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휴가가 반려되자 무단결근한 근로자를 사측이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입니다. 단순히 참가인이 연차휴가를 사용함으로써 근로 인력이 감소되어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는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판단의 주요 근거입니다.
이 사건의 근로자 A는 2013년 4월 1일에 가전제품 수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내근직 가전제품 수리기사로 근무하던 중 2017년 4월 11일에 외근직 가전제품 수리기사로 인사발령을 받고, 2017년 4월 14일부터 외근직 가전제품 수리기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A는 2017년 5월 2일과 2017년 5월 4일에 연차휴가를 신청하였습니다. 연차휴가 신청일 전후인 2017년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2017년 5월 3일은 석가탄신일, 2017년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었습니다.
A는 회사의 외근팀장에게 연차휴가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으나, 연휴기간 업무량 폭증 예상 등을 이유로 신청이 반려되었습니다. 이후 A는 상급자에게 별다른 보고 없이 연차휴가를 신청한 날인 2017년 5월 2일 및 2017년 5월 4일에 결근하였습니다. 회사는 근로자가 2회에 걸쳐 결근하였다는 이유로 정직 24일의 징계를 의결하였습니다.
A는 위 정직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회사 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신청을 거부해 A가 무단결근을 한 것이므로, 부당한 징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이에 회사가 불복해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회사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다르게 판단한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휴가를 부여하여야 하고, 다만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여기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란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휴가를 준다면 그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되어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거나 그러한 개연성이 엿보이는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더불어, 이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성질,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 사용자의 대체 근로자 확보 여부, 다른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신청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서울고등법원은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1) 단순히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함으로써 근로 인력이 감소되어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 시기변경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2) A의 연차휴가 신청일은 참가인이 외근직 가전제품 수리기사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 전이었다는 사정, (3) 2017년 5월 2일에는 외근직 가전제품 수리기사 중 A를 제외한 전원이 업무에 투입되어 있었던 사정, (4) 다른 외근직 수리기사 2명에 대해서는 2017냔 5월 4일 연차휴가를 승인하였다는 사정도 고려되었습니다.
나아가, (5) 실제로 접수물량이 많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 (6) 업무량이 현저히 많아질 것이라 예상된다면 대체인력 확보 등 다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명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정직은 그 징계양정이 과도하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1심을 취소하고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판결은 회사의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을 다소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