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다20473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 ○○○ 주식회사(이하 ‘
피고 1 회사’)는 집합투자증권의 판매업무, 투자자문업무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 2는 2022. 6. 28.부터 2023. 7. 13.까지 피고 1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며, 피고 3은 피고 1 회사의 본사 마케팅부서장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입니다.
피고 1 회사는 2021. 1.경 부산 및 경남 지역 고객들에 대한 집합투자증권 등의 오프라인 판매 등을 위하여 부산 지역에 ‘△△△’ 영업소(이하 ‘
이 사건 영업소’)를 설치하였습니다.
원고는 2020. 9. 4. 피고 1 회사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영업소에서 근무하였고, 이후 피고 1 회사와 여러 차례 유사한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2021. 10. 20. 피고 1 회사와 근로계약기간을 2021. 10. 20.부터 2022. 7. 31.까지로, 근무장소를 이 사건 영업소로 정하여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피고 3은 2022. 7. 22. 원고에게 2022. 8. 31.부터 이 사건 영업소를 폐점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통지하면서 원고와 더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피고 3은 2022. 7. 22. 14:13경 이 사건 영업소 사무실에서 원고, 소외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와의 대화 내용 일체를 녹음하였고, 2022. 7. 22. 14:35경 다시 원고, 소외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와의 대화 내용 일체를 녹음하였습니다(이하 위 각 녹음행위를 ‘
이 사건 녹음행위’).
이에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인격권 침해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습니다(원고는 갱신기대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도 하였으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는바, 아래에서는 인격권 침해 여부를 중심으로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바탕으로 인격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① 이 사건 녹음행위는 피고 3이 원고에게 이 사건 영업소 폐점에 관한 피고 1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고 확인서를 받는 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 3이 녹음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명시적으로 녹음하면 안 된다는 반대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하였다는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② 이 사건 녹음행위를 통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영업소 폐점에 관한 원고의 반응을 확인하여 원고가 실제로 피고 1 회사와의 근로계약 갱신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여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원고와 피고 3의 대화 내용은 근로계약 기간의 종료를 통지하면서 갱신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취지에 불과하고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서 원고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다.
③ 피고들은 이 사건 녹음행위로 인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원고와 체결된 근로계약에 관한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하였을 뿐이고, 그 밖에 이를 다른 목적으로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들은 원고와의 분쟁에서 증거자료를 제출하여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고, 공적 판단기관인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성격과 판단 절차에 비추어 이러한 녹음파일 등의 제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을 수 있는 피해의 정도는 수인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
3. 의의 및 시사점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및 제3조 제1항). 그리고 대법원은 대화자 중 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참조).
그런데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여부와 별개로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당하지 아니할 법적 이익을 가지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은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를 부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327 판결 참조). 다만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그 표현내용 · 방법 등이 부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37625 판결 참조).
대상판결은 대화녹음이 근로계약 종료에 관한 분쟁해결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과 이를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하였다는 점 등 녹음이 이루어진 배경, 목적 및 방법 등에 관한 사정을 종합하여 녹음파일 제출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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