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5. 10. 30. 선고 2021다225074ㆍ225081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반소원고, 이하 ‘
피고’)는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들(이하 ‘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의 택시운전근로자로 근무 중이거나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이하 ‘
사납금’)만을 피고에 납입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을 자신들이 보유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았습니다.
임금협정 및 단체협약의 내용과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분회와 체결한 2004년 임금협정]
근무형태에 관하여 1일 2교대를 원칙으로 하되 당사자 간의 합의로 격일제 또는 1인 1차제 근무를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격일제 근무형태의 1일 근로시간을 기본근로 8시간에 8시간의 연장근로(그중 2시간은 야간근로와 중복된다)를 합한 16시간
[피고가 ○○○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과 체결한 2007년 단체협약]
1일 2교대제 근무형태의 1일 근로시간을 8시간, 만근일을 26일로, 격일제 근무형태의 1일 근로시간을 16시간, 만근일을 13일(2월은 12일)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
2010. 7. 1.부터 구미시 지역에 시행되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제외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체결한 2010년 임금협정]
근무형태에 관하여 1일 2교대를 원칙으로 하되 당사자 간의 합의로 격일제 또는 1인 1차제 근무를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1인 1차제 근무형태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2시간 15분, 만근일을 23일로, 격일제 근무형태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 만근일을 13일(2월은 12일) 단, 피고는 2010년 임금협정 이후 1일 2교대제 근무형태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격일제와 1인 1차제 근무형태만을 운영(이하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의 2010년 임금협정 이후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를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합의’)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체결한 2011년 임금협정]
1인 1차제 근무형태의 만근일을 26일로 변경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체결한 2019년 임금협정]
1인 1차제 근무형태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2시간(만근일 26일) 또는 2.07시간(만근일 25일)으로, 격일제 근무형태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 30분으로 단축
원고들은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종전 단체협약상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법상 정당한 임금 등과 실제 지급한 임금 등의 차액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무효이나,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종전 2007년 단체협약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 근로자들과 피고가 합의의 무효를 알았더라면 가정적으로 의욕하여 합의하였을 소정근로시간을 밝혀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구미시 외 다른 지역에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노사합의가 이루어진 사례를 종합하면, 2020년 기준으로 1일 소정근로시간은 평균 약 4.97시간인점,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이 1일 5시간을 초과하면 최저임금 미달액이 이 사건 청구기간의 피고 당기순이익 누계액을 초과하여 피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점 등의 제반사정을 근거로 1인 1차제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은 5시간이고, 격일제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이 10시간이라고 보고 미지급임금 및 퇴직금을 산정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과 같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라고 보았으나, 소정근로시간 산정과 그에 따른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격일제 근무형태에 관하여는 유효한 기존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존재하므로 거기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인 16시간을 적용하되 최저임금 지급 대상 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므로 격일제 근무형태에 있어 최저임금 지급 대상 시간인 1일 소정근로시간은 8시간으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1인 1차제 근무형태에 관하여는 유효한 기존 소정근로시간 정함이 없으므로 원심은 1일 2교대제에 관한 종전의 소정근로시간 조항(1일 8시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여 적용하여야 하는데 1인 1차제 1일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으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관련법리]
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인 경우 소정근로시간 산정방법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 그러한 무효 사유의 특수성, 단체협약 실효의 법리, 취업규칙의 법규범성 등에 비추어, 종전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적용됨이 원칙이고, 민법상 무효행위 전환 법리를 전제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해석할 것은 아니다.
나. 새로운 근무형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인 경우 소정정근로시간 산정방법
정액사납금제로 운영되는 기존 회사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새로운 근무형태를 도입하며 소정근로시간을 처음 정하였는데, 그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탈법행위로 무효인 경우가 있다. 그와 같이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유효한 정함이 없는 경우 법원은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이때 보충되는 당사자의 의사는 당사자의 실제 의사 또는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계약의 목적, 거래관행, 적용법규, 신의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다206138 판결 참조). 또한 기존 근무형태와 비교하여 새로운 근무형태의 실제 근로시간이 감소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근무형태에 관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면서는 기존 근무형태에 관한 종전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의 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근무형태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실제 근로시간이 감소되지 않았다면, 근로자는 적어도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다. 소정근로시간의 제한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인 1주 40시간 및 1일 8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근로시간을 뜻하므로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1주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거나 1일의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 부분인 연장근로시간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저임금 지급대상 시간에 포함되지 않고(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3다223744, 223751 판결 참조), 이는 1일 근무하고 그 다음 날 쉬는 격일제 근무 형태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2다257238 판결 참조)을 재확인하였습니다.
[구체적 판단]
가. 격일제 근무형태에 대하여
2010년 임금협정 이후에도 격일제 근무형태에 있어 최저임금 지급대상 시간인 1일 소정근로시간은 8시간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격일제 근무형태의 최저임금 지급 대상 시간을 1일 10시간으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산정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의 확정과 최저임금 산정 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1인 1차제 근무형태에 대하여
원심은 1일 2교대제(1일 8시간)에 관한 종전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채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1인 1차제 근무형태의 1일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으로 확정하여 이를 기초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산정하였다. 이 부분 원심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의 확정과 최저임금 산정 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인 경우 종전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적용됨이 원칙이고 민법상 무효행위 전환에 관한 법리를 전제로 가정적 의사를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새로운 근무형태를 도입하면서 처음으로 정한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인 경우 기존 근무형태와 비교하여 새로운 근무형태의 실제 근로시간이 감소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근무형태의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때는 기존 근무형태에 관한 종전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의 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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