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서는 과연 오염권과 유사한 배출권을 할당하는 것이 옳은 접근인지에 대한 철학적 문제, 탄소세 등의 정책보다 효율적일 것인지에 대한 경제학적 문제, 할당 및 측정ㆍ보고ㆍ검증(MRV)과 관련된 각종 과학적ㆍ기술적 문제, 배출권 거래소의 설립 및 운영, 상쇄, 국내외적 연계 등과 관련된 법적ㆍ제도적 문제 등 다양한 이슈 및 논쟁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규제대상이 한정적인 산성비 대응 프로그램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것과는 달리, 오염원이 분산되어 있고 광범위한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기 위하여 배출권 거래제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2020년까지의 중기목표의 달성과 2020년 이후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의 국제적 기후변화대응체제 등을 대비한다면,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성공적인 체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민관이 모두 노력하여야 함은 자명합니다.
온실가스의 감축을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 및 산업 정책, 조세 정책 등을 망라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배출권 거래제 이외에도 전반적인 정책 조율이 필요한 것이 분명하지만, 배출권 거래제법이 도입됨에 따라 그 거래를 활성화하고 예측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령의 정비가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배출권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전통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부분과 관련하여 실무적으로 접근하여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배출권 거래제법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 자본시장법 등 금융관련 규제 적용 여부 및 도산절차에서의 배출권 등 관련 계약 취급 문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기초자산은 자연적ㆍ환경적ㆍ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가격ㆍ이자율ㆍ지표ㆍ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제4조 제10항 제3호 및 제5호)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나, 구 증권거래법 개정 및 자본시장법 제정과 관련되어 이미 배출권과 같은 것을 기초자산에 포함시키도록 논의되었던 점 및 현재 노르드폴, 블루넥스트, 유럽에너지거래소, 시카고 기후거래소, 시카고 기후선물 거래소 등에서 배출권을 거래하고, 다양한 가격 지표 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배출권이나 상쇄 단위(Credit)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국외 거래소의 가격지표를 기초로 상쇄 단위를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거래를 선도 거래 유사한 파생상품 거래로 취급하는 경우, 그 회계처리나 외국환거래신고 등과 관련하여 복잡한 절차를 요구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채무자의 파산 및 회생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배출권이나 상쇄 단위 등과 관련된 거래에 지급결제제도의 특칙(제120조)이 적용될 수 있을지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은 배출권이나 상쇄 단위에 대한 추상적인 법률논의보다는 규제가 중복되지 않고,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유럽의 경우 오스트리아 체코,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에서는 배출권을 '상품(commodity)'으로 분류하고 있어, 증권이나 파생상품과 같은 일반 금융투자상품보다는 규제를 덜 받도록 하고 있는 반면, 스웨덴에서는 배출권이 금융감독원(Financial Service Authority)에 의하여 감독을 받는 금융투자상품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영국이나 핀란드에서는 배출권의 현물(spot) 거래만을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파생상품 거래는 특정된 투자의 분류에 포함되고, 그에 따른 금융규제를 받을 수도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2. 회계원칙의 통일 문제
배출권의 회계처리와 관련해서도 배출권이나 구입한 상쇄 단위를 무형자산 또는 금융자산으로 인식할지, 일정한 충당금이나 이연대변항목(deferred credit)으로 인식하여야 할지, 배출권이나 상쇄 단위의 가치를 (특히 무상할당과 관련하여) 어떻게 인식할지 등과 관련하여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국제회계보고해석위원회(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Interpretations Committee, IFRIC)는 2004년에 배출권거래와 관련한 회계기준에 대한 지침을 발표한 바 있으나(속칭 IFRIC3) 추후 이를 철회하였고, FASB와 IASB 등이 공동으로 배출권의 회계처리 방침에 대하여 논의한 바 있으나, 2010년 11월 이후에는 답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회계기준 등은 기업의 가치평가나 공시 등과 관련하여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배출권거래제의 1차 계획기간 전에는 국제적 동향 등을 고려하여 회계원칙을 확정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3. 담보설정의 문제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배출권 또는 상쇄 단위 등이 일정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화로서 기능할 수 있으므로, 이를 담보로 제공할 유인이 높아집니다. 통상 자본시장법 등 금융관련법이나 도산법 등에 따른 취급과 담보제공이 가능한지 여부는 그 성질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적으로 담보권 설정 가능여부는 그 등록부에 담보권자를 명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영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에서는 등록부의 표준 양식에 추가 지명 대표자를 기재하게 함으로써, 담보권자가 그 이전 등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배출권 등록부와 상쇄 등록부 등에 이러한 기능을 명기할지 고려하여야 합니다.
4. 부가가치세 등 조세 문제
현재 부가가치세법에서 과세대상이 되는 재화나 용역의 범위가 폭넓게 규제되어 있으므로, 배출권이나 상쇄 단위의 거래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법이나 조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른 별도의 규정이 없으면,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에서는 유상할당의 경우에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있고(덴마크,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슬로베니아, 스페인), 국내거래에는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되, 국제거래에는 부과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모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EU의 경우에는 배출권이나 상쇄단위의 국제거래와 관련하여 양수인의 배출권거래계좌가 있는 국가에서 부가세를 징수할 수 있는 역부과규칙(reverse charging rule)을 임시적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배출권 거래제도의 국제 연계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경우, 해당 국가의 세제 등도 고려하여 부가가치세와 관련된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배출권의 거래와 관련하여 외국에서는 각 국의 부가가치세 제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악용해 부가가치세는 납부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한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외국기업이 등록부에 계좌를 가짐으로써 고정사업장이 창출되는지, 초과 배출 등으로 인한 벌금 납부의 경우에 법인세 산정시 공제항목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등의 기타 조세문제도 정비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현재 배출권 거래제법에서는 할당, MRV, 상쇄, 국제 연계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사항들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고, 시행령은 올해 말까지는 입안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출권 거래제가 성공하려면, 그 제도설계가 UNFCCC 및 교토의정서 2차 공약기간 등의 규정 동향 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아울러 앞서 논의한 관련 규정의 정비를 포함하여, 다양한 법제적, 기술적 후속작업들을 주의깊게 진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상쇄 등과 관련해서도 CER 등 교토 메커니즘을 시행령에 포함시킬 것을 예정하고 있다면, 국내 상쇄 등록부 및 등록부와 국제등록부(International Transaction Log)와의 연계 등 물리적 시간과 자금을 요하는 등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에 비하여 무역의존도가 높고 탄소 집약도가 높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탄소 누출을 막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정부의 적극적인 고려와 각 업종별, 산업별 연구 및 대응이 시급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