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25. 8. 12. 선고 2023고단442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D공사는 원주시 E에 본사를 두고 상시근로자 632명을 사용하여 태백시 F에 있는 G광업소(이하 ‘
이 사건 광업소’) 등에서 석탄 광산의 개발 및 운영을 하는 준시장형 공기업이자 광산안전법에서 정하는 광업권자이며, 피고인 A는 D공사의 사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하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피고인 B은 이 사건 광업소의 안전감독부장이자 광산안전법에 따른 안전감독자, 피고인 C는 이 사건 광업소 안전감독부 소속 직원이자 광산안전법상 안전감독계원이었으며, 피해자 H(남, 45세)는 이 사건 광업소 I생산부장으로, 광산안전법에 따라 2017. 7. 10. 안전관리자로 선임되었던 사람입니다.
피해자는 2022년 9월 14일 오전 9시 45분 이 사건 광업소 지하갱도 내 675m(해발 600mㆍ해수면 아래 75m) 지점에서 물이 흐른다는 보고를 받고 안전관리자로서 현장을 살피다가 석탄과 물이 죽처럼 뒤섞인 죽탄에 매몰되어 사망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사고’).
검찰은 피고인 D공사와, 피고인 D공사 사장인 피고인 A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피고인 D공사와 피고인 B, C를 광산안전법위반으로, 피고인 B, C를 업무상과실치사로 각 기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이 사건 사고가 예측 불가능한 지질 조건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전제로, 피고인 A, D 공사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의 점에 관한 증거가 불충분한 점, 피고인 B, C, D 공사의 광산안전법상 안전감독자, 안전감독계원으로서의 의무 위반에 관한 증거가 불충분한 점 등을 근거로 모든 피고인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원인]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작업장 부근 암반 균열의 확대 및 이완, 암반 공극 내 수압의 증가, 상반 붕락 등의 지질 조건이나 단층수맥의 유무, 지하수의 유동 등 수리 조건에 의하여 미처 대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광산안전관리직원인 피고인 B, C이 광산안전관리직원으로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정한 경영책임자등이 부담하는 의무의 해석]
○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던 점, ○ 현장에서 직접적인 안전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달리 중대재해처벌법 등은 명문으로 직접적인 안전조치가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재해재발방지 대책, 매뉴얼 등을 수립하거나 그 체계나 대책, 매뉴얼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의무를 정하고 있는 점, ○ 중대재해처벌법이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의 범위를 실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고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사업주를 넘어, 직접 사업장에서 구체적인 작업을 감독하지 않고 전체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 공공기관의 장 등으로 넓히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등에게 부과하는 의무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관리를 위해 직접적인 조치를 할 의무가 아니라,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적ㆍ물적ㆍ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것이 잘 운영되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 A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불이행 여부]
1) 사업장의 유해ㆍ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여부를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는지(공소사실 제1의 나.항 ① 관련 )
그러나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 및 앞서 Ⅲ.의 제2항에서 본 사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안전관리 개선 계획’의 취지는 ‘탄맥이 충분히 넓어 분연층의 개설이 가능하여 분연층을 개설하는 경우’ 거기에서 1단계 탄빼기 작업만을 하라는 취지이지, 탄맥이 넓지 않아 석탄 채굴을 위하여 분연층을 만들기 곤란한 경우에도 반드시 분연층을 개설하여 채광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닐 뿐만 아니라, 분연층을 개설하는 것이 출수관리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분연층 개설이 출수관리를 위한 안전대책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 A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 사건 작업장 좌연층 입구에 위 ‘안전관리 개선 계획’에 정한 것과 달리 분연층을 개설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광업소 및 이 사건 작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ㆍ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점검하여야 할 의무를 불이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2)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대비한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점검하지 않았는지(공소사실 제1의 나.항 ② 관련 )
- D공사는 2021. 11.경 이 사건 광업소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하여 재난유형별 대응절차를 마련하였는데, 여기에는 출수 사고가 있을 경우의 대응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 이와는 별도로 D공사는 2021. 1. 29. 이 사건 광업소에 출수, 죽탄 징후가 있는 경우의 즉각 조치 매뉴얼도 마련하여 두고 있다. 이 매뉴얼은 출수, 죽탄 발생 징후의 파악, 징후 발생 시의 대처방안, 캐빙 작업장 관리방안, 안전감독부의 조치사항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 D공사는 2021. 11. 23. 근로자가 불안전한 작업현장 및 위험상황을 인지하였을 때 직접 작업중지를 요청하여 선제적으로 산업재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작업중지요청 지침서를 제정하여 마련하였다. 이 작업중지요청 지침서는 급박한 위험의 하나로 갱내 작업장에서 출수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죽탄밀림 등의 사고 우려가 높은 경우를 들고 있다.
- D공사는 2019. 11. 30. 사고조사 및 처리 지침서를 제정하여 마련하였다. 이는 D공사 내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하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같은 종류의 사고나 비슷한 사고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한편, D공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행가이드 및 점검표를 마련하여 2022. 6.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점검하였는데, 그 점검대상에는 분기별 작업중지 요청서 운영실적, 분기별 재해자 구호조치 훈련 시행 계획 수립 및 결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3) 광산안전법에 따른 의무가 이행되는지를 점검하지 않았는지(공소사실 제1의 나.항 ③ 관련 )
- 제2의 나. 2)항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건 작업장에서 분연을 개설하지 않고 본연에서만 석탄을 채굴한 것이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도록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채광하는 난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D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광산안전법을 안전보건 법규로 정하였다.
- 앞서 Ⅲ. 제1의 라.항에서 본 것처럼 D공사는 광산안전법 제13조 제1항, 같은 법 시행 규칙 제18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를 2017. 7. 10. 이 사건 광업소의 안전관리자로, 피고인 C을 2022. 1. 18. 이 사건 광업소의 안전감독계원으로, 피고인 B을 2022. 7. 1. 이 사건 광업소의 안전감독자로 각 선임하였다.
- D공사는 2022. 6. 30. 및 2022. 12. 23. 각 광산안전법 시행령 제4조가 정한 광업권자의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를 점검하였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공기업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관한 첫 번째 무죄 판결이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여섯 번째 무죄 판결입니다. 특히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업체에 대한 부칙 조항(2024. 1. 26.까지 시행 유예) 적용에 따른 무죄 판결 두 건을 제외하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에 관한 실체 판단 결과에 따라 무죄가 선고된 네 번째 사례입니다.
대상판결에 앞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에 관한 실체 판단 이후 무죄를 선고한 세 건의 판결은 모두 사고 발생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 부존재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반면(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12. 19. 선고 2023고단510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4고단205 판결,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5. 5. 16. 선고 2023고단1699 판결), 대상판결은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전제로 한 공소사실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관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가 정하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경영책임자가 직접 사업현장에서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안전보건 조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관계 법령이 정하는 의무들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라고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1심 법원의 판결이므로 추후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춘천지방법원 2025노804호로 항소심 계속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