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법률클리닉]-매일경제 2002. 8. 21. 흔히 돈은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고 한다.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강자이면서도, 다른 한편 채무자가 채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그저 채무자의 선처만을 기다릴 도리 밖에 없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인 듯하다. 그러므로 채권자로서는 채무자의 채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 저당권과 같은 물적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채권자가 아무런 물적 담보를 설정하지 않았는데,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할 생각은 않고 자신의 재산을 처나 자식에게 증여하고 재산을 매각하는 등 재산을 빼돌린다면 채권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기업 활동을 하다보면, 별탈 없이 거래를 하던 기업이 갑작스레 자금 자정이 좋지 않다고 하여 채권회수에 나서보니 거래처는 이미 부동산을 처분한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하고자 하더라도 아무런 재산이 없게 되므로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민법은 이러한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할 수 있도록 채권자취소제도라는 것을 두고 있다. 채무자가 채무초과인 상태에 있거나, 아니면 채무초과 상태로 될 수 있음에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하여 모든 채권자의 공동 담보를 감소하게 하는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한다. 다소 어려운 말인데, 사해행위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채무자가 채무초과인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측근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정당한 대가없이 소유 재산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 유일한 재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것, 특정한 채권자를 위해 자신의 재산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는 것과 같이 천차만별이니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법률가의 조력을 얻어야 할 것이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러한 사해행위를 취소하는 데에는 몇 가지 유의하여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금전채권을 갖고 있을 때에 취소가 가능하다. 따라서 채권자의 채권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같은 특정 채권인 경우에는 사해행위를 취소할 수 없다. 둘째, 사해행위의 취소는 재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셋째, 사해행위를 취소하는 상대방은 채무자가 아니라 채무자가 한 법률행위로 이익을 얻은 수익자나 그 수익자로부터 다시 재산권을 이전받은 전득자이다. 넷째, 채권자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법률행위를 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채무자의 사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다섯째, 채권자가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한다하여도 채권자가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변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변제를 받으려면 반환되는 재산에 대하여 다시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다만 반환되는 재산이 금전일 경우 채권자는 직접 수령이 허용되므로 이로써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변제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여섯째,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해당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나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놓아야 재산이 다시 제3자에게 처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최정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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