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변호사
지난 6월 7일 미국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공화당 상원의원과 키어스틴 질리브랜드(Kirsten Gillibrand) 민주당 상원의원은 「책임 있는 금융 혁신 법안(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이하 "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법안은 디지털자산(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성격, 규제 관할,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을 다루고 있으며, 관련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 완화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상자산 관련 입법과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품과 증권의 구분, 부수자산 개념 도입
먼저,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상품(commodity)과 증권(security)으로 구분하고, 상품인 경우에는 상품교환법(Commodity Exchange Act)이 적용되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관할하도록 하고, 증권인 경우에는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 등이 적용되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관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증권이 아닌 모든 대체가능(fungible) 디지털자산에 대한 배타적인 현물시장 관할권을 CFTC에 부여하고 있으며, 선물취급업자가 디지털자산을 취급하도록 하면서 고객보호 요건을 규정하고 있고,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이 CFTC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편 상품과 증권의 중간영역으로서 '부수자산(ancillary assets)' 개념을 도입하였으며, 연 2회 SEC 공시의무를 이행할 경우 상품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수자산은 완전히 탈중앙화되어 있지 않고 발행하는 주체의 관리와 노력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지만, 회사의 자산이거나 부채가 아니고, 회사에 대하여 수익 배분권, 청산 우선권, 기타 재정적인 권리를 요구하지 않아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자산을 말합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 소비자에게 정보 공개 등
이 외에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뒷받침하는 100%의 준비금(reserve)을 구비하고 준비금 구성 자산 유형 및 세부 공시 요건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의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로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요구하여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안은 디지털자산 제공자와 소비자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비자가 정보에 기하여 디지털자산을 다룰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 제공자가 고객에게 계약의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파산 시 자산 처리 방법, 손실 위험, 적용 수수료, 상환 정보 뿐만 아니라 디지털자산에 사용되는 소스코드에 관한 정보, 상품/증권 등 법적 취급에 관한 정보 등도 고객에게 제공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법안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과세 체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우 거래 당 200달러까지 면세하고, 채굴을 통해 얻은 이익은 현금화하기 전까지 과세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탈중앙화 자율 기구(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DAO)를 납세의무가 있는 사업체로 인정하는 점도 특징입니다.
시사점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가상자산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탈중앙화적 성격으로 인하여 상품에 해당하고 CFTC가 관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법안은 상품과 증권의 중간영역을 부수자산으로 규정하고 상품으로 추정함에 따라 사실상 가상자산에 대한 관할을 CFTC에 부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법안을 발의한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 상당수의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증권 규제 기관인 SEC가 관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며 증권 규제를 받지 않는 가상자산도 향후 증권으로 규제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업권법 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새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눠 규율하는 이원적 규제체계를 마련하고 증권형 코인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율하며, 비증권형 코인은 가상자상업법 제정을 통해 규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현재 진행하거나 향후 진행할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증권성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 증권에 해당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불공정거래행위금지 등 자본시장법상 규제가 적용되므로, 가상자산 발행ㆍ유통 등을 추진할 경우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그에 맞춰 사업 모델을 설계해야 합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뮤직카우에 대한 증권성 판단 시 투자계약증권 개념을 최초로 적용하였으며, 투자계약증권 판단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아울러, 증권성 여부에 대하여 방법ㆍ형식ㆍ기술과 관계없이 표시하는 권리의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하였습니다. 투자계약증권은 그 적용범위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한편, 증권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하여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금융규제 일부의 적용을 배제받아 예외적ㆍ한시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으므로, 그 절차를 확인하고 지정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비증권형 가상자산으로 인정되는 경우 당장 증권 규제가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향후 가상자산업법이 제정되면 공시, 불공정거래행위 등에서 상당한 규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미국 등 주요국의 규제동향을 살피면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상자산업법 제정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므로, 본 법안이 미국 입법에 미치는 영향, 지난 3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디지털자산 전략수립에 관한 행정명령에 따라 10월 제출될 보고서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입법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