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중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주거하는 비율이 60%를 넘는다. 대도시의 경우는 그 비율이 더 높다. 더 이상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한 분쟁은 드문 일이 아니다. 공동주택은 물론 상가 등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기본 법률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다. 1동의 건물을 구분하여 각 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고(위 법 제1조), 그 용도에 따라 전유부분과 공유부분으로 나누고(위 법 제3조), 이를 관리, 보존하기 위해 구분소유자들로 관리단을 구성하도록 강제한다(위 법 제23조). 원칙적으로 관리단은 공유부분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전유부분에 대한 하자보수 또는 그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구분소유자 개인이 청구하여야 한다. 금전채권인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하는 것은 관리단의 권한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관리단과 구별하여야 할 것이 입주자대표회의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법과 그 시행령에 근거를 둔다(주택법 제43조, 시행령 제50조). 공동주택의 입주자가 과반수를 넘으면 의무적으로 동별 세대수에 비례해 동별 대표자를 선출하여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단과는 별개의 '법인 아닌 사단’이다(대법원 1991. 4. 23. 선고 91다 4478 판결).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므로, 정작 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은 아무런 관리권한이 없게 된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의 권한은 주택법 등에서 정하는 범위 내에서 권리를 가질 뿐이므로, 구분소유자의 고유권한은 행사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주자대표회의’)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또는 그와 동시에 구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 여부다. 주택법시행령 제59조 제3항은 입주자대표회의로 하여금 공유부분뿐 아니라 전유부분에 대한 하자보수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입주자대표회의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집합건물법 제9조에 의한 하자담보추급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합건물 구분소유자에게 귀속하고(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1다47733 판결 참조), 비록 주택법 제46조 및 주택법 시행령 제59조 제3항이 구 주택건설촉진법(2003. 5. 26. 법률 제691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소정의 입주자대표회의에게 공동주택의 사업주체에 대한 공사의 내용과 하자의 종류에 따른 하자보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는 행정적인 차원에서 공동주택 하자보수의 절차․방법 및 기간 등을 정하고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신속하게 하자를 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정하는 데 그 취지가 있을 뿐(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7616 판결 참조), 입주자대표회의에게 하자보수청구권 외에 하자담보추급권까지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공동주택에 하자가 있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로서는 사업주체에 대하여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며, 그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다20807 판결 참조)”고 판시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의 소유자인 구분소유자와는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견해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부적법하다. 하지만 하급심 재판부들은 여전히 입주자대표회의가 구분소유자들로부터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을 양수받아 소송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채권양도양수계약서를 추가로 발급받고, 그에 대한 채권양도통지를 하는 절차가 한가지 추가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하급심의 태도는 분쟁의 간이한 해결을 위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위 판례에서 밝힌 법리에 반하는 것은 물론, 소송신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신탁법 제7조에 위배되는 편법이다. 특히, 공동주택의 하자보수를 둘러싼 분쟁에 순수하지 않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입주자대표회의로 하여금 공유부분이 아닌 전유부분의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까지 모두 양도받아 소송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여기에 더 나아가 최근 입주자대표회의가 최대 10년이 지나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종전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의 구분소유자들로부터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을 양수받은 경우에도 주택법 및 주택법시행령의 하자보수청구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위 손해배상채권은 상법상 소멸시효 5년이 적용되므로, 하자발생 후 5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손해배상채권이 소멸한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집합건물법 제9조는 집합건물의 건축자 내지 분양자로 하여금 견고한 건물을 짓도록 유도하고 부실하게 건축된 집합건물의 소유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집합건물을 건축하여 분양하는 자의 담보책임에 관하여 수급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제667조 내지 제671조의 규정을 준용하는 한편 이를 강행규정화하였다. 주택법 제46조 및 주택법시행령 제59조 제3항이 구 주택건설촉진법 소정의 입주자대표회의에게 공사의 내용과 하자의 종류 등에 따라 1년 내지 3년(다만, 내력구조부의 결함으로 인하여 공동주택이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5년 또는 10년)의 범위에서 정하여진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공동주택의 사업주체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행정적인 차원에서 공동주택의 하자보수 절차․방법 및 기간 등을 정하고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신속하게 하자를 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위 법령에서 정하여진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입주자뿐만 아니라 사업주체와 별다른 법률관계를 맺지 않은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도 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이고, 아울러 집합건물법 부칙 제6조 본문이 집합주택의 관리방법과 기준에 관한 주택법의 특별한 규정은 그것이 집합건물법에 저촉하여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 점까지 고려할 때, 구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련 규정은 집합건물법 제9조에 의한 분양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하자보수의무의 제척기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40430 판결). 결국 입주자대표회의가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양수받은 손해배상채권에 기하여 소를 제기한 경우, 주택법 및 그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5년의 상사시효를 적용할 것이 아니고, 집합건물법 제9조, 민법 제671조의 규정에 따른 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준공되어 사용검사를 받은 후 최소 11년(1년차 하자의 경우)에서 최대 20년(10년차 하자의 경우)까지도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셈이다. 위 판결을 보면서 드는 감상이 적지 않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손해배상청구가 부당하다고 밝힌 대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편법을 허용하면서도, 그러한 편법을 통한 권리 행사까지도 법원칙이라는 명분하에 최대한 보장하도록 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더 이상 약하지도, 무지하지도 않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도 일관된 법원칙과 규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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