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4일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 경기 침체의 가속화로 글로벌 IB 육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제정된 자본시장법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개정안이 봇물을 이루었고 법 시행시기를 늦추어야 한다는 개정안도 발의되었습니다. 키코 사태로 인해 기존에 일률적으로 전문투자자로 분류되었던 상장법인의 경우 파생상품판매에 있어서는 일반투자자로 분류하는 개정안이 통과가 되어 함께 시행되었습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을 포괄주의 규율체제(negative system)로 변경하여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출현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특히 다양한 장내외 파생상품이 개발될 것을 의도한 것인데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주범이 이러한 파생상품으로 지목되면서 과연 이러한 다양한 파생상품의 출현이 우리의 금융시스템상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상당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또 다른 주요한 변화는 금융투자업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어 금융투자업으로 분류되는 범위 내에서는 전면적으로 겸업이 허용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금융투자업은 과거와 달리 동일한 기능별로 동일한 규율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존의 증권업에 해당하는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과 집합투자업(과거의 자산운용업)을 겸영할 수 있게 하였는데, 이는 입법 과정에서 이해상충에 대한 우려로 상당한 논란이 되었던 부분입니다. 자본시장법은 이러한 이해상충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신의성실의무 및 충실의무 부과, 정보차단벽 설치 및 임원겸직 금지, 각종 행위규제 부과, 이해상충 관리체계 구축 및 운용의무 부과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자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투자업자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그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목표나 수익 창출에 집착할 경우 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편,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가 자기책임의 원칙하에 이루어지는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신설하였습니다.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상품을 권유, 판매하기에 앞서 (i) 투자자가 일반투자자인지 전문투자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ii) 일반투자자에게 투자권유를 하기 전에 면담, 질문 등을 통하여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의 정보를 파악한 후 일반투자자의 서면확인을 받아야 하며, (iii) 해당 일반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아니한 투자권유를 하여서는 안 되고, (iv) 금융투자업자가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할 때 금융투자상품에 대하여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합니다(소위 ‘고객성향파악원칙’, ‘적합성의 원칙’). 또한, 거짓이나 불확실한 사항에 대한 단정적 판단이 금지되고, 투자권유의 요청을 받지 아니하고 방문, 전화 등 실시간 대화의 방법으로 투자권유를 하는 행위도 금지되며, 투자권유를 받은 투자자가 이를 거부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권유를 계속하는 행위(unsolicited call)도 금지됩니다. 이러한 자본시장법하에서의 투자권유준칙을 성실히 준수할 경우 과거에 10분이면 끝낼 수 있었던 펀드 판매도 1시간씩 걸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번거로움은 모두가 조금씩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글로벌 IB가 육성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또한 자본시장법을 제정할 당시 모델로 삼았고 또 참고하였던 선진 금융시장이 많은 부분 실패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본시장법의 시행을 위해 준비해 온 지난 1년 반 동안의 기간을 무시하고 대안 없이 그 시행을 늦추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법은 시행되었고, 자본시장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자본시장법이 자본시장의 공정성ㆍ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할 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 금융시장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 금융질서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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