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A사는 물류센터 창고시설 신축공사를 시공하는 원청업체이며, B는 A사의 대표이사입니다. C사는 A사로부터 기계설비공사를 하도급 받은 업체입니다. 해당 공사 현장에서 C사 소속 근로자가 고소작업대에 탑승하여 이동하던 중, 상부에 설치된 구조물과 고소작업대 안전난간 사이에 머리가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법원은 현장소장 및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 이른바 CSO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전적으로 위임받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므로 대표이사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
중대재해처벌법’)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A사의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관련 법리
기업 내부의 업무 분담과 의사결정 구조의 결정은 사적 자치에 맡겨져 있으므로 안전ㆍ보건에 관한 업무를 대표이사가 CSO에게 완전히 위임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법령상 근거는 없음. 대표이사에게 모든 안전ㆍ보건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 보다 각 사업 부문마다 안전보건에 관한 총괄책임자를 선임하는 것이 종사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데 더 충실한 결과가 될 수 있음.
안전보건최고책임자는 회사 내에서 안전ㆍ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정도에 그치는 자가 아니라 사업총괄책임자에 준하여 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므로 안전보건최고책임자만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에 위배되지 아니함.
개별적인 사안들에 있어 사업총괄책임자가 최종의사결정권을 행사하였고 중대재해가 그 의사결정 사안과 관련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업총괄책임자로 하여금 경영책임자 등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게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안전보건최고책임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사업총괄책임자를 경영책임자 등으로 보아 처벌할 수 있음.
- 구체적 판단
A사는 2022년 1월경 조직을 개편하여 전문성을 갖춘 임원 D를 CSO로 선임하고, 안전ㆍ보건에 관한 예산ㆍ조직ㆍ인력 등의 최종 의사결정권(전결권)을 부여하였음.
안전보건에 관한 의사결정은 CSO인 D의 전결로 이루어졌으며, 대표이사 B가 별도로 결재하거나 직접적인 지시를 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음.
D는 CSO로서 안전과 관련된 규정ㆍ절차 등의 제ㆍ개정을 최종적으로 승인하였고, 안전관련 기술문서 의뢰 업체선정 등에 관하여 최종 결재권을 행사함.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이 CSO가 대표이사로부터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전적으로 위임받았고, CSO가 의사결정을 하는 사안을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CSO가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진다고 판단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대표이사 외에 CSO를 선임하여 충분한 권한을 부여한 경우 ① 대표는 면책된다는 견해 ② 대표는 면책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립하였는데, 대상판결은 ①의 견해에 따라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달리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여전히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인 이상, CSO Y이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경영책임자 등’에 추가로 해당하는 것은 별론, 피고인은 상피고인 H의 ‘경영책임자 등’의 지위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음”이라고 하여, CSO를 선임하더라도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사실이 있습니다(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4. 8. 21. 선고 2023고단95, 2023고단1448 판결).
다만 CSO를 선임하여 전권을 위임할 경우 CSO가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부담하고, 대표이사는 면책되는지에 관하여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없는 만큼 향후 상급심의 판단을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