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반기 갑작스레 몰아친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가 건설, 특히 주택건설시장입니다. 2008년 현재 도급순위 100위 이내의 상위 건설사들 중 절반 이상이 워크아웃, 회생절차 등에 들어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뼈를 깎는 각 회사들의 구조조정에서 불구하고 여전히 미분양아파트의 수효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주택부분에 집중했던 건설사들의 정상화는 무엇보다 신규 공급 아파트의 분양성공 여부가 관건입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발생한 대규모의 아파트 미분양사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고, 그 결과 주택부분에 집중했던 건설사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회사들은 임직원들을 비롯하여, 거래업체 관계자들에게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받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했고, 자신들이 몸담고 있거나 공사하도급을 받고 있던 사람들은 시공사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상당수의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받기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공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할인분양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들 '관련자'들에 대한 분양을 통해 어려움에 처해있던 시공사들이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의 대법원 판결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에서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대규모 미분양아파트의 매각과정에서 '관련자'들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의 보증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주택분양보증제도가 마련된 취지는 사업주체가 주택의 완공 이전에 분양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분양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위험으로부터 주택을 공급받고자 하는 선의의 수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건설사의 임직원 또는 하도급업체의 임직원들과 같은 "관련자"들이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은 "금융기관에게서 계약금 또는 중도금 대출을 받아 분양대금을 납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택건설 사업주체에 대하여 주택 공사자금 등 사업자금을 지원하여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한 자나 그에게 분양계약 명의를 대여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택분양보증제도의 보호대상이 되는 선의의 수분양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주택분양보증계약 약관에서 '주채무자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의한 정상계약자가 아닌 자에게 부담하는 채무'에 관하여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가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는 바로 약관에서 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의한 정상계약자가 아닌 자'에 해당"하므로, 대한주택보증의 보증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하급심에서 정상적인 분양계약으로 인정받아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던 "관련자"들이 모두 "정상계약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아 파기환송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내적인 동기에 불과한 것과 주된 목적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대법원이 대한주택보증㈜을 통한 보증제도가 소위 '선의의 수분양자'인 실수요자의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히고, 그와 같은 보증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할 수 있습니다.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제도를 빌미로 시공사들이 자신들의 어려움을 대한주택보증㈜에 떠넘기는 것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와 같은 '제한적 해석 원칙'을 기왕의 분양아파트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크게 의문입니다. 대법원은 '선의의 수분양자'와 '관련자'들을 구분할 기준을 '아파트 분양계약 체결 주된 목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즉, '관련자'들의 경우,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된 목적이 "금융기관에게서 계약금 또는 중도금 대출을 받아 분양대금을 납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택건설 사업주체에 대하여 주택 공사자금 등 사업자금을 지원하여 주는 것"이라는 이유로 주택보증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래행위자들이 해당 법률행위를 한 주된 목적을 밝히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주관적 요소'는 상대방에게 표시되지 않는 이상 법률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이러한 사실을 잘알고 있으므로, "아파트 분양사업주체인 시공사와 수분양자의 관계, 분양계약 체결 당시 시공사의 자금사정, 시공사가 체결한 다른 분양계약들의 내용, 분양대금의 출처, 분양받은 자의 주거관계 등"을 종합하여 '주된 목적'을 판단하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사정들 가운데 상당수 – 예컨대, 시공사의 자금사정, 시공사와 분양받은 자의 협력업체 관계, 다른 분양계약들의 내용 등은 이미 모든 거래관계자들에게 알려진 공지의 사실이거나 특별한 사정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거래당시 특별한 고려사항에 해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거래당사자인 수분양자의 내적인 '의도'를 밝혀내서 '선의의 수분양자'인지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이러한 '의도'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단지 아파트를 분양받게 된 '여러 동기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시공사에게 자금을 융통해 주기 위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서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관련자'는 시세차익이 '주된 목적'이므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본래부터 '법률행위의 동기'와 '주된 목적'처럼 행위자의 내적인 요소들은 법률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 대법원도 이런 구분을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분양으로 인정받아 '관련자'들이 승소한 사건들에 대하여 예외없이 모두 파기환송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급심에서 정상적인 분양이 아닌 것으로 패소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관련자'들이 분양받았다는 이유로 모두 보증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자신이 근무하고 있거나 공사를 하도급받은 시공사의 어려움을 알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것이, 자신들의 전재산을 잃게 되어도 마땅한 '악의의 수분양자' 취급을 받을 정도로 큰 잘못일까요? 파생되는 문제들 – 전매취득자의 보호는? 그리고 금융기관의 대출은?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선의의 수분양자'라는 개념을 근거로 보증대상에서 제외하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문제들은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지도 의문입니다. 먼저 '관련자'들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매취득한 '전매취득자'는 보증대상에 해당될까요? '관련자'들이 분양받았던 아파트가 보증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보증대상이 아닌 아파트를 취득한 자도 보증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 나라에서 미완공 아파트를 전매취득하려는 자는 이제부터 당초 수분양자가 '선의의 수분양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한 후에 계약을 체결해야만 할 것입니다. 취득하려는 아파트의 최초 수분양자가 '관련자'라서 보증대상이 아니라면, 시공사가 부도나는 경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될 위험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관련자'들이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받은 대출금은 변제해야 할까요? '관련자'들은 대부분 금융기관으로부터 중도금, 잔대금을 대출받아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금융기관들도 당연히 대한주택보증㈜의 보증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런 대출약정을 체결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관련자가 분양받은 아파트가 보증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관련자'들은 분양받은 아파트를 취득하지도 못하고 분양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대출채무만을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만일 자신이 보증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관련자'들이 이들 아파트를 분양받았을까요? 금융기관들이 과연 이들 '관련자'들에게 아파트 중도금, 잔금을 대출해 주었을까요? 그렇다면 '관련자'들이 이들 대출금을 변제할 의무가 있을까요? 과연 누가 '선의의 수분양자'인가? 이론상으로는 대법원에서는 단지 '관련자'들의 사정을 좀더 세밀하게 판단하도록 파기환송했을 뿐이므로, 하급심에서 다시 '선의의 수분양자'임을 입증하면 보증대상으로 인정받아 보호받게 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하급심에서 이미 심각하게 다투어 정상적인 분양이라고 판단한 사건들을 대법원에서 예외 없이 파기환송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한 기대가 결코 크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만일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직까지 부도가 나지 않았을 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공사가 시공하고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단지 '관련자'라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게 될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로 계약해지를 하는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선의의 수분양자'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대법원 스스로가 해답을 내려주어야 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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