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의 개요
이 사건의 청구인은 경기 여주시 소재 토지(이하 ‘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인데, 이 사건 부동산은 인근에서 진행 중인 공익사업(이하 ‘
이 사건 사업’) 시행지역 밖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사업시행자는 2010. 3.경부터 이 사업에서 발생한 준설토를 이 사건 부동산 인근에 적치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이 부동산은 제방을 제외한 3면에 준설토가 적치되었습니다. 이후 2012. 10.경 이 사건 사업은 모두 완공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에 관한 보상계획에 부동산에 관한 보상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2015. 5.경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준설토 적치로 인한 이 사건 부동산의 가치하락에 따른 손실보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7. 8.경 패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2018. 5.경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청구인은 2019. 5.경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손실보상에 대한 재결을 신청하였으나,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19. 12.경 청구인의 손실보상청구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
토지보상법’)」 제79조 제5항 및 「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2007. 10. 17. 법률 제8665호로 개정되고, 2021. 8. 10. 법률 제183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
구 토지보상법’)」 제73조 제2항에서 정한 ‘해당 사업의 공사완료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손실보상청구를 각하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재결’).
청구인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 계속 중 토지보상법 제79조 제3항 및 5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신청을 각하 및 기각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2020. 12.경 위 조항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2.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
이 사건의 심판대상조항은 토지보상법 제79조 제3항(이하 ‘
공고조항’) 및 제79조 제5항 중 ‘제2항에 따른 손실의 보상’에 관하여 구 토지보상법 제73조 제2항을 준용하는 부분(이하 ‘
기간조항’)입니다.
토지보상법 제79조(그 밖의 토지에 관한 비용보상 등) ② 공익사업이 시행되는 지역 밖에 있는 토지등이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손실을 보상하여야 한다.
③ 사업시행자는 제2항에 따른 보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15조에 따라 보상계획을 공고할 때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공고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2항에 따른 보상에 관한 계획을 공고하여야 한다.
⑤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 따른 비용 또는 손실의 보상에 관하여는 제73조 제2항을 준용한다.
구 토지보상법 제73조(잔여지의 손실과 공사비 보상) ② 제1항 본문에 따른 손실 또는 비용의 보상은 해당 사업의 공사완료일부터 1년이 지난 후에는 청구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청구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공고조항] 공고조항이 보상계획의 공고 여부를 사업시행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그 결과 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 소유자는 재산권 침해를 예측할 수 없고 손실보상 절차도 알 수 없다. 따라서 공고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위배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기간조항] 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의 경우 사업시행 이후 그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거나 그 소유자가 피해 정도나 피해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조항이 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 소유자는 해당 사업의 공사완료일부터 1년 이내에 손실보상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간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에 위배되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4. 헌법재판소의 판단
가. 공고조항
헌법재판소는 공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하였습니다. 이 재결은 기간조항에 따른 손실보상 청구기간이 도과하였다고 판단하여 청구인의 손실보상청구를 각하한 것이므로, ① 손실보상 청구기간의 도과 여부와 관련이 없는 공고조항은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되는 조항이라고 볼 수 없고, ② 설령 공고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되더라도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나. 기간조항
헌법재판소는 기간조항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그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심사기준]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제척기간과 소멸시효 중 무엇으로 규정할지, 그 기간과 기산점을 어느 정도로 규정할지 등의 문제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과 공익사업의 안정적 수행과 법적 안정성을 조화시키는 문제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손실보상 청구기간이 지나치게 단기간으로 규정되어 그 권리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 이는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
[목적의 정당성]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손실은 그 발생시점과 발생원인이 다양하여 사업시행자가 손실보상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일정기간 이내로 제한하지 않으면 공익사업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되고 사업시행자가 예측하지 못한 손실보상 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공익사업의 안정적 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해당 사업의 공사완료일부터 1년 이내로 제한하는 기간조항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수단의 적합성] 공익사업은 완공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된 이후에는 완공 전이라도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 소유자가 그로 인한 손실 발생 여부를 인식 혹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며,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완공 이후에는 손실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반면 사업시행자의 입장에서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손실 발생 여부, 범위, 규모, 시점 등을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손실보상 청구기간의 기산점을 토지 소유자의 주관적 인식 혹은 손실 발생시점을 고려하여 정할 경우, 사업시행자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손실보상 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공익사업 수행의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간조항이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해당 사업의 공사완료일부터 1년 이내로 제한한 것은 그 합리성을 수긍할 수 있다.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 침해 여부] 토지보상법 제79조 제2항에 따른 손실보상청구권과 민법 혹은 그 밖의 특별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요건ㆍ효과를 달리하는 별개의 청구권이다. 기간조항에 따른 손실보상 청구기간이 도과하여 손실보상청구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여전히 허용된다. 따라서 기간조항이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지나치게 단기간으로 규정하여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고 볼 수 없다.
5.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
반면 재판관 이은애는 기간조항이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지나치게 단기간으로 규정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잔여지에 관한 규정 준용의 부당성] 기간조항이 준용하고 있는 구 토지보상법 제73조 제2항은 잔여지에 관한 규정이다. 잔여지는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는 일단의 토지 중 일부가 공익사업을 위해 취득되거나 사용된 경우의 나머지 토지를 의미하므로, 잔여지의 소유자는 공익사업의 시행 여부와 진행 경과, 그로 인한 손실 발생 여부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는 공익사업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어, 그 소유자가 공익사업의 시행 여부와 진행 경과, 그로 인한 손실 발생 여부를 알기 어렵다. 따라서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에 관한 손실보상 청구기간에 잔여지에 적용되는 기준을 준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기산점ㆍ기간의 부당성] 통상 제척기간ㆍ제소기간은 권리가 발생한 때부터 혹은 권리자가 그 권리를 인식한 때부터 기산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기간조항은 손실 발생시점과 토지 소유자의 인식시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해당 사업의 공사완료일’을 기준으로 기산점을 정하고 있다. 공익사업으로 인한 인근 토지의 피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상당수 있고, 그 소유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일률적으로 ‘해당 사업의 공사완료일부터 1년 이내’로 제한하는 기간조항은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 소유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다.
[비교법적 관점] 일본의 경우에만 한국과 유사하게 실무를 운영하고 있을 뿐, 영국ㆍ미국ㆍ독일 등은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에 관한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달리 제한하지 않고 있거나, 제한하더라도 한국보다 훨씬 장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기간조항은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규정하고 있다.
6.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 소유자는 토지보상법 제79조 제2항에 따른 손실보상청구권과 민법 혹은 그 밖의 특별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으므로, 기간조항이 비교적 단기의 손실보상 청구기간을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공익사업의 공사완료일부터 1년 이후 공익사업시행지역 밖의 토지 소유자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실보상 청구의 소는 더 이상 그 위헌성에 관한 시비 없이 각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공익사업을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시행자의 입장에서는 손실보상 책임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여지가 차단됨으로써 사업비용이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증가할 위험이 감소하고, 전반적으로 사업성 판단의 정확도가 제고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공익사업시행지역 인근 토지ㆍ건물ㆍ공작물 등 소유자의 경우, 공익사업으로 인한 직ㆍ간접적 손실 발생 위험을 그 시행 초기 단계부터 보다 면밀히 예측ㆍ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