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택시기사의 최저임금 산정에 초과운송 수입금이 제외되자, 회사가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형식상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맞추는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A 등은 회사 소속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일정 수준 고정급을 받았으며, 회사에 사납금을 내고 나머지 운송수입을 가져가는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에 해당하여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에 회사는 2010년경 소속 택시운전사들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을 각각 개정하였습니다. 실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소정근로시간을 순차로 줄여 기존 월 209시간에서 115시간까지 단축하였습니다. 이에 A 등은, 실제 근로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줄이는 취업규칙 변경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며, 개정 전 취업규칙에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우선,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관하여,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실제 근무형태,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고, 고정급 비율을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나아가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이 당사자 간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 합의는 강행법규인 특례조항의 취지를 잠탈하기 위한 행위이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어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유효하다고 볼 경우, (1) 소정근로시간이 순차로 매년 단축되어 1일 1시간이나 2시간에 불과하게 될 수도 있고, 비현실적인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에 대해서도 무효라고 볼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또한 초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시간 이하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허용되게 되고, 이로써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불안한 지위에 처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될 수 있으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변경된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을 무효로 판단한 뒤, 기존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계산한 원심 판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