 같은 플랫폼 규제법이 소비자들의 이익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입장
13)을 내놓았습니다. 반면 위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과 EU에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스포티파이(Spotify)와 로쿠(Roku)는 본 법안들을 환영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14) 현재 미국 의회는 빅테크 플랫폼 규제에 대한 초당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며, 바이든 정부 역시 강력한 규제 의지를 갖고 있어 시기의 문제가 있을 뿐 규제의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