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제도의 시행
국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방안」에 따라 2011년 4월 30일 도로교통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개정되었습니다.
그 결과, 운전전문학원에서의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의무교육시간이 제1종 보통면허 기준으로 장내기능 15시간, 도로주행 10시간 등 총 25시간에서 장내기능 2시간, 도로주행 6시간 등 총 8시간으로 변경되고, 장내기능시험 항목도 11개 항목에서 2개 항목으로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나. 자동차운전전문학원들의 수강료 책정 관련 논의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 서울특별시협회(이하 ‘서울협회’)는 2011년 5월 16일 도로교통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공포와 관련하여 향후 전문학원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이하 ‘5월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5월 회의에서 서울협회 사무국장은 위 회의에 참석한 녹천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하 개별 학원 상호에서 ‘자동차운전전문’은 모두 생략), 양재학원, 삼일학원, 서울학원, 창동학원, 노원학원 및 성산학원(이하 이들 학원을 ‘7개 학원’이라고 하고, 각 학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을 통칭하여 ‘7개 사업자들’)의 원장 또는 학감 등에게 미리 작성한 ‘2011년 5월 회의자료’를 배포하고 그 내용을 설명하였습니다.
위 회의자료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관련 내용’과 ‘도로교통법령 개정에 따른 전문학원 운영방안’(이하 ‘이 사건 운영방안’)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에 따르면 개정된 도로교통법령의 시행에 따른 최소 의무교육시간인 8시간을 기준으로 한 교육과정의 수강료를 총 47만 원으로 책정하였습니다. 위 참석자들은 이에 대하여 특별한 의견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다. 7개 사업자들의 수강료 신고
7개 사업자들은 2011년 5월 말부터 6월 초에 걸쳐 서울지방경찰청에 최소 의무교육시간 수강료를 신고하였습니다. 그런데 7개 학원 중 양재학원과 서울학원을 제외한 5개 학원 사업자의 최소 의무교육시간 수강료가 47만 원에 근접하였습니다.
라. 수강료 담합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공정거래위원회는 7개 사업자들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공동행위(가격담합, 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7개 사업자에 속한 원고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7억 9,800만 원의 납부명령을 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원심과 대상판결의 판단
가. 원고들 주장요지
원고들은, 수강료를 담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 사건 처분이 관련 지역시장을 서울지역 전체시장으로 본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운전전문학원별 수강생의 거주지 분포 및 셔틀버스 운행지역 현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동행위 관련 지역시장은 ‘서울시 및 인접 경기도를 지리적으로 나눈 네 권역’으로 획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고들은, 7개 사업자들이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에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 원심 판단
(1) 관련 지역시장
원심은, 운전전문학원들이 인근 지역에 다수의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고, 인접한 운전전문학원들은 중복되는 지역에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수강생들이 셔틀버스를 통해 통원하는 사실을 근거로 7개 사업자는 ‘셔틀버스 운행지역 및 그 인접지역’을 지리적 범위로 하여 영업을 하고 있고, 해당 지역 전부 또는 일부에서 인접 지역의 다른 사업자와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7개 사업자의 경쟁 관계는 서울시 전 지역과 인접 경기도지역에 걸쳐 연속되어 있고, 이 사건 공동행위와 관련한 지역시장은 ‘서울시 전체와 이에 인접한 경기도 일부 지역’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이 이 사건 공동행위의 관련 지역시장을 위와 같이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이 사건 공동행위 당시 서울지역에서 운영 중이던 11개 운전전문학원은 대부분 외곽지역에 있고,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지역에도 운전전문학원이 있다.
② 운전전문학원은 수강생 확보를 위해 학원이 소재한 지역을 포함하여 인근 지역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데, 대부분 인접 학원과 중복되는 지역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즉, 사업자는 인접 사업자와 중첩되는 셔틀버스 운행지역 범위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③ 서울지역 운전전문학원의 셔틀버스 운행지역에는 성남시, 부천시와 같이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 일부 지역이 포함되어 있고, 반대로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지역에 있는 운전전문학원들도 수강생 확보를 위해 인접 서울지역에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④ 서울지역 운전전문학원의 수강 등록생의 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서울지역에 거주하고 있었고, 일부는 성남시, 부천시, 고양시, 구리시, 남양주시, 광명시 등 서울 인접 경기도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⑤ 한편 서울지역 운전전문학원의 수강 등록생 중 상당수는 운전전문학원의 셔틀버스 운행 지역 내에 거주하고 있었고, 일부는 셔틀버스 운행지역에 인접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운전전문학원 수강생들은 주로 거주지 또는 활동지역과 가까운 학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그 지리적 범위에는 셔틀버스 운행지역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셔틀버스 운행지역 또는 학원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인접지역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셔틀버스 운행지역 및 이에 인접한 지역’이 운전전문학원의 지리적 영업 범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⑥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수강생에게는 대중교통이 주요 이동수단이고, 경기도지역은 서울지역보다 대중교통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도지역의 경우 서울지역으로의 접근을 쉽게 하는 대중교통수단이 확보된 일부 지역만이 제한적으로 서울지역 운전전문학원의 지리적 영업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⑦ 이 사건 공동행위에는 서울지역 총 11개 사업자 중 7개 사업자가 참여하였고, 그 사업자들의 학원은 서울지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2) 경쟁제한성
원심은 위와 같이 이 사건 공동행위의 관련 지역시장을 ‘서울시 전체와 이에 인접한 경기도 일부 지역’으로 확정하고, 7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과 수강생들의 학원 선택 요인, 이 사건 공동행위의 특성들을 고려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이 이 사건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7개 사업자의 서울지역 운전전문학원 시장에서의 점유율 합계가 60%를 초과한다.
② 경기도지역은 셔틀버스 또는 대중교통의 편의성이 확보되는 일부 지역만이 제한적으로 관련 지역시장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7개 사업자의 ‘서울 및 인접 경기도지역 운전전문학원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산정한다 하더라도 그 수치가 위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③ 운전전문학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학원별로 별 차이가 없어 접근성과 함께 수강료가 중요한 경쟁요소가 되는데, 이 사건 공동행위는 수강료에 관한 담합행위이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가 관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거나 제한할 우려가 있음이 인정된다.
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공동행위의 관련 지역시장 획정 및 경쟁제한성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모두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원심의 당부를 검토하기에 앞서 공동행위의 관련 시장 획정을 위해서는 공동행위의 유형과 구체적 내용, 거래현실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되, 반드시 실증적인 경제 분석을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판단 역시 합리적인 추론으로 충분하고 반드시 공동행위 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을 계량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일반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 해당 설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