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 상황 결손법인에 대한 채무면제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논란이 분분합니다. 결손법인은 통상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도록 결손법인이 지고 있는 채무의 원금 혹은 이자 전부나 일부를 면제해주는 채권자들이 있습니다. 이 때 어떤 채권자가 결손법인의 주주와 특수관계에 있을 때 증여세 부과가 문제됩니다. 결손법인의 ‘주주’가 이익을 얻었다고 보아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손법인 주주에 대한 증여재산 가액으로 의제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의 위헌성이 다툼이 되고 있습니다. 채무면제 전후로 특정법인의 주식가치가 계속 음수(-)인 경우에도 주주가 이익을 얻을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상증세법 조항은 논란을 겪으며 시기별로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시기별 판결과 쟁점을 순차로 봅니다. 특히 현재 판결이 엇갈리는 시기 법령의 위헌성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 판결례 가. 시행령을 무효라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먼저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조항이 문제 되었습니다. 당시 다툼이 된 조항은 “특정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당해 특정법인에게 재산 또는 용역을 무상제공하는 등 각 호에서 정하는 특정거래를 하여 당해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당해 특정법인의 주주 등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2항에서 이익의 계산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했습니다. 위임을 받은 시행령 조항은, “증여재산가액 또는 채무면제 등으로 인하여 얻는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결손법인은 당해 결손금을 한도로 한다) 등에 해당 최대주주 등의 주식 등의 비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당해 금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으로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6두19693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시행령 조항은 모법의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처분의 근거 법률은 특정법인과의 재산의 무상제공 등 거래를 통하여 최대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를 전제로 그 ‘이익의 계산’만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행령 조항은, 특정법인이 얻은 이익이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이라고 곧바로 간주해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고 있는 잘못이 있었습니다.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법인에 재산의 무상제공 등이 있다면 그 자체로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나. 근거 법률 개정 이후 엇갈리는 판결 그러자 입법자는 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처분의 근거 법률을 개정했습니다. 즉, “[∙∙∙] 특정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특정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종전 법령의 미비점을 보완하였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와 같이 개정된 이후, 더 이상 시행령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결국 주주가 얻은 이익의 계산뿐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도 대통령령에 위임을 하는 취지라고 봄이 상당하며, 결국 이처럼 모법에 위임규정이 새로 생김으로써 더 이상 시행령 조항을 무효라고 볼 수 없게 되었다”는 판시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15. 5. 19. 선고 2014누68715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5. 6. 11. 선고 2014구합74480 판결). 그러나 최근 위 판결과 달리 시행령 조항이 조세법률주의, 포괄위임금지원칙 등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됩니다(서울행정법원 2016. 4. 7. 선고 2015구합74586 판결, [판결] “결손법인 채무면제에 증여세 부과는 부당” 첫 판결 법률신문 2016. 5. 9. 기사, 이익 없어도 세금내라고? '엉터리 세법' 철퇴 맞다 조세일보 2016. 4. 21. 기사) 위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처분의 근거 법률에 대해 헌법합치적 해석을 함으로써 처분의 근거 법률에서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주주가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은 경우를 전제로 그 이익의 구체적인 종류와 범위에 관한 것으로 한정되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해, 거래 전후 1주당 순자산가치가 모두 부수(-)로 산정되어 소유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이익을 얻었다고 간주하고 그 증여가액 또는 채무면제액 등 거래로 인한 가액을 주식수로 나누어 이를 증여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증여재산가액으로 보는 시행령 조항은 위헌ㆍ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3. 증여세 부과 근거 법령의 위헌성 최근 서울행정법원 2016. 4. 7. 선고 2015구합74586 판결이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충실한 판결로서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해 처분의 근거 법률을 축소 해석하지 않는다면, 위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가.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2010년 1월 1일자 법률 개정으로, “이익”이라는 단어 앞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으니, 더 이상 ‘실질적 관점에서 이익’의 유무를 따질 필요가 없이 대통령령으로 이익의 존부와 크기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주장은 헌법이 정하는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하고,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규정에 의해 천명된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은 과세요건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또한 과세요건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하여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데에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결정).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고 함은 법률에서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에 관한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법률의 해석과 집행을 방지하고 의회입법의 원칙과 법치주의를 달성하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1. 7. 8. 선고 91헌가4 결정). 위임입법에서 구체성ㆍ명확성을 요구하는 정도는 규제대상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국민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내용의 조세법규는 일반적인 급부행정법규의 경우와는 달리,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합니다(헌법재판소 1991. 2. 11. 선고 90헌가27 결정, 헌법재판소 1994. 7. 29. 92헌바49등 결정 참조). 이러한 법리에 기초해 헌법재판소는 아래와 같은 구 상속세법(1981. 12. 31. 법률 제3474호로 개정되고, 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의4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 부분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8. 4. 30. 95헌바55 결정).
구 상속세법(1981. 12. 31. 법률제3474호로 개정되고, 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의4 (무상 등으로 양도받은 경우의 증여의제) 제32조 내지 제34조의3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현저히 저렴한 대가로써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을 받은 자는 당해 이익을 받은 때에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다만, 이익을 받은 자가 자력을 상실하여 납세할 능력이 없을 때에는 그 세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한다. 구 상속세법 시행령(1988. 12. 31. 대통령령 제12567호로 개정되고, 1990. 12. 31. 대통령령 제13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3 (현저히 저렴한 대가로 받은 이익) 법 제34조의4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이라 함은 법인이 자본 또는 출자액을 증가하기 위하여 주식 또는 지분(이하 “신주”라 한다)을 배정함에 있어서 당해 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이하 “주주 등”이라 한다)가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이하 “신주인수권”이라 한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포기함으로 인하여 당해 신주인수권을 포기한 주주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그의 지분비율을 초과하여 신주를 배정받은 경우에 그 초과하여 배정받은 신주의 납입금액과 증여일의 현황을 기준으로 하여 제5조 내지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과의 차액을 말한다.
상증세법 제39조 (증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 ① 법인이 자본(출자액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 및 제39조의2에서 같다)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새로운 주식 또는 지분[이하 이 조에서 "신주"(新株)라 한다]을 발행함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29조 (증자에 따른 이익의 계산방법 등) ③ 법 제3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이익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계산한 이익으로 한다. 다만, 증자 전ㆍ후의 주식 1주당 가액이 모두 영 이하인 경우에는 이익이 없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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