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5. 11. 6. 선고 2024다229794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구미시 소재 피고 택시회사(이하 ‘
피고’)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택시기사들이고, ‘격일제’ 또는 ‘1인 1차제’ 근무형태로 일하면서 정액사납금제 방식으로 임금을 받았습니다. 격일제는 2명의 근로자가 격일로 1대의 차량을 운행하는 방식, 1인 1차제는 하나의 택시를 24시간 동안 택시기사가 원하는 만큼 운행하고 회사에 반납하는 방식의 근무형태입니다. 정액사납금제는 택시회사에 매일 정해진 금액의 사납금을 내고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을 가져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7년 최저임금법에 택시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생산고에 따른 임금(=사납금을 낸 후 남은 초과운송수입금)’은 제외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이하 ‘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임금협정 및 단체협약의 내용, 이 사건의 주요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2004년 임금협정
- 격일제 근로자: 1일 16시간(기본근로 8시간, 연장근로 8시간)
2012년 임금협정 -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 격일제 근로자: 1일 3시간으로 단축
2017년 1인 1차제 근무형태 도입
2018년 임금협정
- 격일제 근로자: 1일 3시간
- 1인 1차제 근로자: 1일 1.5시간
2019년 임금협정
- 격일제 근로자: 1일 3.745시간
- 1인 1차제 근로자: 1일 1.5시간
원고들은 3차례에 걸친 임금협정이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감축되기 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제1심 및 원심 판결의 요지
제1심 판결은 (1) 격일제 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이고 그들의 소정근로시간은 2004년 임금협정에서 합의한 1일 8시간(기본근로시간)이라고 판단하면서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반면, (2) 1인 1차제에 관한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무효라고 보면서도 1인 1차제 근무형태로 근무한 기간과 관련된 임금 청구 부분은 기각하였습니다. “1인 1차제의 경우엔 (적법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수 없어 회사가 추가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원심판결은 (1) 격일제 근로자의 청구를 인용하면서도 격일제 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은 ‘1일 16시간(기본근로시간 및 초과근로시간)’이라고 판단하였고 (2) 1인 1차제 근로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이 종전보다 단축하기로 합의하였다거나 그 단축합의가 무효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을 뒤집고, 격일제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제1심과 마찬가지로, 1일 8시간(기본근로시간)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1인 1차제 근로에 대하여, 1인 1차제 근무형태의 소정근로시간이 종전보다 ‘단축’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은 맞지만, 소정근로시간을 처음으로 정하는 합의도 무효일 수 있고, 이 경우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가. 1인 1차제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 합의 - 무효
- 피고가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통해 1인 1차제 근로에 대해 정한 1일 1.5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은 그 무렵 택시운전근로자의 통상적인 근로시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영업시간 외에 준비시간, 대기시간까지 포함되는바, 피고와 같은 구미시 내지 인근 지역 택시회사에 소속된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피고의 고정급 수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합의에서 정한 1인 1차제의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나. 1인 1차제 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는 방법 -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 보충
- 원심으로서는 1인 1차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1인 1차제의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였어야 한다.
- 구미시 소재 다른 택시회사들은 1일 2교대제에 관한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와 같은 근무형태의 내용, 특성상 1인 1차제의 근로시간이 1일 2교대제에 비하여 통상적으로 더 길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구미시 소재 다른 택시회사들의 1일 2교대제에 관한 소정근로시간도 원고들과 피고의 1인 1차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의사를 보충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할 요소가 될 수 있다.
4.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인 경우 종전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적용됨이 원칙이고, 민법상 무효행위 전환 법리를 전제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회사가 신설되어 소정근로시간을 처음 정하였거나, 새로운 근무형태를 도입하며 소정근로시간을 처음 정하였는데, 그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무효인 경우에는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고, 기존 근무형태와 비교하여 새로운 근무형태의 실제 근로시간이 감소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근무형태에 관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면서는 기존 근무형태에 관한 종전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의 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5. 10. 30. 선고 2021다225074ㆍ225081 판결).
대상판결은 (1) 격일제 근로는 위 대법원 2021다225074 판결에서 말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인 경우를, (2) 1인 1차제 근로는 처음 정한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인 경우를 적용하여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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