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임원의 선출과 관련하여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조합원의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 임원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규정하며 이를 조합 임원이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이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1. 대상판결의 개요
청구인은 2017. 1. 21. A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으로 취임한 사람입니다.
[향응제공]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합의 1. 21.자 임시총회에서 조합장으로 선출되었는데, 그 의결이 있기 전날인 2017. 1. 20. 18:00경부터 19:33경까지 조합장 선출에 관여한 이 사건 조합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선거관리위원, 조합원, 홍보업체 부장, 홍보요원 등에게 14만 원 상당의 식사 등을 제공함으로써, 조합 임원 선출과 관련하여 향응을 제공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향응제공사실’).
[복사요청 불응]
청구인은 2018. 3. 12.경 이 사건 조합 사무실에서 조합원 B로부터 조합원 명부를 복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15일 이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이하 ‘
이 사건 요청불응사실’).
[벌금형 선고]
청구인은 이 사건 향응제공사실과 이 사건 요청불응사실로 공소제기되어 제1심에서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되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이에 청구인은 항소 및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및 기각결정]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 처벌의 근거법규가 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
도시정비법’) 각 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청구인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2. 심판대상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 이 사건 향응제공사실에 대하여 적용된 구 도시정비법 제84조의2 제3호, 제21조 제4항 제1호 중 ‘조합 임원의 선출과 관련하여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이하 일괄하여 ‘
제1심판대상조항’) 및 ▲ 이 사건 요청불응사실에 대하여 적용된 구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6호 중 조합원의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 임원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규정한 부분 및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 중 제124조 제4항 제2호를 위반하여 조합원의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에 응하지 않는 조합 임원에 관한 부분(이하 일괄하여 ‘
제2심판대상조항’)입니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고, 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조합의 임원) ④ 누구든지 추진위원회 위원 또는 조합 임원의 선출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할 수 없다.
1.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
제84조의2(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제21조 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를 위반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거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사 표시를 승낙한 자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24조(관련 자료의 공개 등) ④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제1항에 따른 서류 및 다음 각 호를 포함하여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대하여 열람ㆍ복사 요청을 한 경우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는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2. 조합원 명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되고, 2018. 6. 12. 법률 제156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6. 제12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정비사업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자료를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지 아니하거나 같은 조 제4항을 위반하여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열람ㆍ복사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는 추진위원장, 전문조합관리인 또는 조합임원(조합의 청산인 및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그 대표자, 제27조에 따른 지정개발자가 사업시행자인 경우 그 대표자를 말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제1심판대상조항]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청구인은 조합 임원의 선출과 관련하여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도시정비법 조항은 단순히 ‘조합 임원의 선출과 관련하여’라고만 규정하여, 수범자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고 지나치게 추상적ᆞ포괄적으로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제2심판대상조항] 과잉금지원칙 위반하여 조합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조합장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침해
청구인은 조합원의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 임원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규정하며 이를 조합 임원이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도시정비법 조항은 요청자의 알 권리에 치중하여 조합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하고, 조합장인 청구인에게 복사 요청에 따를 것을 강제하고 형사처벌까지 하여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4. 헌법재판소의 판단
가. 결론
헌법재판소는 제1심판대상조항, 제2심판대상조항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이유
[제1심판대상조항]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X
헌법재판소는 개별 사건에서 피고인이 ‘조합 임원의 선출과 관련하여’ 향응을 제공한 것인지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행위 동기 및 경위, 행위 내용과 태양, 행위 시기와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법관의 제1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보충적 해석ᆞ적용을 통해 가려질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2. 10. 27. 선고 2019헌바324 결정 참조).
▲ 조합의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는 계약 체결과 관련한 공정성이 중요하므로 계약 체결을 주도하는 조합 임원의 선임에 있어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 엄격히 유지될 필요가 있는 점, ▲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 금전이 결부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여야 정비사업이 공정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제1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조합 임원의 선출과 관련하여’는 ‘조합 임원의 선출에 즈음하여’, ‘조합 임원의 선출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여’라는 의미로 볼 수 있고, 이미 대법원도 같은 관점에서 위 요건을 해석하고 있다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도11007 판결 참조).
[제2심판대상조항] 과잉금지원칙 위반 X, 조합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조합장의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X
헌법재판소는 제2심판대상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조합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조합장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로 부당하게 공사비가 증액되거나 불공정한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해당 조합 및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고, 이는 지역사회에도 국가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치므로 정비사업의 투명성ㆍ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이 조합의 업무를 감시ㆍ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조합원이 조합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감시ㆍ통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조합의 조합원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조합 임원으로 하여금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② 침해의 최소성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에 응할 의무로 인해 조합 임원에게 업무 부담이 과도하게 가중된다고 볼 수 없고, ‘15일 이내’라는 기간이 과도하게 짧게 설정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형사처벌보다 가벼운 과태료 처분 등 행정상 제재로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조합 임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조합원 명부에 포함되는 개인정보는 일반적으로 조합원의 성명, 주소, 연락처 등으로,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여지가 적을 뿐더러, 제2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조합원 명부를 복사하는 경우에도 주민등록번호는 제외하도록 하고 있고(도시정비법 제124조 제3항) 복사를 요청한 사람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를 사용하여서는 안 되므로(같은 조 제6항), 조합원의 개인정보가 오ㆍ남용될 여지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조합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함에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③ 법익의 균형성
제2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조합 임원이나 조합원의 사익에 가해지는 제약은 크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조합원의 감시권 보장을 통해 제고되는 정비사업의 투명성ㆍ공정성 등 공익은 매우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
5. 대상판결의 의의
조합 임원의 선출과 관련하여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조합원의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 임원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규정하며 이를 조합 임원이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도시정비법 규정이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최초의 결정입니다.
앞으로도 조합 임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조합 임원의 선출에 즈음하거나 조합 임원의 선출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한 향응제공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조합 임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은 조합원의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이 있을 경우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