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업체의 노조 위원장은 회사 대표자와 만나 단체협약을 변경했습니다. ① "임의로 운송수입금을 입금하지 않아 발생한 미입금액이 급여를 초과한 경우 승무정지의 징계를 받는다"는 조항을 "미입금액이 월 100만 원 이상인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② "입사 9개월 이상 된 조합원은 연 기본급 250% 이상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월 12일 미만 근로자는 상여금을 일할 계산하고, 월 급여를 초과한 운송수입금 미입금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으로 변경하고 ③ 연 1회 유급휴일로 지정해 실시하던 야유회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와 같은 단체협약 조항 변경에 관하여 법원은 해고나 급여 일부의 지급 거절과 같이 근로자의 지위나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대표자가 갖는 대표권의 재량범위는 더욱 엄격히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회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교섭을 하고자 할 때 어느 일방은 교섭 일시, 장소, 교섭위원 명단 및 요구사항 등을 기재해 5일 전에 교섭을 요청해야 하는데 회사 대표자와 노조 위원장은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또한, 노조 위원장은 합의사항에 대해 노조 교섭위원이나 집행부, 조합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고 노조 전체 의견을 묻지도 않았으며 회사 대표자와 둘만 있는 자리에서 합의했습니다. 합의 이후에도 관련 내용을 행정관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 조합원들에게도 곧바로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점을 근거로, 노조 위원장은 노조의 목적과 관계없이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대표권을 남용했고 회사도 이를 알고 있었으므로 해당 단체협약 변경은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노조 측 근로자들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의 합의를 한 것은 무효라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에는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 대표자의 협약체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다36504 판결). 해당 판결은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 권한에 대해 대표권 남용으로 제한을 가했다는 점에서 종전 대법원 입장과의 차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