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전고등법원 2025. 8. 12. 선고 2025누35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은 2015년 3월 설립된 지역단위 노동조합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
참가인’)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지역농협입니다.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2004년 12월 체결된 단체협약(이하 ‘
이 사건 단체협약’)이 자동연장되어 왔는데, 참가인은 2022. 11. 9.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이 2022. 12. 13. 유효기간이 만료하므로, 단체협약 부칙 제3조에 따라 단체협약 갱신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공문과 함께 단체협약 갱신 요구안을 함께 보냈습니다. 이 사건 단체협약 부칙 3조는 “농협과 조합 중 어느 일방이 이 협약을 갱신하고자 할 때에는 유효기간 만료 30일 이전에 갱신요구안을 상대방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요구가 없을 때에는 유효기간이 2년 단위로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2022년 11월부터 12월까지 총 8차례의 교섭 과정 중, 4차례는 교섭 일시와 장소에 대한 이견으로 교섭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나머지 4차례는 교섭이 진행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이루어진 2022. 12. 13.자 교섭에서도 일부 교섭안(노동조합 안 14개, 사용자 안 7개)에 대한 상호간 수용의사만을 교환하였습니다. 이에 참가인은 ‘현실에 부합하는 새로운 단체협약의 체결 필요’, ‘공동교섭에 개별교섭으로의 전환의 필요’를 이유로 2022. 12. 14.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해지통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법률 제17864호, 2021. 1. 5., 일부개정)]
제32조(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 ①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사가 합의하여 정할 수 있다.
②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제1항의 기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한 경우에 그 유효기간은 3년으로 한다.
③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때를 전후하여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효력만료일부터 3월까지 계속 효력을 갖는다. 다만,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지통보는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은 2004년도에 처음 체결된 이래 계속 자동갱신ㆍ유지되었고,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1카합1095 단체협약효력유지가처분사건의 결정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부칙 제3조에 따라 그 유효기간이 2022. 12. 13.까지 연장되어 있었는바, 이 사건 단체협약은 오랜 기간 동안 그대로 갱신ㆍ유지되어와 개정의 필요성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나) 참가인은 이 사건 단체협약 부칙 제3조에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 30일 이전인 2022. 11. 9. 원고에게 사용자 안을 제출하면서 단체협약 갱신을 요구하였고, 이후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단체교섭이 진행되던 도중인 2022. 12. 13.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다. 이에 참가인은 다음날인 2022. 12. 14.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단서(“다만,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에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하였고, 그 해지사유로 ‘현실에 부합하는 새로운 단체협약의 체결의 필요’ 등을 적시하였는바,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지통보는 강행규정인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 따른 적법한 단체협약 해지통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원고는 참가인이 단체교섭에 불성실하게 대응하다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자마자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하였다면서 이는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거나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려는 목적에 따른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① 원고는 이미 참가인의 이 사건 단체교섭 관련 행위가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구제신청을 하여 다투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교섭 관련 행위가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점, ② 이 사건 단체협약 해지통보에 따른 효력이 발생하여 종전에 인정되던 원고의 노동조합으로서의 활동이 제한되더라도 원고는 노동조합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여 단체행동권 등을 행사하는 등 법적으로 일정한 범위의 조합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점(원고는 실제로 단체행동권 등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③ 유효기간이 경과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다고 하더라도 임금, 퇴직금이나 노동시간, 그 밖에 개별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취업규칙이 체결ㆍ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는 한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하는 점(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두41532 판결 등 참조), ④ 참가인이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 상실을 계기로 노동조합인 원고의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는 그 개별행위에 대하여 부당노동행위임을 주장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점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강행법규인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 따른 단체협약 유효기간 경과 시 당사자들의 해지권 행사 보장의 필요성을 확인하면서, 노사 간 현격한 의견 차이 등으로 인하여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후에 이루어진 사용자의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대상판결 사안에서는 이 사건 해지통보에 앞선 2022년 11월부터 12월까지 총 8차례의 교섭 과정에서 사용자가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가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는 점에서, 기간만료를 이유로 한 단체협약 해지통고 일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사용자로서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 후 노사간 이견 등으로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사용자측의 위법사유가 인정되지 않도록 협의 과정, 교섭 태도 등 전반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