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요구를 불이행하더라도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경미하므로 형벌법규에 비하여 위임 요건이 완화되는 점, 정보통신에 관한 영역은 시대적ㆍ기술적인 변화 상황에 따라 빠른 속도로 변동하고 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정보의 내용과 유통형태가 출현하고 있으므로,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유연하게 규율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게 대통령령에 위임하여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점을 들어 포괄위임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불건전정보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인하여 규제되지 않아도 될 표현의 자유까지 규제하게 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 특히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는 종전의 고전적인 통신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복제성, 확장성, 신속성을 가지고 유통되기 때문에 불법정보에 대하여 신속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사후적 회복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불법정보에 대한 심의, 시정요구 제도를 통해 공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매우 큰 반면, 불법정보게시자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시정요구를 받더라도 다른 통신망을 이용하여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게시할 수 있으므로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고 보았습니다.
4.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고찰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영역의 빠른 변화속도,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의 출현,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의 특성(복제성, 확장성, 신속성)"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의 '명확성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의 적용요건을 완화하였습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의 '명확성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자유입니다. 만일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함으로써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불명확하게 된다면,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통하여 민주주의, 국민주권을 실현하게 하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적 기능이 상실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되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2002. 6. 27. 자 99헌마480 결정).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민주주의, 국민주권주의의 실현기능에 비추어 볼 때, "정보통신영역의 빠른 변화속도,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의 특성"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의 명확성 원칙을 완화하는 것은 다소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건전한 통신윤리를 함양하기 위하여" 어떤 표현이든지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사실상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될 우려가 있습니다. 더구나 현대 사회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표현이 다른 매체를 이용한 표현보다도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입니다. 자칫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표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 결정에서도 3인의 반대의견은 "'건전한 통신윤리'란 헌법 제21조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 방송통신위원회법 제18조제1항의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 창달'과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라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에 필요한 사항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행정기관으로서도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당해 사건에서 A씨가 게시한 내용이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인지'에 대한 판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심판대상 조항은 판단에 따라서 규제할 필요가 없는 표현까지도 규제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입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5. 다운로드 :
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11헌가13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