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노339 판결]
1. 사안의 개요
2019년 지부 산하의 레미콘지회 조합원들인 레미콘 기사(지입차주, 이하 ‘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47개 레미콘 제조회사가 소속된 부산경남레미콘산업 발전협의회(이하 ‘
이 사건 협의회’)에 복지기금을 요구하면서 복지기금을 주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이 사건 협의회는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복지기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거부했고, 약 보름간 파업에 돌입하였습니다. 결국 일부 레미콘 제조업체는 복지기금 지급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합의로 지회는 2022년 5월까지 총 3억 4556만 원의 복지기금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지회는 복지기금을 추가로 요구했고 파업이 반복되었고, 지회는 2023년 1월까지 복지기금 1억 5853만 원을 추가로 더 받았습니다.
지회의 복지기금 요구가 계속되자 레미콘 제조업체는 복지기금 요구와 파업이 불법이라고 주장했고, 지회는 공동공갈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여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주로 문제되었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이를 전제로 지입차주들의 쟁의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아래에서는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① 피해회사들 소유의 레미콘 차량으로 레미콘 운반업무를 수행하는 직영제 운송기사들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와 그 주요 내용이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체결하는 운반도급계약과 대부분 유사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도 과거에 피해회사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 점,
②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레미콘 차량에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한 피해회사들의 상호와 로고가 나타나도록 도색하여야 하고, 피해회사들의 레미콘 출하에 지장이 없도록 항상 차량을 운행 가능한 상태로 대기하여야 하며, 1~2년 단위로 체결되는 운반도급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상 자동으로 갱신되어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길게는 30년 이상까지도 장기간 한 개의 레미콘 회사에 전속되어 지속적으로 레미콘 운반업무를 수행한 점,
③ 피해회사들은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의 근무일별 레미콘의 운반 장소와 운반 횟수, 출하시간, 운반해야 할 레미콘의 종류와 양 등을 결정하는 등 피해회사들이 지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점,
④ 피해회사들은 레미콘을 납품하는 건설현장 등 공사현장에서도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에게 작업지시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피해회사들로부터 차량 운송에 관한 안전교육을 받아야 했으며, 피해회사들이 정한 안전수칙 등을 준수해야 했으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레미콘 제조회사의 관리부서나 출하팀에 휴가계를 제출하기도 한 점,
⑤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특정 피해회사들에게만 소속되어 레미콘 운반업무만을 수행하고, 특정 피해회사들로부터 받게 되는 운반비가 주된 소득원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지급받는 운반비는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제공하는 노무의 양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서 피해회사들이 지급하는 운반비는 결국 ‘노무 제공의 대가’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
⑦ 운반도급계약서에는 피교육의무와 같은 내용뿐만 아니라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지켜야하는 준수사항이나 금기사항 등과 같이 주로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의 의무사항을 위주로 정하고 있고, 운반비 등 핵심적인 계약조건은 사실상 피해회사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⑧ 레미콘 운반업무는 피해회사들의 레미콘 제조ㆍ판매 사업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으로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피해회사들의 사업 조직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⑨ 상기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회사들은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의 구체적인 업무수행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행사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⑩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피해회사들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피해회사들과 경제적ㆍ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음에도 피해회사들에 비해 현저히 약한 교섭력을 가진 이 사건 레미콘 지입차주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고, 피해회사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등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점 등
3. 의의 및 시사점
과거 법원은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거나(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7988 판결,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누1795 판결,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2122 판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1. 12. 28.자 2001라183 결정,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다20910 판결).
해당 판결은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는데, 2026. 3.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에서 원청의 사용자성 및 쟁의행위 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