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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전기공사업 등록을 한 전문회사에 작업을 발주하였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2026.05.14
[대상판결 : 수원고등법원 2026. 5. 14. 선고 2025나12748 판결]
1. 사안의 개요
전력 공기업인 피고 공사는 2020. 12. 전문회사인 I 및 N과 각각 다른 지역에 관해 전기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피고 E은 피고 공사 소속 직원이고, 망인은 전문회사 N 소속 근로자입니다.
피고 공사는 2021. 11. 피고 E을 통해 I 측에 신규 송전을 위한 개폐기(COS) 투입 작업을 요청하였는데, I의 현장소장 M은 다른 작업으로 진행이 어렵게 되자 상급자에 대한 보고ㆍ승인 없이 임의로 N의 현장소장 a에게 작업을 부탁하였고, a은 망인에게 작업을 지시하였습니다. 망인은 작업계획서도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활선작업차ㆍ절연장갑 등 안전장비 없이 단독으로 사다리를 이용해 전주에 올라 COS 투입 작업을 수행하던 중 고압(22.9㎸) 충전부에 접촉하여 감전되었고, 사망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사고
’). 피고 E은 계량기 봉인 업무를 위해 현장에 대기하면서 망인의 작업 과정을 목격하였습니다.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N, a, M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ㆍ업무상과실치사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4. 1. 8. 선고 2023고단925 판결
1)
). 망인의 유족들(원고 A, B)은 피고 공사 및 피고 E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제1심은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고, 대상판결은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가. 피고 공사의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해당 여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도 안전ㆍ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다만 건설공사의 경우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인 건설공사발주자를 도급인에서 제외하였음. 따라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건설공사 과정의 유해ㆍ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ㆍ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함(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제63조에 따라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인지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됨.
구체적으로, ① 이 사건 작업은 피고 공사의 주된 사업목적인 배전사업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인 점, ② 피고 공사가 안전작업수칙ㆍ표준작업절차서 등 다수의 지침ㆍ기준을 직접 작성ㆍ운영하며 이를 도급계약에 편입시켜 전문회사에 준수를 강제하고 광범위한 시정ㆍ제재 권한을 보유한 점, ③ COS 개폐기가 피고 공사의 자산으로 그 책임분계점 내에 있고, 조작지시서로 작업이 개시되어 피고 직원의 계량기 봉인으로 비로소 완료되며, 작업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점, ④ 피고 공사가 위 공사를 2020. 12.까지 수십 년간 직영으로 수행하다가 사고 후 다시 직영으로 복귀하였고 다수의 절차서를 자체 제정ㆍ운영할 전문성ㆍ시공능력을 보유한 점, ⑤ 자본금 3조 원이 넘는 거대 공기업인 반면 N은 소규모 기업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함.
피고가 전기공사업을 미등록하였다는 사정은, 도급인 여부가 형식적 시공자격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ㆍ관리 권한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규범적으로 판단되는 이상, 위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함.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피고 공사는 도급인으로서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고 관계수급인의 법령 위반에 대해 시정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제66조, 제38조, 제51조), 피고 E은 조작지시서를 결재하고 현장에 있던 자로서 중대한 계약 위반ㆍ안전수칙 위반을 발견하면 즉시 작업을 중지ㆍ시정하게 할 의무가 있음. 그럼에도 피고들은 시공업체가 I에서 N으로 무단 변경된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 경위와 망인의 자격을 확인하거나 작업을 중지시키지 않고, 중대한 안전수칙 위반 상태의 작업을 직접 인지하고도 중지ㆍ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의무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
‘망인은 피고 공사가 도급한 I가 아닌 N의 무단 개입으로 투입된 자이므로 안전조치의무의 상대방이 아니다’라는 항변에 대하여는, 제63조의 취지상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여야 하고, N도 동일한 내용의 공사를 수급한 전문회사인 점, 피고 E이 평소 현장에 오는 자의 소속을 확인하지 않았던 점, 망인이 피고 E의 작업개시 지시에 따라 작업한 점 등을 들어 배척함.
‘망인의 단독ㆍ무보호 작업이 극히 이례적’이라는 항변에 대하여도, 그러한 사정이 인과관계를 단절시킬 만큼 이례적ㆍ비정상적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배척함(망인의 부주의는 과실상계 사유로 고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별에 관한 법리(대법원 2023도14674 판결)를 적용해 문제된 회사가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본 사안입니다.
특히 ① 형식적인 시공자격(전기공사업 등록) 유무가 아니라 작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ㆍ관리 권한과 전문성ㆍ시공능력을 기준으로 도급인 여부를 판단한 점, ② 자산 소유ㆍ작업의 개시ㆍ종료 통제ㆍ안전지침의 직접 제정ㆍ모니터링 시스템 구축ㆍ직영 수행 이력 등 다양한 실질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도급인의 의무를 규범적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직접 작업 요청을 한 수급인이 아닌 다른 회사 소속 근로자가 작업한 경우라도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사업운영에 필수적인 공사를 전문회사에 도급하는 경우 발주처로서는 자신의 도급 구조와 안전관리 관여 정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운로드
:
수원고등법원 2026. 5. 14. 선고 2025나12748 판결
1)
해당 판결상으로는 피고 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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