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언제나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그 중에는 발행회사가 이미 공시하였거나 언론에 보도된 정보도 있고,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공시되지 않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 즉 미공개 중요정보(이하 '미공개정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일 미공개정보가 일반에 공개되었더라면 주가가 달라졌을 것이므로, 그러한 미공개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동안 그에 근거하여 주식거래를 한 투자자는 그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결과 이익을 보고 거래 상대방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의 금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즉 어떤 법인이나 그 임직원, 주요 주주 또는 그로부터 정보를 수령한 자가,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하여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특정증권의 매매 등 거래에 이용한 경우, 그로 인해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부담은 물론 10년 이하의 징역 및 벌금형 병과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위와 같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규제에 추가하여, 올해 7월부터는 이른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금지 규정이 시행되었습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란, 위와 같은 미공개정보를 증권의 매매 등 거래에 이용하는 행위인데, 그 교란행위의 형태 및 적용대상이 기존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보다 광범위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미공개정보 이용금지의 경우에는 미공개정보를 보유하는 법인의 임직원, 주요 주주나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자 등으로부터 직접 그 정보를 수령한 1차 정보수령자까지만 규정 위반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설된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경우에는 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정보를 순차적으로 제공받은 전득자 즉 2차, 3차 이상의 정보수령자까지도 수범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i)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직접 거래에 대한 정보를 생성한 자, (ii) 해킹, 절취, 기망, 협박 등 부정한 방법으로 해당 정보를 알게 된 자 및 위 각각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자들까지 해당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매매 등 거래를 한 경우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일정한 기금의 운용담당자(펀드매니저)가 특정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결정한 경우, 그러한 매매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직접 거래를 하거나 지인에게 그 정보를 알려 주어 그 지인이나 그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순차 수령한 제3자가 해당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 매매거래를 하였다면 해당 기금운용 담당자 외에 지인, 그로부터 정보를 수령한 제3자까지 모두 시장질서 교란행위 위반에 해당됩니다.
나아가 자본시장법은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유형으로, (i)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호가를 제출한 후 해당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ㆍ취소하여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 (ii)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거짓으로 꾸민 매매를 하여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 (iii) 손익이전 또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자기가 매매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수치로 타인이 그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그자와 서로 짠 후 매매를 하여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행위, (iv) 풍문을 유포하거나 거짓으로 계책을 꾸미는 등으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수요ㆍ공급 상황이나 그 가격에 대하여 타인에게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거나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가격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유형들은 이른바 목적 없는 시세조종행위로서, 기존에 인정되던 불공정거래행위(시세조종행위)의 경우 주식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 잘못 알게 할 목적이나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한 경우에 처벌하던 것과는 달리, 특별한 목적이 없이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 자체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별다른 목적이나 고의 없이 단순한 과실로 매매 거래에 관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시장의 오해가 생겨 시세 급변이 초래된 경우에도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은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금융위원회에서 해당 행위의 조사 및 자료제출 요구를 거쳐 5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되,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얻은 이익의 1.5배가 5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그 금액을 과징금의 상한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장질서 교란행위 조사 과정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한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 혐의가 포착되는 경우 금융위원회가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과열될수록 여러 형태의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지지만, 다른 한편 정보에 근거하여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커질 수 있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가 그간 익명으로 처리해 왔던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개별 안건, 해당 법인명, 처분 및 조치 근거 등 의결서의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시행 이후 증가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업계에도 구체적인 영업행위 기준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