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한국항공우주산업(주) 사보】-2004년 3월호 결혼 7년차인 A는 작은 아파트를 임차하여 가족들과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3.경 A가 임차해 살고 있던 아파트 주인의 부인이 찾아와 집안 사정으로 아파트를 팔게 되었는데, A가 전세보증금에 조금만 돈을 합하면 그 아파트를 살수 있을 테니 이번에 집을 장만해 보라고 권하였습니다. 이에 A는 집주인의 부인과 사이에 자신이 임차하여 살고 있던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그동안 모아온 적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하여 대금을 모두 지급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습니다. 그 후 아파트가격이 계속 오르자 A는 정말 탁월한 선택을 했다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2달이 지난 2003. 5.경 A가 매수한 아파트의 전 주인이 A를 찾아와 자신의 부인이 카드빚을 갚기 위하여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 아파트를 팔아버린 후 가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A가 자신의 부인과 체결한 아파트 매매계약은 무효이니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동안 애써 모아온 전 재산으로 겨우 아파트를 장만한 A로서는 정말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위 사안에서 아파트 전 주인의 말은 그저 억지에 불과한 황당한 주장일까요, 아니면 A가 아파트를 취득할 수 없게 되는 것일까요?(위 사안은 실제로 상담하였던 사례를 이해하기 쉽게 간단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는 A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누구와 계약을 체결하였고, 그때 어떠한 확인절차를 거쳤는지가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비록 부부라고 하더라도 A가 구입한 아파트의 주인은 남편으로 등기되어 있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위 아파트의 주인은 당연히 남편이고, 전 주인의 부인은 아파트의 소유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A가 부득이 아파트 주인의 부인과 계약을 체결할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계약서에 남편의 이름을 기재하고, 그 옆에 대리인(부인)의 이름을 기재하고 대리인(부인)의 도장을 날인하여 대리인인 부인과 계약을 체결하였음을 명확하게 밝혔어야 합니다. 나아가 당시 부인이 남편으로부터 아파트 매매에 관한 대리권을 위임받았다는 취지의 위임장을 계약서에 첨부하였어야만 하겠지요. 한 가지 더. 만일 A가 본인(남편)에게 아파트를 매각하는지 여부, 그리고 그에 관한 대리권을 부인에게 위임하였는지 여부를 전화 등으로 확인하였다면 A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후에 남편이 소송을 제기하였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이 첨부되어 있고, 등기에 필요한 서류들(등기필증 등)이 있었으면 적법하게 대리권을 위임을 받은 사람으로 인정해 주었고, 또 그렇게 믿고 거래를 한 경우에는 본인에게 직접 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보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 상담 사례에서 A는 본인(남편)에게 직접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A는 전 주인의 부인 말만 믿고 아파트를 매수하였다는 것인데, 바로 이것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예전부터 "夫婦는 一心同體"라고 하고, 실제 우리 민법도 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는 서로 대리권이 있다고 규정하여(민법 제827조 제1항 이를 "일상가사대리권 日常家事代理權"이라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경우 부부는 특별한 위임 없이 서로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인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남편이름으로 구입하거나 남편이 부인에게 배달된 물품 등을 수령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데에는 특별히 위임장이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위하여 정당하게 행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부부 중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다른 사람에게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는 다른 일방도 역시 그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32조). 하지만 이와 같이 부부 사이의 "일상가사대리권"이 인정되고, 또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는 정말 "일상적인 家事"에 국한될 뿐이라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견해입니다. 그렇다면, 상담 사례에서와 같은 "주택의 매매"는 "일상적인 가사"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여, 심지어 주택을 처분할 때와 취득하는 경우를 구분하여 판결하고 있습니다. 즉, 부인이 남편 명의로 등기된 주택을 매도하는 것은 "일상적인 가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부인이 남편 명의의 주택을 매도하기 위하여는 다시 남편으로부터 특별한 대리권한을 위임받아야 하고, 만일 매수인이 명의자인 본인(남편)에게 이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대법원 1993. 9. 28.선고93다16369판결).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부인 말만 믿고 집을 산 매수인에게 잘못이 있으므로 정당하게 주택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반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 있어서, 우리 대법원은 부인이 가족들의 필수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위하여 남편 이름으로 돈을 빌려서 아파트분양대금을 납부한 사안에 있어서는 남편 이름으로 돈을 빌린 것은 일상 가사에 관한 채무이므로 남편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하는 반면(대법원1999. 3. 9.선고98다46877판결), 부인이 주택 및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하여 남편 이름으로 돈을 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부부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거나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라면 이는 "일상적인 가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여 남편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대법원1997. 11. 28.선고97다31229판결). 이상과 같은 대법원 판결을 종합해 보면, 위 상담사례에서는 조금 억울하기는 하지만 A는 아파트를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주장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전 주인의 주장이 법리상으로는 더 타당한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계약당시 A가 명의인인 남편에게 확인전화 1통만 했더라도 위와 같은 송사에 휘말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설사 전 주인이 소송을 제기하였더라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처럼 부동산거래와 같은 이례적인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설혹 부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명의자(본인)에게 확인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명의자(본인)가 아닌 자와 거래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적어도 명의자 본인에게 전화를 이용해서라도 거래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지요. 이마저도 불가능하여 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면, 가능한 다른 방법으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후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만 계약이 정당하였음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박영주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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