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독일법인 A사는 독일에서 설립된 회사로서 바닥재와 도로용 제품의 제작, 판매를 하는 회사입니다(근로자 40명 이상). 한국법인 B사는 독일법인 A사가 투자하여 대한민국에서 설립한 회사로서 건설화학제품의 수출입, 판매 및 유통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국내 근로자 1명).
근로자 C는 2019. 10. 15. 한국법인 B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때 독일법인 A사의 경영지원팀장 D가 사용자란에 서명하였습니다.
독일법인 A사의 경영지원팀장 D는 2020. 4. 17. 근로자 C에게 해고를 통보하였습니다. 이에 근로자 C는 2020. 6. 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2. 사건의 경과 및 원심의 판단
가. 사건의 경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자 C는 한국법인 B사 소속으로 채용되었으나 한국법인 B사는 독일법인 A사의 사업에 속하는 회사로서 실질적으로 한국영업소 성격으로 최소한의 형식만 갖추고 있어, 실질 사용자는 한국법인 B사와 독일법인 A사 모두라고 판단하고, 양 사의 근로자 수를 합하면 상시 5인 이상이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근로기준법 적용, 부당해고 인정).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한국법인 B사와 독일법인 A사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법인 B사는 독자적으로 판촉행사를 개최하는 등 구체적인 영업활동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의 재량이 있는 등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조직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 근로기준법 적용 배제하고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
나. 원심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은 점을 들어, 한국법인 B사와 독일법인 A사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인정하고 상시근로자 수를 합산 계산하여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 채용공고는 고용주체를 독일법인 A사로 명시하였고, 실제로 근로자 C에 대한 채용 여부 및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독일법인 A사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 독일법인 A사는 참가인이 근무를 시작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독일법인 소속의 중간관리자들을 통하여 한국법인 B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휘ㆍ감독을 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 독일법인 A사가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였으며, 이 사건 해고 역시 독일법인 A사에 의하여 결정 및 통보되었다.
- 임금 지급이 형식적으로 한국법인 B사 명의의 계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결론을 달리할 수 없다.
- 각 법인이 하나의 활동주체로서 유기적인 관련 아래 운영되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규정취지에 어긋나게 되거나 지나치게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2023두46074 판결과 같이, 상시근로자 수 산정을 함에 있어서는 한국법인만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법인이나 영업소 등을 설립하여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제근로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한국법인의 국내 상시 사용 근로자 수가 2명에 불과한 이상 독일법인이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면 상시 사용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각 법인이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이 정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4.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 2023두46074 판결과 동일한 취지의 판결입니다. 다만 대법원 2023두46074 판결의 경우 해외 관계사인 미국법인 A사(국내 직원 1명, 국내 영업소 없음)와 미국법인 B사(국내 직원 5명 이상, 국내 영업소 있음) 중 누가 사용자인지가 문제된 반면, 이 사건의 경우 독일법인 A사(근로자 40명)와 국내법인 B사(근로자 2명)를 유기적 동일체로 파악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해외 본사(대규모)와 국내 지사 내지 영업소(소규모, 5인 미만)가 존재하는 회사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따른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해외 본사의 근로자 수는 제외하고 국내 지사 및 영업소의 근로자 수만을 기준으로 상시근로자 수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해고사유 제한 등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규정들이 해외 법인의 한국지사 내지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