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A그룹은 2001년 2월경 창업주가 별세한 뒤 2001년 6월 30일 창업주의 세 아들들이 계열사를 분리하여 각각 경영하는 형태의 계열분리가 이루어졌습니다.
A홀딩스 주식회사(이하 ‘A홀딩스’)는 A그룹 계열사로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OO도시가스 주식회사가 2009년 10월 1일 회사를 일부 분할하면서 존속하게 된 회사로서, 같은 날 상호를 ‘A홀딩스(영문 상호 : A HOLDINGS CO., LTD.)’로 변경하여 변경 등기를 마쳤고, 2009년 10월 12일에는 한국거래소에 상호변경에 따른 주권 변경상장을 신청하여 ‘A홀딩스’로 변경 상장되었습니다.
주식회사 A지주(이하 ‘A지주’)는 A그룹 계열사인 A산업 주식회사가 2010년 6월 30일 회사를 일부 분할하면서 존속하게 된 회사로서, 같은 날 상호를 ‘A지주(영문 상호 : A GROUP HOLDINGS CO., LTD.)’로 변경하여 변경 등기를 마쳤습니다.
A홀딩스는 2011년 1월 “A지주의 영문 상호(A GROUP HOLDINGS CO., LTD.)는 A홀딩스의 영문 상호(A HOLDINGS CO., LTD.)와 매우 유사하고, 이는 A지주가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한 것이어서 상법 제23조
1) 를 위반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2011년 법원에 상호사용금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10926 사건).
위 소송에서 A지주는 “A라는 표지는 A그룹 계열사 전체를 나타내는 표지이고, A그룹의 신용이나 명성을 상징하는 표지인데, A그룹 계열분리 이후 A홀딩스만이 A라는 표지를 상호에 사용하는 것은 A그룹 전체의 신용이나 명성에 무임승차하여 부정하게 이익을 얻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2) 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A홀딩스가 제기한 소송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항변하였습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상법 제23조의 ‘주체오인상호’ : 긍정
상법 제23조의 ‘주체오인상호’로서 사용금지를 청구하려면 ‘부정한 목적’과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라는 2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첫 번째 요건인 ‘
부정한 목적’의 의의 및 판단 기준에 관하여 “어느 명칭을 자기의 상호로 사용함으로써
일반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영업을 그 명칭에 의하여 표시된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하게 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등의 부정한 의도를 말하고, 이는 상인의 명성이나 신용, 영업의 종류ㆍ규모ㆍ방법, 상호 사용의 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두 번째 요건인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의 판단 기준으로 “
양 상호 전체를 비교 관찰하여 ①
각 영업의 성질이나 내용, 영업방법, 수요자층 등에서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경우로서
일반인이 양 업무의 주체가 서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또는 ②
그 타인의 상호가 현저하게 널리 알려져 있어 일반인으로부터 기업의 명성으로 인하여 견고한 신뢰를 획득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위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① A홀딩스의 영문 상호와 A지주의 영문 상호는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유사하고, A홀딩스와 A지주의 주된 영업 목적이 지주(持株) 사업으로 동일하므로 A지주는 A홀딩스로 오인될 수 있는 상호에 해당하며, ② A지주는 A홀딩스의 상호와 유사하여 일반인으로 하여금 오인ㆍ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A지주라는 상호를 사용하였으므로 부정한 목적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상법 제23조에 따라 A지주라는 상호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 : 부정
대법원은 A홀딩스의 청구가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하여 권리남용이라는 A지주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기업과 같이 경제적ㆍ조직적으로 관계가 있는 그룹집단이 분리된 경우, 어느 특정 계열사가 대기업의 표지를 채택하여 사용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일반 수요자에게 해당 대기업의 표지에 화체된 신용의 주체로 인식됨과 아울러 그 대기업 표지를 승계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대기업 계열사들 사이에서 대기업의 표지가 포함된 영업표지를 사용한 행위만으로는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A그룹의 ‘A’라는 표지가 반드시 A지주나 A지주 측 계열사만의 영업표지만을 나타내거나, A지주의 영업표지로 널리 인식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A홀딩스 및 그 계열사가 ‘A’라는 표지를 선정하여 사용한다 하더라도 A지주에 대한 부정경쟁행위로까지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3. 판결의 의의
대기업은 ‘OO그룹’, ‘△△그룹’ 등 계열사들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명칭(OO, △△)으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고 호칭됩니다. 대기업이 상속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의 사정으로 계열사가 분리되어 여러 개의 그룹 집단으로 분리될 경우, 그 대표 명칭을 어떤 그룹 집단이 사용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분리된 그룹 집단이 같거나 유사한 업종의 영업을 할 경우에는 그룹의 대표 명칭을 누가 사용할 것인지에 관한 분쟁의 가능성은 더욱 크다 하겠습니다.
대법원 2013다76635 판결은 이러한 사안에서 대기업을 대표하는 명칭을 어떤 그룹 집단이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의미가 있습니다. ① 상법 제22조에 따라 먼저 상호등기를 한 그룹 집단에게 우선권이 있고, ② 그룹 명칭을 사용하여 유사한 상호를 등기한 경우 상법 제23조에 따라 상호사용금지청구를 할 수 있으며, ③ 단 어느 특정 계열사가 대기업의 대표 명칭을 채택하여 사용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여 일반인들에게 그 계열사가 대기업의 대표 명칭을 승계한 기업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쉽게 말하여 OO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OO주식회사가 OO이라는 표지를 사용하는 경우), 그러한 계열사가 대표 명칭을 사용할 수 있고, 다른 계열사에게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주체 혼동행위’를 이유로 대표 명칭의 사용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다운로드 :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다7663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