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반대의무와 상환으로 의사표시를 명하는 판결의 강제집행과 집행문부여
(1) 채권자가 집행기관(집행법원 또는 집행관)에 강제집행을 신청 또는 위임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집행문을 첨부, 제출해야 합니다. 집행문은 강제집행의 실시를 위해 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부여됩니다. 그러나 모든 강제집행에 있어 집행문의 부여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몇 가지 예외가 있는데, '의사표시의무(예컨대 등기절차이행의무)의 집행'이 그 중 하나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63조는 '의사표시의무의 집행'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은 "채무자가 권리관계의 성립을 인낙한 때에는 그 조서로, 의사의 진술을 명한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그 판결로 권리관계의 성립을 인낙하거나 의사를 진술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표시를 명하는 재판'의 경우에는 판결이 확정되면 의사의 진술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이로써 집행이 완료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별도의 집행문이 불필요합니다.
(2) 그런데 제263조제2항은 다시 "반대의무가 이행된 뒤에 권리관계의 성립을 인낙하거나 의사를 진술할 것인 경우에는 제30조와 제32조의 규정에 따라 집행문을 내어 준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예외의 예외', 즉 '의사표시의무의 집행이지만, 집행문부여가 필요한 경우'를 규정한 것입니다.
민사집행법 제30조제2항 본문은 "판결을 집행하는 데에 조건이 붙어 있어 그 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채권자가 증명하여야 하는 때에는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여야만 집행문을 내어 준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2조제1항은 "재판을 집행하는 데에 조건을 붙인 경우에는 집행문은 재판장의 명령이 있어야 내어 준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판결(또는 확정된 강제조정결정)에서 동시이행을 명한 경우가 바로 '조건이 붙어 있는' 때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이 판결 등의 집행에 '조건'이 붙여진 경우 신청인은 그 조건의 성취를 증명하는 증명서(예컨대 변제영수증)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이 경우 법원사무관 등은 집행문의 부여가 재판장의 명령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여부만을 조사하여 재판장의 명령을 받으면 되고, 조건의 성취 여부를 독자적으로 조사할 필요도, 그럴 권한도 없습니다.
(3)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이란 집행문부여가 부적법함을 주장하며 그 취소 그 밖의 시정을 구하는 채무자의 신청을 말합니다(민사집행법 제34조제1항). 이의사유로는 집행문부여기관의 조사사항에 속하는 모든 요건의 흠결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조건'의 불성취도 이의사유에 해당합니다. 채무자는 집행문이 부여된 후 언제든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집행이 개시되어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집행이 완료된 후에는 이의신청을 할 이익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는 채무자가 집행문부여 시에 증명된 조건의 성취 또는 승계 등의 사유를 다투어 집행문부여의 위법을 주장함으로써 강제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소입니다. 민사집행법 제45조는 "제30조제2항과 제31조의 경우에 채무자가 집행문부여에 관하여 증명된 사실에 의한 판결의 집행력을 다투거나, 인정된 승계에 의한 판결의 집행력을 다투는 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채무자는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민사집행법 제45조)를 제기할 수 있는 때에도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채무자는 하나를 선택해 이용할 수도 있고, 양자를 동시에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및 의미
(1) 이 사건의 문제점
이 사건은 "의사표시의무에 동시이행 등의 조건이 붙어 있고 그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집행문이 잘못 부여되어 그에 따른 등기가 경료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집행문이 잘못 부여된 경우에 관해 민사집행법은 구제방법으로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신청'과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이미 집행이 완료(등기가 경료)되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신청과 소의 제기는 신청의 이익이 없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조건'의 불이행 사실이 간과됨으로써 집행문이 잘못 부여되어 등기가 이루어진 경우 "그 등기가 유효한지"와 "그에 대한 구제방법은 무엇인지"가 쟁점입니다.
(2)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1. 7. 13. 선고 2010나120960 판결)은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하면서 원고(A)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B(소외인)가 강제조정결정에 기해 이 사건 토지 중 3/5 지분인 A(원고) 지분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마치기 위하여는 그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신의 반대의무인 금전지급채무가 이행되었음을 증명하여 집행문을 부여받아야 할 것인데, B의 금전지급채무가 이행되지도 않았음에도 발급된 이 사건 집행문부여는 그 자체가 무효이고 그에 따른 원고의 이 사건 토지 중 3/5 지분의 이전에 관한 의사진술의 효과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결국 강제조정결정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 중 3/5 지분에 관하여 B 앞으로 경료된 이 사건 ①등기는 원인 없는 등기로서 무효이고, 원인 무효인 이 사건 ①등기를 기초로 마쳐진 이 사건 토지 중 3/5 지분에 관한 피고들 명의의 이 사건 ② 내지 ⑥등기들도 모두 무효이므로, 피고들(C, D, E)은 원고(A)에게 이 사건 토지 중 3/5 지분에 관해 이 사건 ② 내지 ⑥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
(3) 대법원은 "집행권원상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는 채무가 반대급부의 이행 등 조건이 붙은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조건 등의 성취를 증명하여 재판장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문을 받아야만 의사표시 의제의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반대급부의 이행 등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는데도 등기신청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판결 등의 집행권원에 집행문이 잘못 부여된 경우에는 그 집행문부여는 무효"라고 한 다음, "이러한 집행문부여로서 강제집행이 종료되고 더 이상의 집행 문제는 남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으므로, 채무자로서는 집행문부여에 의하여 의제되는 등기신청에 관한 의사표시가 무효라는 것을 주장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등기의 말소 또는 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의사표시의무에 동시이행 등의 조건이 붙어 있고 그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집행문이 잘못 부여되어 그에 따른 등기가 경료된 경우 그 등기의 유효 여부 및 구제 방법"에 관해 처음으로 그 입장을 밝힌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