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공개채용방식을 택하고 있는 기업은 39.9%이며, 나머지 기업들은 수시채용 및 상시채용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공개채용방식을 택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이 35.8%까지 떨어지는 등 ‘공채’라는 채용방식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한국노동연구원,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 2023).
그런데 2010년대 부터는 기업들이 공개채용을 하는 경우에도 처음부터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방식보다는, 인턴제도를 활용하여 일단 기간제 시용계약을 체결한 후에 일정한 평가를 거쳐 정규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방식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른바 ‘채용형 인턴’입니다. 한편 ‘채용형 인턴’ 이외에 기업들이 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에게 단기 실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체험형 인턴’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인턴에게는 정규직 직원과는 달리 상여금ㆍ성과급 등이 지급되지 않거나, 해당 기간 동안의 근무경력을 호봉에 산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2022년, 한 공기업에서 채용형 인턴에게 고정상여금과 인센티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을 위반한 차별적 처우라고 보아 회사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판결이 최초로 선고되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2. 4. 28. 선고 2020가합212341 판결).
위 판결 이후로 최근까지 서로 다른 5개 공기업의 채용형 인턴에 대하여 기간제법 위반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주로 정규직 직원을 선발하는 대신 채용형 인턴을 선발하여 2개월 ~ 6개월의 기간을 거친 후 그 인원 중의 대부분을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하였으며, 채용형 인턴 기간에도 정규직 신입 직원과 큰 차이 없는 업무를 담당한 사례들입니다.
최근에도 한 공기업에서 채용형 인턴에게 고정상여금과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기간제법 위반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이 사건의 경우 채용형 인턴 외에도 ‘체험형 인턴’에 대한 판단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24. 선고 2022가합557780 판결, 이하 ‘
대상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체험형 인턴에 대해서는 정규직 근로자가 기간제법상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없다고 보았으며 차별적 처우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하에서는 대상 판결의 요지 및 그 의의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2. 사실관계
피고는 법률에 따라 설립되어, 은행권, 주화, 국채, 공채, 각종 유가증권 및 정부ㆍ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용할 특수제품의 제조와 그 밖에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하게 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기업입니다.
원고들은 2011년 및 2012년 피고에게 ‘체험형 인턴’(약 5개월 ~ 12개월)으로 고용되었다가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 사람들 및 2014년 이후 피고에게 ‘채용형 인턴’(약 2개월 ~ 5개월)으로 고용되었다가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 사람들입니다.
피고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체험형 인턴’ 제도를 운영하였습니다. 체험형 인턴을 거친 자들 중 실제 정규직 채용이 가능할 정도의 평가를 받은 자들은 별도의 절차를 거쳐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되었는데, 피고는 이 시기에 체험형 인턴 제도와 별도로 신입직원을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하여 수습직원으로 발령한 후 일정 기간을 거친 후에 정식발령을 하였습니다.
피고는 2014년부터는 정부지침에 따라 ‘채용형 인턴’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였습니다. 피고는 채용형 인턴 제도에 따라 신입직원을 채용형 인턴으로 채용한 후, 일정 기간을 거친 후에 그 중 상당수를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시기에 채용형 인턴 제도와는 별도로 신입직원을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하는 절차를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의 인턴으로 근무한 기간에 대해서는 기타성과급(고정상여금)과 경영평가성과급, 내부평가성과급으로 구성된 성과급(이하 ‘
이 사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가 인턴으로 근무한 기간에 대하여 이 사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 제6조 혹은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인턴’이 근로기준법 제6조상 ‘사회적 신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채용형 인턴’으로 근무하였던 원고들에 대해서는 기간제법 제8조 제1항 위반이 있다고 보아 이들에 대하여 이 사건 성과급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체험형 인턴’으로 근무하였던 원고들에 대해서는 기간제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가. 인턴의 지위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부정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들고 있는 ‘사회적 신분’이라고 보려면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의 고정성이 전제되어야 하나, 대부분의 원고들이 2개월 내지 6개월 동안만 인턴으로 근무하였고, 일반적인 채용 절차 이상의 특별한 자격기준이 요구되지도 않았으므로 체험형 인턴 및 채용형 인턴 모두 그 지위가 성, 국적, 신앙에 준할 정도로 사회에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고정적 지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차별이 존재하는지: 일부 긍정
1) 체험형 인턴의 경우: 부정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래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체험형 인턴 경력 원고들에 대한 비교 대상 근로자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체험형 인턴 경력 원고들에게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이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를 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피고는 체험형 인턴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체험형 인턴이 수험표 등으로 확인 가능한 각종 취업시험에 응시할 경우 특별휴가를 부여하였다.
- 체험형 인턴이 노동부 주최 취업박람회에 참여하고 이를 입증할 경우에는 출장으로 처리하여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였다.
- 인턴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원고가 피고에서 계속 근무할 것이라는 점에 관한 합리적 기대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정규직 근로자 내지 채용형 인턴과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 업무분장이 추상적으로만 기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업무분장이 있었던 채용형 인턴과 차이가 있다.
2) 채용형 인턴의 경우: 긍정
가) 비교대상 근로자: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우선, 아래와 같은 점을 들어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에 대한 비교 대상 근로자는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피고의 채용형 인턴 제도는 채용형 인턴이 그 인턴 기간을 마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되는 것을 전제로 한 제도이다(9년간 498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
-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업무를 부여하였다.
-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은 채용형 인턴 기간을 마치고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 이후에도 기존과 동일한 부서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 보안상 책임 있는 업무부여를 금지당하여 책임 및 권한에서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와 업무내용에 다소 차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이 실제 수행한 주된 업무의 내용, 범위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와 본질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없다.
나) 차별적 처우의 존부: 긍정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 성과급 중 경영평가성과급, 내부평가성과급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별로 근무 성과에 대한 평가를 거쳐 지급되고, 기타성과급(고정상여금)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로 재직하기만 하면 지급시기 및 개인별 세부기준에 따라 산정하여 지급되는 것인데,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과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음에도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은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채용형 인턴 기간에는 이 사건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다) 차별적 처우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부정
마지막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래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피고가 채용형 인턴 경력 원고들에게 채용형 인턴 기간 이 사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피고는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채용형 인턴을 채용하였고, 채용형 인턴의 경우에도 2014년도 이전의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 신규채용과 마찬가지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였다.
- 채용형 인턴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특정 직무ㆍ직렬의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정규직 근로자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
- 이 사건 성과급은 법령, 피고 보수규정 등에 따라 매년 반복적으로 실제 근무 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어 온 근로의 대가이므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채용형 인턴들에게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별한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다. 채용형 인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한편 피고는 임금채권의 단기소멸시효 주장도 하였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래와 같은 점을 들어 그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 채용형 인턴 원고들이 이 사건 성과급을 지급받은 시점부터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ㆍ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등에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여 기간제법에 위배되는 경우에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지 않는 내용의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고,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에 해당하는 임금청구권을 갖게 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
- 따라서 원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근로기준법 제49조 임금채권의 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4. 시사점
현재까지 채용형 인턴에 대한 상여금ㆍ성과급 등의 임금 미지급과 관련하여 차별적 처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