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습니다. 1)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의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하였고, 2)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가 추가되며, 3)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를 원칙적으로 계열회사에서 제외하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개정안이 확정되면 기업집단 규제의 핵심 기준인 동일인관련자와 계열회사의 범위가 바뀌게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개정안의 취지를 “기업집단의 수범의무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반대로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1. 동일인관련자 조항과 개정안의 배경
기업집단의 범위를 정하는 핵심 기준은 ‘동일인’과 ‘동일인관련자’입니다. ‘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입니다(공정거래법 제2조 제11호). 동일인관련자는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음과 같이 동일인의 배우자, 친족, 동일인이 설립한 비영리법인, 회사 임원 등을 의미합니다(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조 제1호).
①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동일인관련자와 합하여 해당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로서 최다출자자인 회사”, 또는 ② “동일인이 해당 회사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회사”는 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가 됩니다. 대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되면 채무보증제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각종 공시의무 등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동일인관련자 범위가 넓어질수록 기업집단 계열회사는 증가하고, 동일인관련자 범위가 좁아지면 기업집단에 포함되는 수는 줄어들게 됩니다.
그동안 동일인관련자 범위가 광범위하여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넓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을 혈족 6촌/인척 4촌까지 포함하는 조항은 사회 변화에 따른 국민들의 친족 범위에 대한 인식과 괴리가 있었습니다. 이에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동일인관련자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기업 부담을 개선하고 제도의 실효성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2.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현행 혈족 6촌/인척 4촌으로 정하는 친족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하였습니다. 이렇게 제외된 친족(혈족 5~6촌, 인척 4촌)은 ‘기타 친족’이라고 정의됩니다. 이 기타 친족이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의 주식 1% 이상 소유하는 경우, 동일인 또는 동일인관련자와 채무보증 또는 자금대차가 있는 경우에는 다시 동일인관련자가 됩니다.
2) 사실혼 배우자도 동일인관련자에 포함됩니다. 다만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子가 존재하는” 사실혼 배우자로 한정하였습니다.
3) 현재 시행령은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는 계열회사에 포함되고 임원독립경영 요건
1) 을 충족하는 경우 계열제외 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opt-out 방식), 반면 개정안은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를 원칙적으로 계열회사에서 제외하고, 임원독립경영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계열회사로 편입하도록 했습니다(opt-in 방식).
3. 평가 및 향후 전망
이번 개정이 현 조항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일인의 지배력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친족으로 범위를 제한한다는 취지는 타당하나, ‘기타 친족’을 다시 동일인관련자로 포함시키는 등 실질적인 변화는 없고 오히려 동일인에게 ‘기타 친족이 동일인관련자인지 아닌지’를 조사해야 할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입니다. 기존 시행령은 동일인관련자가 ‘6촌/4촌’으로 명확하게 범위가 확정되는 반면, 개정안은 ‘기타 친족’ 중 특정한 행위에 연루가 되어 있는지에 따라 동일인관련자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서 새로운 판단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2) 사실혼 배우자의 포함에 대해서도 분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는 법원에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판결을 받아야 할 정도로 그 확정이 쉽지 않고(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므10581 판결),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는 동일인관련자이고 ‘친생자가 없는 사실혼 배우자’는 동일인관련자가 될 수 없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제출된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반영하여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등을 거친 후 최종 시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종 개정안이 이러한 비판을 어느 정도 수용하여 확정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