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법률클리닉]-(매일경제 2001. 2. 15.) 최근 정리회사 관리인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건설회사 담당자를 상담한 적이 있다. 내용을 듣고 보니 관리인이 법원허가를 받지 않은 채 계약체결해 놓고서는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데다 공사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이 생기자 법원허가 문제를 핑계로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사안으로 보였다. 법원은 정리회사 관리인이 하는 일정한 법률행위를 허가대상으로 정해두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를 위반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무효다. 다만 정리회사가 이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안고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선의"인 상대방, 즉 정리회사를 정상적인 회사로 믿었거나 관리인이 법원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에 대해서는 무효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같은 사례에서도 건설회사가 공사대금을 떼이게 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정리회사와 거래한 것이 법원 허가대상인지, 관리인이 법원 허가를 받았는지 등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덜컥 도장을 찍으면 앞으로 권리행사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화의기업과 거래할 때도 마찬가지다. 원래 화의인가 결정이 확정되면 화의기업이 재산 관리처분권 등 기타 경영상 모든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화의조건에서 화의기업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예컨대 통상 업무에 속하니 않는 행위를 할때는 화의채권자 대표자 또는 공정한 제3자에게 동의 내지 감독을 받도록 하거나 일정액 이상 대규모 거래를 할 때는 사전에 제3자에게 동의를 얻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투명성, 예측 가능성 등 장점 때문에 도산기업이 기업 인수ㆍ합병(M&A) 대상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동아건설 사례에서 드러나 듯이 항상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리회사 재무상황이나 경영실적 등은 비교적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정리계획이 인가됐을때는 앞으로 몇 년동안 채무상환 일정이 확정돼 있다는 점 등이 인수대상회사를 물색하고 있는 기업가 입맛을 당기게 한다. 보통 정리회사에 대한 M&A는 정리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거나 정리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두 가지 모두 정리계획에서 정해져야 할 사항이며 특히 정리계획인가 결정이 확정된 뒤에는 정리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리회사를 인수하고자 할 때는 주채권은행 등 주요 채권자들과 접촉해 관계인집회에서 그와 같은 정리계획안 또는 변경계획안이 가결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고 또 관리인을 통해 법원 견해를 미리 타진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정리회사가 제3자에게 인수돼 자금사정이 좋아질 때는 법원이 정리절차 종결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데 그때도 정리계획인가에 따라 이미 발생한 권리변경, 면책효과는 그대로 존속하므로 인수인은 안심해도 된다. 배성진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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